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역이란 무엇인가. 나는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공부하고, 지역에서 창간한 비평잡지를 통해 문필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은 그 문예지를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역문화연구와 지역문화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아니, 정말로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지역문화 현장을 톺아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력감에 휩싸이곤 한다. 오해하지 말 것은, 지역에 ‘문화’라 부를 수 있는 역사와 전통, 웅숭깊은 생활양식이 없다거나, 지역문화에 대한 정책과 연구가 부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학’은 융성하고 있다. 내가 살고있는 부산의 대학과 민·관 기관에는 십수 년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어 있는 지역학연구센터와 사업단이 있으며, 생활문화와 예술문화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