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위드유(이하 오롯 위드유)는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5차례에 걸쳐 집담회, 워크숍, 세미나 등 현장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술공동체, 그중에서도 무용 생태계의 관점에서 성폭력 문제를 바라보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오롯 위드유는 현장연구모임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리뷰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오롯 위드유가 기획 집필 하였으며 [문화정책리뷰]가 함께 발행하고 있습니다. 오롯 위드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 이것으로 [협업 '오롯위드유':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연재를 마칩니다. [문화정책리뷰] 독자들께 토론을 공유해주신 오롯위드유에 감사드립니다.
[문화정책리뷰]는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예술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담론 작업을 소개하는 "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성폭력 대응시스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바라본 성폭력 대응시스템을 점검하다.
무용계 미투 사건 이후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 현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총 5회의 현장 모임을 기획한 오롯 위드유의 연구 모임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 9월 22일 화요일,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바라본 성폭력 대응시스템>을 주제로 열린 4차 세미나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이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재단이나 협회, 단체, 학교 등의 공동체는 어떤 대응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발제를 듣고 참가자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는 <1부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의 발제>와 <2부 전문가와 참여자 토론>으로 나눠 진행되었으며, 사회는 김서령(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기획자가 맡았다. 1부 발제는 홍기원(한국예술종합학교), 박성혜(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이지현(한국춤비평가협회) 세 명의 전문가가 맡았으며, 2부 토론은 이산(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진행했다. 코로나 2.5단계 제한조치에 따라 세미나는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발제1. 미술계 Y 성희롱사건에 대한 서울문화재단의 대책 마련 및 대응 과정
홍기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전공 교수
서울문화재단 ‘예술계 성폭력문제 해결을 위한’공동대책위원회
홍기원 전문가는 서울문화재단에 미술계 Y 성희롱사건이 신고된 이후 재단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가에 대해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짚으며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성폭력 대응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행정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대위 위원으로 행정 점검을 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분노보다는 냉정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잘못된 절차나 방법을 짚고, 상식과 논리, 합리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미술계 Y 성희롱 사건의 개요와 서울문화재단의 대응과정에 대하여 홍기원 전문가의 발제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표의 입장문과 공동대책위원회의 글을 참조해 요약한 것이다.
▪미술계 Y 성희롱 사건 개요
2019년 11월,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청의 예술 감독으로 있던 가해자 Y는 작가인 피해자에게 작업을 제안함. 이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성적 취향을 지속적으로 말하며 언어적 성폭력을 가함. 피해자는 가해자와 일을 하게 되면 이러한 피해가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결국 제안을 거절하였음. 이후 1월 초 피해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자신이 적어 둔 기록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서울문화재단에 신고함
▪서울문화재단의 대응과정
1. 서울문화재단의 성고충 상담원 3인과 대표가 신고인의 1차 진정서를 접수함. 성고충 상담원과 신고인의 면담 이후 절차에 따라 서울문화재단에서 조사할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함. ‘Y 작가가 서울문화재단과의 계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조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옴
2. 성고충 상담원 3인은 조금 더 노력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대표와 협의 후 신고인의 동의를 구하고 1, 2차 진정서와 신고인의 질의에 대한 재단의 답변서와 함께 상급 기관인 서울시의 인권보호담당관에 사건을 이첩함. 신고인의 2차 진정서에는 ‘재단 대표이사가 피신고인과 만났다는 제보가 있었으니 재단 대표이사와 피신고인의 관계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음
3. 서울시는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의 검토를 통해 ‘Y 작가는 서울문화재단과의 계약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이므로 조사 권한이 없다’며 이를 기각함. 조사권한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음을 안내함
4. 서울문화재단은 ‘상위기관인 서울시의 기각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힘
5. 사건이 기사로 나간 뒤 여론이 거세짐.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문화재단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회를 대표하는 구성원 3인, 법률전문가 2인, 현장 전문가 3인이 포함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함. 특별조사를 통한 행정 점검과 Y 성폭력 사건 특별 조사 및 추가 사례를 조사함. 현재 제도 개선 마련 중임
▪ 행정 점검과 제도 개선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와 함께 반성하겠습니다. 많은 고심과 준비 끝에 진정서를 내신 신고인께 취한 태도가 재단의 절차와 규정이라는 한계와 제약 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진정서를 접수받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대표자가 피신고인과 직‧간접적으로 선행 관계가 있다면 대표자를 배제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검토하여 신고인께 의혹과 고통이 추가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한 ‘계약 기간이 끝난 피신고인을 조사할 권리가 없다’라는 제도 개선과 관련해 “재단의 용역계약서에 계약 기간 중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계약 기간 종료 후에 알게 되더라도 피신고인은 재단의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조건을 첨부하여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으로서 홍기원 전문가는 행정 점검을 통해 “성폭력 대응 시스템 과정에 관여했던 분들을 면담하고 전체적인 대응 시스템을 살펴보며 문제점들을 발견했고, 이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며 대책 마련 중 일부 내용을 공유했다.
