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문화예술교육 예산 지역 이관 이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예술학교의 변화를 개괄한 기사(기사 보기)를 게재한 이후,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이슈에 대해 보다 상세한 변화의 양상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문화정책리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상황을 살피고자 전국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터뷰를 연재한다.
1. 31개 기초센터 만들기라는 과제 앞에서-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2.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전달하는 시기 - 김영경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3. 사회적 의제와 결합하는 문화예술교육 - 이민석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4. 파트너를 찾고,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 서하나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5. 연대와 협력말고는 방법이 없다_ 서환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전남문화예술교육센터는 몇 해 전 기초지자체 단위 문화예술교육의 시동을 걸었던 바 있다. ‘문화지소’라는 이름의 그 사업은 마침 기초 문화예술교육 거점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중요한 참고가 되었다. 아르떼의 기초 거점 사업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지속되지 못한 것처럼 애석하게도 문화지소 사업 역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표류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남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강수정 센터장을 만나 그간 다소 관성화되었던 사업의 갱신, 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한 기초지자체 협력, 달라진 도청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대응, 섬과 산,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지역적 특성에 대한 대응 단체종사자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자극의 제시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안태호: 문화예술교육은 올해부터 맡게 된 건가
강수정: 그렇다. 올해 3월 2일부터 맡았다. 일 년을 지내보니 팀원 구성이 좋고 합이 잘 맞아서 뭔가 해볼 만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변화를 모색해보려 한다.
안태호: 계속 문화예술교육 센터를 맡아온 건 아니지만 문화예술교육 예산 이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강수정: 국비에서 도비로 예산채널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데 눈에 띄는 변화로는 꿈다락처럼 기존에 루틴화되어 있던 사업 명칭이 달라졌다는 걸 꼽을 수 있겠다. 전남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은 명칭을 유지했지만, 생애 맞춤형 문화예술교육과 모두의 문화예술교육 등으로 개편했다. 생애맞춤 문화예술교육은 말 그대로 연령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을 테마로 했고, 모두의 문화예술교육은 섬과 같이 문화예술교육이 어려운 지역이나 취약계층,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삼는 사업이다. 이밖에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강사비를 좀 인상했다. 수업 차수의 경우에도 유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조정했다. 사업의 변화와 함께 단체의 기획력 신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역량 강화 교육을 자체 기획 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안태호: 사업 명칭과 성격에 변화가 있었다고는 해도, 현장의 변화가 뒤따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수정: 사업을 바꾸면서 단체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모사업의 주제와 방식이 모두 바뀌었는데, 단체들은 기존 관행대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계획서를 가지고 생애주기 사업에 지원하거나 지역특성화에 지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단체가 많이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안태호: 문화예술교육 사업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단체들의 성장과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많겠다.
강수정: 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결국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목표는 단체들이 성장하고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사업에 선정되어 활동하는 팀들과 자주 의논하고 생각과 의견을 들으려 한다. 모든 사업에 컨설팅을 접목하고 있는데, 개별 단체의 자체평가와 병행하도록 해서 자칫 보여주기나 일방적인 과정이 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 시민들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단체들의 활동방식이나 콘텐츠에 변화가 없다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해 심사 과정에서 몇몇 단체들이 기존의 방식과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재단 실무자로서 반성하게 되더라. 재단이 현장의 단체들에게 필요한 자극과 성장의 기회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태호: 성장이라는 말이 언제나 필요하고 긍정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불편한 주제일 수도 있다.
강수정: 당연하다. 올해 역량강화 이야기를 하면서 단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래서 단체들에게만 성장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 역시 서로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단이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문화예술교육 종사자 교육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안태호: 그게 토끼캠프였나?
강수정: 맞다. ‘무장무장 토끼캠프’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사업이었다. 잔여예산을 활용해 자체 기획으로 운영했다. 강의식 교육으로는 참여자들의 흥미를 끌어올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의식주, 대상, 질문, 로컬, 몸, 관계라는 파트를 나눠서 참여자들과 강사들이 직접 활동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100여 명이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는데, 본인들이 고수했던 어떤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이렇게 해도 되요?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이런 말을 많이 들고 한편으로는 단체 관계자들의 시야를 좁혀놓은 게 결국 지침이나 방침 같은 것을 강조하고 틀 안에 가둬 놓은 조직의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 지침이나 방침이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해둔 거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런 틀을 깨는 해석의 방식이나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아주 반가웠다. 국비가 아닌 지방비로 사업을 운영하니 이런 부분에서 해석의 틀을 더 열고 생각과 활동의 폭을 넓힌 공모 방식을 적용해 보려 한다.
문화지소, 성과에도 불구하고
안태호: 전남 문화예술교육을 떠올리면 문화지소가 먼저 생각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기초 거점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매우 선도적으로 사업을 했고 초반에는 전국적으로 주목도 많이 받았다.
강수정: 2019년도에 담양과 장흥 2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행하면서 이슈가 됐다. 광역 도의 경우 권역이 넓다 보니 거점과 인력 양성에 대한 요구가 많다. 또 문화지소가 설계부터 3년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핫이슈였고 담당자가 장관상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재원이 국비로 받는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사업 예산이었다. 센터 사업 예산 3억 원으로 전남만의 기획 사업을 지자체 매칭을 통해 진행했던 사업이다. 작년에 국비가 전액 삭감되는 과정에서 인력 운영비용은 확보했지만, 문화지소 사업비는 삭감이 되어버렸다.
안태호: 그 간의 성과가 있었으니 별도 논의를 통해 예산확보 과정을 밟지 않았나.
