에디토리얼

[EDITORIAL 22] 도착하지 않은 편지

CP_NET 2021. 6. 7. 14:20

 

 

 

극단 산 <어느날 갑자기...!>를 봤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야기입니다. 성민은 가벼운 몸살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판명되어 생활치료센터로 격리되고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다시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내내 소소한 웃음들을 만들어냅니다. 동생의 소식에 놀란 형은 이런저런 옷가지들을 층층이 겹쳐 입고 나타나 집안을 소독하다가 밀접접촉자가 됩니다. 어떤 환자는 체구가 커서 음압팩을 닫지 못하기도 하고, 증상이 없지만 이송매뉴얼을 지키느라 들것에 실려갑니다. 21실 생활치료센터나 입원실 풍경을 보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공동생활의 온갖 소소한 갈등을 막지 못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들을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상황을 맞닥뜨리고 보면 모든 것은 당황스럽게 마련입니다. ‘예기치 못한상황이란 것은 바로 희극의 고전적 극작술이죠. 다행히 성민은 치료를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나옵니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세상으로 나온 성민이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면서 코로나19 판정을 받던 처음으로 되돌아가 그동안 겪었던 온갖 힘겨운 상황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제 아픔을 돌볼 겨를 도 없이 성민은 가슴이 쪼개질 듯 기침을 하면서도 혹시나 동선이 겹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이 연극을 만든 극단 산은 지난 해 82차 파동 때 집단감염이 있었던 바로 그 공연팀입니다. 극중에도 나오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개막 직전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당시 대학로는 물론 공연계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코로나19 방역정책은 관객 감염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제작과정은 제작팀의 자체 판단에 따릅니다. 문을 닫은 국공립기관들도 리허설은 계속하고 있었죠.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공연활동이 집단감염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이어가던 제한된 활동마저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등등 두려움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그 순간을 다시 되불러들입니다.

 

이번 호에서도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를 이어갑니다. “도착하지 않은 편지에 대하여”(염신규)는 이 기획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환기합니다. 판데믹 이후 문화정책의 전환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무엇보다 주목했던 것은 공공성 담론입니다. 이제까지 발행된 글들은 판데믹의 여러 국면들에서 문화정책의 공공성에 대한 분석과 검토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필자는 과연 우리가 합의하고 있는 공적인 것이 실제로는 중요한 가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 “공공미술의 공공성: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최범)3회에 걸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과정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 이어 공공미술 담론을 점검합니다. 2006아트앤시티이후 공공미술 담론의 진전과 정체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칼럼] “예술위 현장소통위 지역간담회 리뷰”(이건명)9개 권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간담회 현장을 전합니다. 지역별 다양한현안보다 지역 공통의 문제적 현실이 먼저 확인된다는 필자의 지적이 지역예술생태계에 대한 정교하고 치밀한 접근의 필요성을 환기합니다.

 

[도시와 문화정책 17] “뿌리의 문화, 일상성의 문화- 농촌을 대상화하는 문화정책과 사업들을 경계하며”(권단)은 문화정책 과정에서 지역 특히 농촌이 어떻게 대상화되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대안적 공공성을 제안합니다.

 

<어느날 갑자기...!>는 배우가 주인공이지만 연극계, 예술계 이야기인 것은 아닙니다. 배우, 학생, 자영업자, 형사, 교수 등등 격리처로 실려갔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러나 고통을 잊지않고 기억하는 연극입니다.

 

[문화정책리뷰]가 이어오고 있는 판데믹 특집도 문화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한 기억이기를 바랍니다.

 

이제 곧 [문화정책리뷰] 창간 2주년이 됩니다. 창간 2주년을 맞아 판데믹 특집에 대한 중간 결산 좌담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 해 4[호외]를 시작으로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로 이어온 논의를 정리하는 기획입니다. 이번 좌담에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도 열어둘 예정입니다. 곧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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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도착하지 않은 편지에 대하여” _ 염신규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 “공공미술의 공공성: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 _ 최범

[칼럼] “예술위 현장소통위 지역간담회 리뷰” _ 이건명

[도시와 문화정책 17] “뿌리의 문화, 일상성의 문화- 농촌을 대상화하는 문화정책과 사업들을 경계하며” _ 권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