우선 “현행 규정상으로는 성폭력 관련된 신고가 됐을 때 피해자, 즉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 고충 상담원 3인과 그 기관의 대표만이 그 정보를 알고 퍼트리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말하며 “만약 대표의 친구나 지인이 성폭력을 자행한 사람이거나 그와 굉장히 가깝다면,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개입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비밀을 유지하면서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를 도입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기관이 전문성이 부족해 외부의 전문단체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상위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했을 때 그 문제를 제대로 다루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며 Y 사건을 기각한 서울시의 인권보호담당 부서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 권한 없음으로 처리하게 된 근거와 절차를 문의하여 가해자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없는가, 제도적 개선의 여지가 없는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원 전문가는 성폭력 대응시스템을 점검할 때 가져야 하는 전략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언급하며 “사건의 실체가 아무리 정당해도 이것은 가치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잘못됐다’고 해도 그 실체에 대해서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 우리가 전략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절차와 과정에 대한 것, 그다음이 방법에 대한 것이다. 과정이나 절차, 방법의 문제점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상식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부끄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절차적 타당성이나 방식의 적실성에 집중해서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용인의 자치규약을 보며 반가움을 느껴
예술경영인도 직업윤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이어 오롯 위드유의 2차 현장모임인 <무용(예술) 자치규약 만들기> 워크숍을 보면서 “매우 반가웠다. 동시에 자치규약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해보게 됐다”며 “자치규약은 내가 어떤 행위를 하겠다는 것을 문서화해놓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용하는 사람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그 무용하는 사람의 어떤 정체성을 훼손해서 결국은 나 자신의 명예와 내 존재를 파괴하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직업의 정체성과 직업윤리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기원 전문가는 “예술경영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동안 예술경영 분야의 직업윤리는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과 예술경영인의 직업윤리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어떠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실체에 대한 집념을 가지고 그에 맞는 전략과 태도를 취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2. 무용인을 위한 법과 제도는 존재하는가?
박성혜|무용평론가, 무용인희망연대 오롯
박성혜 전문가는 무용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와 연대하며 가해자에 대응해 나간 오롯 위드유의 활동 과정을 이야기하며 단체뿐 아니라 개인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경험과 정보를 공유했다. 문체부의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2018)’를 통해 “문화예술계에서 열 명 중에 일고여덟 명이 성폭력 혹은 성희롱을 직접적으로 경험을 했거나 목격을 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현장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고 말하며 “문화예술계는 예술적 업적이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무마하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징계를 할 만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다.
