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24] 권력을 위한 보기 좋은 포장지가 되지 않으려면

CP_NET 2021. 11. 5. 09:28

 

 

여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고, 1야당도 곧 당내 후보 경선을 마무리합니다. 거대 양당만이 아닙니다. 군소 후보군이라 일컬어지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이어집니다. 여전히 거대 양당 (유력) 후보들이 가장 큰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후보를 정하지 않은 혹은 양당 (유력) 후보 모두에 대한 비토층이 과반을 오간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투표률이 저조할 것이라든가 5% 이내 박빙 승부가 점쳐지기도 하고, 마음을 정하지 않은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가 선거 결과를 가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합니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가 아니라 절반의 중간지대가 제3지대로 세력화할지도 주목된다고 하는군요. . 그렇습니다. 선거, 그것도 대한민국 정치 권력의 최고 정점이라 할 대통령 선거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혹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발표하는 정책에서 문화 분야는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신지식인, 신성장동력, 굴뚝 없는 산업 등등 문화의 산업적 가치를 강조하였죠. 그런가 하면 문화기본권을 천명하고 제도화하는가 하면 문화재정 1% 등의 정책 목표가 설정되기도 했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화융성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문화를 국가비전의 근간으로 했던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가 실행되었던 것은 무능력하고 몰지각한 정치세력의 범죄이었던 걸까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3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종합보고서에서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제도적 원인으로 국가 주도 문화정책 수립의 한계와 폐해” “문화정책 전달 체계의 위계화등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같은 범죄행위가 자행되었는가 아닌가의 차이만 있을 뿐, 비단 박근혜 정부에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정치권력과 관료에 의해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이 수립되고 위계화된 전달 체계를 통해 집행됩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정치권력이 이러한 문화정책의 전달 체계를 사유화하고 관료(와 전문가 집단)들이 그에 조력하면서 수년간 자행되어 온 범죄입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당선인 공약집에 새겨넣었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및 시정조치는 고작 9개월의 문체부 자문위원회 위상의 진상조사위원회를 운영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위원회 구성 등의 과정을 제한다면 실질적 운영은 7개월 남짓입니다.) 이명박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조사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문화정책리뷰]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를 시작합니다. 이번 기획은 선거 기간 쏟아지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비평이 아닙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 몰두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을 더 깊고 넓게 두고자 합니다. 그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문화정책이 어떻게 제안되고 집권 이후 어떻게 실행되었으며 그것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피고자 합니다. 어떤 후보가 더 좋은 공약을 발표했는가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문화정책과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영향은 어떠한 토대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피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글 염신규의 권력을 위한 보기 좋은 포장지가 되지 않으려면은 이 기획의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는 기획의 여는 글입니다. 필자의 마무리 문장을 빌면 이 시도가 대선 이후에도 어떻게든 문화현장에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더욱 필요할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호에는 두 편의 이슈를 담았습니다. 김상철 서울시 협치 사업 논란은 정치적 갈등이 아니다는 지난 달 있었던 서울시정 문화행정 현황 진단과 과제토론회의 발제문을 개고한 글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후 공공연하게 아니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서울시 협치/혁신 사업에 대한 불신이 갈등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과거 회귀 시정에 대한 비판이 있는가 하면 전임 시장 지우기와 같은 정치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의도적 정치행위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논란에 멈추어서는 냉소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간 서울시에서 진행되었던 협치/혁신 사업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시도되어왔던 협치/거버넌스/혁신 정책이 사업이 아닌 행정혁신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주목되는 진단입니다.

 

권단 지역이 소멸된다고?”는 지난 달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역소멸대응기금에 대한 비평입니다. 행안부의 발표 내용은 물론 언론의 진단 등을 아울러 현재 지역정책의 문제적 지점을 밝힙니다.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눈 코 입이 없는 게 아닌 것처럼인구 규모가 작다고 해서 소멸되고 있다거나 소멸되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필자의 날카로운 진단으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김민규 [데이터리뷰]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데이터로 읽는다면도 지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지역 격차라고 일컬어지는 양상이 데이터를 통해서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필자는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문화향수실태조사)의 관람률과 관람횟수를 지역별 시계열 분석으로 살펴봅니다. 의외의 분석 결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의외의 데이터와 함께.

 

이번 주부터 위드코로나로 전환됩니다. 판데믹의 끝이 아니라 국면 전환의 시도이죠. 모두 안전하시길 바랍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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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권력을 위한 보기 좋은 포장지가 되지 않으려면” _ 염신규

[이슈] “서울시 협치 사업 논란은 정치적 갈등이 아니다” _ 김상철

[이슈] “지역이 소멸된다고?” _ 권단

[데이터리뷰] “지역 문화예술활동을 데이터로 읽는다면” _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