강수정: 당연히, 성과가 좋은 사업이었기 때문에 도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전국적으로 우수사업이라고 평가받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는데, 여러 가지 상황 상 연속사업으로 가져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안태호: 그럼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예산은 어디에서 책정된 건가?
강수정: 현재 재단이 전라남도 문예진흥기금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산의 한계로 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기금예산을 통해 별도로 운영하는 일종의 실험이다. 올해로 3년차를 맞았는데, 재단의 역점사업인 브랜드 뮤지컬제작, 사회적가치지향프로젝트 등을 이 예산으로 한다. 올해 문화지소 사업을 이 기금 사업으로 편입해서 진행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곡성, 영암, 강진이 지속 지원을 받았고, 광양 문화도시 사업단이 신규로 선정되어 활동했다.
안태호: 국비 예산 지역 이관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강수정: 아쉽고 안타깝다. 어떻게든 문화지소를 유지하고자 그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 재설정 등으로 설득하고 있다. 사업 시행 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초지자체 문화재단들이 점차 설립되고 있어 광역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안태호: 문화지소가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강수정: 문화지소가 1년차 사업에서는 기초 단위의 인력과 자원조사부터 시작해서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재단에서도 기대가 컸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고.
안태호: 맞다. 아르떼에서 실행했던 기초 거점 사업의 모델 중 하나가 전남의 문화지소 사업이기도 했다.
강수정: 그런데, 3년 사업이 끝나고 나서 이걸 계속적으로 가져가는 데 실패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지자체와 협약을 맺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3년 지나고 예산 지원이 마무리됐을 때 이후 사업이 이어지지 않으니 성과를 연결해나갈 수가 없더라. 광역이 커버할 수 없는 지역의 이슈에 기반해 사람도 길러내고 지역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기대했는데, 아쉬운 실험으로 남게 됐다.
간섭인가, 협업인가
안태호: 기초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와 관련해 사업 단위가 아니라 기초재단 협의회나 네트워크 등의 테이블이 있나.
강수정: 재단 정책 파트에서 구성한 기초재단협의회가 있다. 아직은 기초재단과 구체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사업별 매칭이나 연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광역이 22개 시군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기초재단과는 꾸준히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지자체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나 의지가 낮은 편이라 내년에도 기초재단과의 협업 노력을 더 진행할 것 같다.
안태호: 예산 이관으로 인해 전라남도와 사업을 협의하고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이 많아졌을 것 같다. 다른 지역 사례를 봐도 이전에는 사업 내용들을 크게 안 보고 예산 매칭만 해 주는 정도였는데, 이제 내용을 들여다보는 게 양면성이 있다는 말들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협의하는 파트너가 되기도 했지만, 간섭받는다는 느낌이 있다는 거다.
강수정: 재단 설립이 2009년인데, 2010년부터 센터가 설립되어 운영되었으니 15년이 지났다. 매우 안정화되어 있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작년에 국비가 끊기고 난 후 도에서 교육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더라. 이전까지는 당연하게 있었던 사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지점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지자체 관계자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지는 않다. 결국 문화 향유 프로그램이나 생활문화에 가깝게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해 토끼캠프를 준비하면서도 이게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도 관계자들에 대한 정책적 설득은 계속하되 결국 재단이 문화예술교육 영역에서 성과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단체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 한다.
안태호: 공모 단위에서는 기대하지 못한 것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재단 차원에서 모색할 새로운 시도의 방향이나 내용이 궁금하다.
강수정: 지역의 특성이기도 한데, 전남은 이주민들 아니면 농업이 유지가 안 된다. 도청에 인구청년이민국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다. 모두의 문화예술교육 등에서 문화다양성 사업을 일부 실행하고는 있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 없어서 아르떼나 다른 지역과 협력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현실화 된 것은 아니지만, 기초지자체 단위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태호: 방금 지역의 특성을 일부 이야기했는데, 전남이 다른 지역하고 다른 특징이 있다면 또 어떤 게 있을까.
강수정: 당장 다른 지역과 다르게 지리적으로 다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바다가 있고, 섬이 있고, 산촌이 있고, 농촌도 있고, 도시도 있다. 삶의 조건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도 모두 달라진다. 지역별로 접근성 이슈도 있고, 정서적인 특징도 제각각이다. 활동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본다면 현장에서는 전통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들 수 있겠다. 무형문화유산 전수자들은 물론이고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문화예술교육 파트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은 지역 문화에술교육에 큰 자산이기도 한데,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이 분들은 종종 전통이 드러내는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게 아니라 원칙으로 고수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런 경향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센터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안태호: 마지막으로 전남문화예술교육센터의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의 방향이나 지향이 있다면 말해 달라.
강수정: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은 지침이나 방식이 수도권 중심으로 체계화되어 있었다. 우선은 그 틀을 깨고 탈피했으면 한다. 지역의 특징과 상황에 맞는 교육사업들을 잘 세팅해보려고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기초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는 기회를 만들고, 지역의 단체와 활동가들이 다양한 자극과 변화의 흐름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마련하려고 한다.
강수정. 전남문화재단 생활문화진흥팀장 겸 전남 문화예술 교육지원센터장. 유년기부터 청소년기에 예술인(아티스트)의 꿈을 키웠지만 정작 금융인으로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사회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였다. 『내가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베르트랑 베르줄리)에서 행복해진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이 잘 되게 하기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 것임을 이야기한 것처럼 나도 중년이 되어서야 그 꿈을 쫒아 전남문화재단에서 제2의 전성기를 행복으로 채우고자 10여 년 애쓰고 있다.
안태호. 본지 편집위원.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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