▪ 사건 신고와 고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성폭력피해 신고상담센터>
: 피해자 신분 보호, 소송비 지원, 치료지원, 상담지원
국가인권위원회
: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공공기관, 민간 사업장, 학교, 군대, 자원봉사단체, 친목 단체등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구제하는 업무를 담당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도 담당
성폭력 및 성희롱 사건을 신고, 고발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해 위와 같이 각 기관과 특징을 설명하며 박성혜 전문가는 “오롯 위드유는 무용계 류모씨 성폭력 사건을 파악하자마자 각 기관에 대해서 연대요청을 했다. 우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신고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해 방법을 강구했다. 또 다양한 조언을 듣고 도움을 받으며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방법을 잘 모르는 나이가 어려 사회적 경험이 적은 분들 혹은 개인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정부나 기관의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이해를 돕고 싶다”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굉장히 우호적이고 실질적으로 피해자 신분보호도 잘해준다. 일정 정도의 소송비 지원(500만 원)도 하고 있고, 심리상담이라든지 혹은 외상을 입었을 때 치료지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다양한 법무법인하고 연계를 통해 적극 지원해 주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응 절차 및 전략에 대해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얼마나 대응 관련 기관에 빨리 접촉해서 대응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편의 무고나 반박 논리에 대응하는 자료수집과 대응 논리를 어떻게 준비하고, 변호인들과 접촉해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기관과 상담을 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지속적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무용계 류모 성폭력 사건을 통해 바라본 네 가지 키워드
1. 2차 피해의 심각성
2. 연대의 필요성
3. 제도는 작동하고 있는가
4. 무용계의 현황과 반응
오롯 위드유의 일원으로 박성혜 전문가는 류모씨 사건에 대응하며 느낀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네 가지 키워드로 공유했다. 첫째 2차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서 “가해자에게 혐의와 여론이 집중되어야만 함에도 대부분의 사건 같은 경우는 피해자에게 그 관심과 오해와 억측들이 몰린다. 이 모든 것이 모두 2차 피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오롯에서도 대응 초기부터 이를 명심하고 이 사건의 피해자에게 몰리는 시선을 최대한 차단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가해자를 위한 서명운동, 재판 과정에서 한 거짓 증언들이 비일비재했으며 가해자에게 긍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피해자를 이상한 여자로 모는, 일종의 2차 피해가 무용계 내에서 작동했고 이러한 이유로 수많은 억측과 오해들이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가해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피해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고 연대를 이어 온 오롯의 노력이 있었기에 최종적으로 2년 실형이라는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신변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두 번째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피해자가 어리거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경제적 혹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조직이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소극적이거나 수동적 태도로 대응 도중 혹은 소송 도중에 지치거나 실수를 해서 굉장히 불합리한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하며 “강력한 연대가 작동해야 한다. 관련 기관과의 협조와 조언을 듣고 적절한 대응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도 같은 방청연대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법부 응대와 변호사와 대책 마련,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론 매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오롯 위드유는 적절한 대응을 하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세 번째로 제도에 대해서 “법은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법은 매우 느리고 현실과 상황에 따라가고 있지를 못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정된 법안들과 국회에서 통과된 내용만을 살펴봐도 이러한 상황은 확연히 나타난다. 혹여 여론이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마련해 법안 발의를 해도, 실제로 국회에서의 법안상정부터 통과까지 과정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우리는 무조건 법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상황과 현실은 법이 못 미치거나 상황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때 좀 더 적극적인 적용과 대안이 일상이라는 현장에서 지켜주는 보호 장치가 제도”라고 말하며 “현재 협회나 무용단에는 가해자를 제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원금을 중단하는 것이다. 계약 당시 서약서를 작성하는데 성폭력 관련해 책임을 묻는 항목이 있다. 그것을 근거로 지원금이 중단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예술인권리보장법안이 지금 21대 국회 상정 중이다. 통과되면 관련 기관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성폭력 관련 사건과 연관된 제재나 조사가 가능해지는데 결정적으로는 처벌 권한이 없다. 해당 법안은 성폭력과 관련한 법들과 중복이 되기에 처벌 규정을 구체적으로 제정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형사법으로 연동하여 넘어가야 하는데 형사법은 이번에 일명 ‘박사방 사건’을 봐서 알 수 있듯이 느리고 또 다른 문제와 추가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며 “법에 기대기 전에 현장에서 실질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서 더욱 섬세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완벽하게, 끝까지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해자는 자신의 죄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무용계의 현황과 반응에 대해 “류모씨 사건에 관련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는 무용계 분 중 상당수의 분이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관계와 친밀도, 역사를 더 우선으로 여기면서 동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발견했다. 또한 ‘내가 해결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희가 해봐’라고 하는 반응도 있었다. 굉장히 소극적이다 못해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무용계가 이 단일 사건으로 세대별로 다르게 반응했던 지점을 공유하며 “비교적 젊은 친구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우호적이었다. 세대별 성인지 감수성이 확연히 달랐다. 이런 부분들은 남녀가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특별히 여자라고 더 비판적이거나 자기화하지 않았다. 일례로 재판과정을 함께 공유하자는 방청연대 활동을 보면 의외로 젊은 남자 분들이 많이 참석해 주셨다. 단순히 무용계에서 남자들이 증가했기에 나타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해 보면 나름의 문제의식이 치열해 보였다. 그러나 나이가 많을수록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무책임한 언어가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송 이후 남겨진 문제들에 대해 박성혜 전문가는 “이 사건은 확실히 무용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가해자를 바라볼 때 그 시선이다. 사실 오롯 위드유는 사람보다 사건을 봤다고 할까? 그리고 피해자의 요청이 있었기에 연대하고 도운 경우였다. 그렇지만 남겨진 문제들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2차 피해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필요하다. 다음에 가해자뿐 아니라 협조자, 동조자도 있었는데 그들의 반성이 전혀 없었다. 관련 학교, 협회와 무용 단체의 공식 사과 또한 전무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향후 다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발제를 마무리하며 “무용계가 왜 이럴까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모두 거대한 권력에 의해서 주눅 들고 저항을 못 하거나 문제 제기를 못하는 분위기와 환경에 놓여 있어 왔었다. 언제나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가해자는 현장으로 돌아오는데 피해자는 떠나게 된다. 이제는 무용(예술)계의 문화나 태도가 변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인지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비겁하고 무관심하지 말아야한다. 누구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2차 가해를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위증을 혹은 함께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도 언제든지 피해자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닌, 그저 가십이나 뒷담화를 넘어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좋은 문화예술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긴장하고 모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3. 진정한 대응은 무엇일까?
이지현|춤비평가, 한국춤비평가협회
이지현 전문가는 현장에서 바라본 무용(예술)계 성폭력 대응시스템에 대해 미투 사건 이후 지금까지의 대응 과정을 짚으며 시스템의 변화된 지점을 공유했다. 이후 진정한 대응을 위해 어떤 고민을 이어가야 하는지, 어떤 대응시스템이 더 마련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끝으로 오롯 위드유와 같은 연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연대로 생긴 몇 가지 변화를 나누고,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미투의 연대의 과정을 공유했다.
가해자가 느껴야 하는 부끄러움이 결여되고 있어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자세가 필요해
발제에 앞서 이지현 전문가는 “부끄러움을 우리가 이 사회 속에서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감정 중 하나가 수치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반성하는 자세다”라고 말하며 “요즘 가해자로서 느껴야 하는 부끄러움, 수치심이 결여된 경우를 많이 본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해한 후 자기반성 하는 것을 굉장히 창피하고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를 옹호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수치심의 결여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오지심[羞惡之心]을 통해 우리는 예전부터 정의롭지 못하거나 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부끄러움에 대해서 강조했는데, 이것이 우리 생태계 안에서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것, 돌아가서 반성하는 것, 다시 사회로 왔을 때 자신을 제어하는 것,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미투 사건 이후 대응시스템의 현재
2018년 미투 사건 발발
: 각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시스템 마련하기 시작
2019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 안내서’
: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음
2019년 9월 ‘문화 분야 성인지 인권환경실태조사’
: 약 34%의 문화예술인들이 성희롱 성폭행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
2020년 3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
: ‘피해자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춘 통합 시스템 마련
*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양성과정’
: ‘예방교육’에 초점, 올해 무용계 1호 예방교육 강사(무용 안무가이자 댄서) 배출됨
이지현 전문가는 미투 사건 이후 마련된 대응과정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하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성희롱, 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는 그동안 각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중복지원 하던 것을 ‘피해자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춰 통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무용에 대한 현장 감각을 가진 1호 예방교육 전문 강사가 양성되었지만, 그 강사가 각 민간무용단과 국공립무용단, 무용공연을 위해서 모인 프로젝트 단체들에게 사전 예방교육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유통의 경로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하며 “현재 코로나로 인해 예방교육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예방교육이 어떻게 현장으로 잘 들어갈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현장의 소리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
완전성을 갖춘 현장의 대응 체계가 필요
이어서 재발방지 대책의 미흡함을 언급하며 “최근 가해자인 교수 당사자가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가 보호되지도 않아서 ‘교수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와 시위가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이것은 제도나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발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침묵하게 만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대학사회, 공공극장들, 기관의 경영진들, 권력을 가진 제작 피디나 연출자, 많은 예술인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주도의 협회와 법인단체들과 같은 특권적인 구조가 있다. 이를 어떻게 견제하고, 어떤 조처를 해나갈 수 있고, 어떻게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며, 법무로 감시할 수 있을지 지속해서 보완하고 장치를 갖춰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언급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전문가는 “법과 제도는 갖춰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굉장히 느리다. 따라서 현장에서 행정적인 상황에서 개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완전성을 갖춘 대응 전략과 체계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➀성인지 감수성과 문화태도, 예방교육을 갖추고 ➁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시스템으로 조치를 취하고 ➂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➃그다음 사후 조치와 관리 감시하는 것까지 완전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안심을 할 수가 있다. 지금은 굉장히 부분적이고 단순하게 대증처방 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대응체계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나아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개개인들이 모여서 범죄 방지 대책을 위해 나서며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이는 노력이 중요함을 언급하며, 이러한 개개인의 목소리와 감수성이 모인 자리에서 적합한 대응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의 연대 ‘오롯 위드유’
페미플로어의 ‘성평등한 무용계를 위한 행동강령’
오후의 예술공방의 ‘전사의 땅’
이지현 전문가는 연대를 돌아보며 세 가지 지점을 이야기했다. 첫째로 “오롯 위드유 활동 덕분에 우리는 무용(예술)계 성폭력 대응 시스템에 대해 하나의 영역을 갖추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오롯 위드유와 같은 커뮤니티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 안에 가능하면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민을 나누고,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는 자기 수정을 하고 반성을 하는 남자 동료들이 많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대학을 다닌 80년대는 대부분이 여자교수들이었는데 남학생을 성폭행한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이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닌 구조와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뜻을 같이하는 남자 동료들이 있는 커뮤니티가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오롯 위드유의 2차 모임인 <무용(예술)계 창작 규약 만들기 워크숍>을 이야기하며 “창작 규약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모델로 정착되어 현장에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만들어본 사람들이 다른 팀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공연이 이뤄지기 전에 규약을 함께 만들어보고 현장에서 지켜나가면서 자리 잡으면 좋겠다. 특히 페미플로어에서 만든 <성평등한 무용계를 위한 행동강령>이 더 많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식을 가진 예술가들에 의한 창작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오후의 예술공방에서 공연한 <전사의 땅>은 성폭력,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직접적으로 느낀 것을 작품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자기 작업 속으로 사회 현상과 문제들을 녹여내는 것이 우리가 예술가로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에게 깊이 있는 감동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웃의 연대에 대해서 이지현 전문가는 스웨덴의 미투 사건을 중요하게 언급하며 “스웨덴은 성평등 지수 OECD 1위 국가이지만 2~3년 전에 미투가 터져 나오고 SNS로 익명 제보를 받자 한순간에 500명 이상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에게도 법과 제도가 돕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익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며 ‘예라고 말하지 않으면 예가 아닙니다’캠페인을 벌였다. 또한 가해자, 피해자 모두의 익명성을 철저하게 지키되 가해자가 폭력 상황에 관해 설명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그 사건을 연상하거나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도록 도왔다”라고 말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이지현 전문가는 “예술인 노조, 유니언들은 상식적인 법인체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고, 행동하는 여파가 크다. 우리는 과연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발언의 영향력이 큰 단체들이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다음에 지속적이고 유연한 형태로 어떻게 협의 테이블을 운영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 발제에 대한 질문과 대응시스템에 대한 의견
토론 진행자|이산 (한국성폭력상담소)
세 명의 전문가들의 발제가 끝난 후 이산(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진행에 따라 참여자들의 질문을 듣고 발제자가 답하며 토론을 이어나갔다. 이번 토론을 위해 오롯 위드유는 미리 참가자들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질문과 세심한 답변이 이어졌다. 비공개 토론회에 따라 공개를 허락한 토론 내용의 일부만을 공유하며 오롯 위드유 멤버와 발제자 외 참여자들의 이름은 비공개 처리한다.
이산 발제에 관한 질문이나 내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계 성폭력 대응체계에 대해서 해보고 싶은 말이 있다’라고 여기시는 것들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다.
권이은정 박성혜 선생님의 발제에서 “가해자들이 편법을 이용해서 지원금을 계속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은 문제다”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기본이면서 효과적일 것 같은 방안을 생각해봤다. 지원금을 주는 기관이나 재단에서 대표뿐만 아니라 단순 출연자든 실무 스태프든 모든 구성원 중에서 성폭력 관련해서 문제가 된, 사법적으로 확실히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스크린하는 제도 내지는 인력을 무조건 갖추어야 한다고 오롯 위드유라는 이름 혹은 무용계의 이름으로 우리가 연서명을 받아서 공개적으로 요청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미 있는 제도인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그게 안 되고 있다고 박성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걸 명확히 하게 된다면 사법적으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 문화예술계, 무용계 안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조처가 되리라 생각하고, 이 처벌적인 효과가 법적인 효력보다 오히려 높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쁜 짓을 자꾸 하는 것은 처벌적인 효과가 작아서인데 일단 이런 제재 시스템이 갖춰지고 나면 굉장히 효과적인 방지 대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어떤 생각이신지 혹은 이런 제도가 있는데 제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이 부분에 관해서 얘기도 해보고 싶다.
이산 말씀해주신 지원금 취소나 회수, 환수조치에 대해서는 지금 지원사업 수행 기간 중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지급된 분을 제외하고 회수한다든지 이런 협의가 가능한 거로 알고 있다. 그 가해자가 대표자가 아닌 경우 다순 참여자의 경우에도 어떤 협의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이 사업 수행 기간 이전에 가해자가 성폭력을 했던 경우에 논쟁이 되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
박성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에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혹은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계가 있고 또한 일종의 착각을 가져다줄 수 있다. 따라서 더욱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서약서를 첨부해서 제재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든지 하는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시스템 안에 장착을 시켜야지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재단이나 기관에서 현재 중복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e나라도움과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이것을 보면 행정인력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법률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서 ‘몇 년 동안 활동을 못 한다’라고 이렇게 명시가 되어 있을 때 제가 알기로는 법률적 최장기간이 10년이고, 보통은 다 2, 3년 정도이다. 그 때문에 법률이 작동을 하더라도 금방 현장으로 돌아온다. 그럴 때 이 사람을 받아들이며 ‘원래 우리 카르텔 안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깨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컴백해서 보란 듯이 무용하고 또 변칙적인 방법으로 연구 지원금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서명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이산 참가자 중 한 분께서 “기금 공모사업의 경우, 성폭력 범죄 관련 혐의를 선고를 받은 자 또는 구성원이 포함된 단체 그리고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서 수사 중인 자 또는 단체는 공모사업지원 신청 부적격자로 강제하고 있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김윤진 홍기원 선생님께서 Y 작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을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잘 들었다. 그걸 들으면서든 생각은 재단에서는 초기에 어떤 절차적 과정들을 밟았지만,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하여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납득할 만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변호사가 이렇게 얘기했고, 서울시에서 이렇게 얘기했으니까 우리는 이미 계약 기간이 만료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인데 상식적으로 가해자가 청년청의 예술 감독으로 고용된 기간 안에 벌어진 일이 과연 재단이 무관한 일인가? 프리랜서 감독일지라도 고용 기간에 사건이 벌어진다면 감시 관리할 어떤 제도가 없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을 미뤘던 서울문화재단이 윤리나 감수성과 같은 부분을 도외시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책임의 문제하고도 굉장히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 분의 전문가 모두 구조적인 문제와 특히 절차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강조하셨는데 그 부분들이 참 가슴에 와 닿으면서도 동시에 최소한의 인간적인 감각이나 윤리 같은 것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이렇게 감정이 훼손되는 느낌을 어떻게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단의 대표나 성고충 상담위원, 서울시 인권담당자에게 인간 개인으로서 사태를 바라보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개인으로서의 윤리적 감각은 어디에 물어야 하는가. 우리가 항상 위에서의 지침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주체인지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 질문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기관에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보다 바로 형사 고소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문체부에서 별도의 전담기구,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해도 조사권한이 제한될 텐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성혜 정작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원칙적으로 정당하게 해결하고 싶을 때는, 형사 고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관은 처벌 권한도 없고 수사권도 아주 미약하기 때문에 힘들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권리보호법도 처벌할 권한이 없다. 우리가 맡았던 사건도 다시 한번 복기하면 일단 형사 소송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추가로 연대라든지 협조라든지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일이 진행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형사 고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굉장히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저쪽도 결사적으로 방어를 할 것이고 법정에서의 싸움이라는 것이 서로 이기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갈 데까지 간다고 여기고 임하는 것이 낫다. 이겨야 하니까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심지어 상상 이상으로 치졸하고 뻔뻔한 행동도 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한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응 과정이 힘들었지만, 피해자는 끝까지 합의하지 않았다. 사법적인 벌칙이 가해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 관점에서 보면 가해자에게 가중되는 법이 생각보다 약했다. 만족할만한 형량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게 느끼는데 피해자는 오죽했을까? 생각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법안이 계속 강화돼야 하고 수정돼야 하고 계속 현실적으로 변형돼야 한다. 그래서 다시 입법화되고 정착돼야 한다. 또 사회는 연동이 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의 발언이나 문화의 변화에 의해 법안이 바뀐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압력을 가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외쳐야 하고 여론을 환기해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산 앞서 말씀하신 분들 얘기 들으면서 사실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보기에 굉장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으로 보이는 어떤 조직이라도 용감한 여성들이 한 명은 꼭 들어가 있는 것들을 알 수가 있다. 규약이나 법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종이 위에 누워 있는 글자에서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일으키는 건 아직까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분들이 주로 여기 모이셨을 거로 생각한다. 참가하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오늘 어떠셨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참가자1 잘 모르는 분야여서 도움을 받고자 참여 신청을 했다. 저는 극장 소속인데 극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되게 면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공연장에서 있다 보니까 공연장에서 실제로 공연이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들을 많이 보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보기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을 봤을 때 뭔가 말할 수 있는 규정 같은 게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까 강의를 듣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참석하게 됐는데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참가자2 소중한 말씀 잘 들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속 공부를 해나가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얘기를 들었고 오늘 생각보다 되게 깊이 있는 얘기를 들어서 면밀하다, 멋있다는 생각했다. 근원적으로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거라고 하는 것들이 바뀔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세상이 변하고 있고 우리가 너무나 많은 변화 속에 있다. 여기 계신 많은 선생님이 이런 변화를 조성했고, 해볼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저는 되게 희망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저도 앞으로 공감을 가지고 따라가겠다. 말과 행동의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하다. 계속 따라가겠다. 다음번에는 얼굴 뵙고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가자3 저는 문학 쪽에서 일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오롯 위드유의 이야기를 굉장히 충격 받은 상태로 다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며 오늘 참여하게 됐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좀 힘을 많이 얻었다.
참가자4 우선은 문제가 드러나려면 결국엔 누군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그것이 공론화되어야 결국에는 모두가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현장에서 이런 움직임들을 자발적으로 목소리 높여서 임해주시는 많은 분이 계신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이런 목소리들을 따라서 우리나라에 있는 예술 기관 시스템이 바뀌고 법체계가 보장돼서 예술 현장에 있는 분들이 마음 놓고 평등한 환경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고 그에 따라서 정말 의미 있는 창작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세 시간에 걸친 발제 및 토론 시간이 지났다. 남겨진 질문들과 설문 내용이 있었다. 김서령 사회자는 “오늘 토론을 위해서 미리 진행한 설문조사에 많은 분이 대답을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들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 시간상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남은 이야기는 마지막 결과공유회에서 나누고자 한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뜨겁게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감사드린다. 연대라는 것은 계속 지켜보고 또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우리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의미가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오늘 함께 해주신 분들도 끝까지 우리의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롯 위드유는 이제 마지막 결과공유회만을 앞두고 있다. 10월 23일 금요일 2시부터 5시까지 댄서스라운지에서 열릴 결과공유회에서는 <이제, 현장은 무엇을 더 이야기하려 하는가>를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가졌던 현장모임에 대한 결과보고를 나누고, 이어서 미처 다루지 못한 질문들을 중심으로 허심탄회하게, 전문가와 청중이라는 불필요한 장막 없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자세한 사항은 오롯 위드유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오롯위드유 "사법적 판단 너머, 무용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공동연구는 10월 23일 결과공유회로 마무리됩니다. 결과 공유회는 따로 기사로 발행되지 않습니다.
<오롯위드유 결과 공유회 안내>
[오롯 위드유 5차 현장연구모임] 결과공유회 "이제, 현장은 무엇을 더 이야기하려 하는가"
ㅁ일시: 2020.10.23.(금) 14:00~17:00
ㅁ장소: 댄서스라운지(독막로 7길 64, 3층)
ㅁ사회: 김윤진(무용인희망연대 오롯 위드유)
ㅁ1부 결과 보고: 김윤진
ㅁ2부 집담회 진행: 이산(한국성폭력상담소)
ㅁ신청: 선착순 15명 http://naver.me/x1XlU7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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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희망연대 오롯 위드유.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의 분과위원회로 반성폭력 연대활동 등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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