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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탄핵정국 ③] 예술정책의 막다른 지점: ‘예술인공제회’라는 실마리2-예술인을 담보로 한 관료들의 자산형성 수작? (김상철)

CP_NET 2025. 3. 10. 08:46

 

편집자 주: 202412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었고 이제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확정의 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이어 문화 및 예술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발표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 여론 수렴 및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탁상공론인데다가 정권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졸속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는 데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문화정책리뷰]는 혼란의 시기에 혼란을 더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행태를 기록하고 비판하고자 합니다.

우선 현재 추진 중인 예술인공제회 관련 논의를 소개하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예술정책 특히 예술인복지정책은 압축 발전을 해온 정책영역입니다. 실제로 예술인복지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상당히 오래된 일본보다 법제화가 빨랐고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전 세계 예술위기 하에서도 한국은 이미 상당한 정책 패키지가 존재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빠른 제도화가 실제 정책의 효능감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인 배경인 예술인의 권한 강화와 정부의 정책과정에 변화를 가져왔는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예술정책의 경향은 이와 같은 역설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현재 논의 중인 예술인공제회논의를 사례로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는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권리보장법으로의 확산 그리고 예술인복지재단의 성립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 이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예술인복지 정책 자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의 문제를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열망하고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예술정책의 막다른 지점: ‘예술인공제회라는 실마리(김상철)
문화체육관광부의 경거망동(염신규)
예술정책의 막다른 지점: 예술인공제회라는 실마리2-예술인을 담보로 한 관료들의 자산형성 수작? (김상철)

 

 

2011년 예술인복지법의 법제화로 등장한 한국의 예술인복지체계는 그 자체로 놀라운 성취이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술인복지정책 전담 기구로 등장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역시 모든 정책전달체계의 말단에 놓인 기관이 그렇듯, 하는 일에 비해 높지 않은 성취와 산하 기관이라는 말을 신하 기관으로 보는 정부 부처의 인식 때문에 비판보다는 동정의 시선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애초에 근거했던 토대로부터 떨어져 나와 뿌리 없는 존속을 마치 발전이라고 여기는 일이 벌어진다면? 안타깝지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윤석열 정부를 경유하면서 갈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경향성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기에 기관 자체에 대한 존폐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형식의 존립은 적절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기관의 변화에 대한 방향성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내부의 구체적인 지향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예술인복지재단은 변질되었다. 그것이 숙성의 방향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부패의 방향이어서 안타깝다. 적지 않은 친소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조만간 사임하겠지만 그때까진 유지할, 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의 직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상은 지난 3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장관이 참석한 정책 토론회 오후 3시의 예술정책 이야기에서 공개된 한국재정학회 예술인공제연구팀의 <예술인 공제회 설립·운영 방안>(이하 발표 자료) 연구 용역 보고서에 대한 잠정적 결론이다. 발표 자료엔 김용하, 석재은, 서우석, 류진석, 서장수, 권승은과 같은 쟁쟁한 연구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복지제도, 문화행정 관련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몰라서 한 연구라기보다는 의도가 분명히 관철된 연구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면 발표 자료를 보면서 왜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가.

 

 

예술인복지를 예술인에 대한 퍼주기로 이해하는 편협성

 

먼저 참고로 하는 발표 자료는 최종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한다. 하지만 문화부 주최 공청회에서  발표된 것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해본 이야기를 넘어선다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 현재 논의 중인 예술인공제회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었던 것이 바로 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어떤 상황을 문제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예술인공제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는가라는 점이다. 발표 자료에선 생활안정자금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라는 표현이 나올 뿐인데, 정작 현행 생활안정자금 사업의 무엇이 비효율적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짐작컨데 운영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최초 융자가 시작된 이후 본격적으로 원금에 대한 상환이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점, 그리고 이 때문에 복권기금의 전입은 줄어들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의 문예진흥기금 내 적립액이 늘어는 재정구조 상의 특이성이 언급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운영체계를 바꿀 만큼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보긴 힘들다. 예술인의 낮은 소득 문제나 기존 사회보장 체계에서 배제된 특징들을 진단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게 반드시 공제회의 필요성에 닿아 있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예술노동이 단속적이라거나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한다는 등은 한국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발표 자료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다. 바로 예술인 스스로의 자발적 기여의 필요성이라는 언급이다. 예술인복지제도에 대한 예술인의 자발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호부조를 원칙으로 하는 공제 사업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서 사회보장과 사적 보장 사이에 놓인 공제 사업, “정부의 능력 한계를 인식하면서 공과 사 간의 역할 분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지고 별안간 안정성과 연대성이라는 말이 강조된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수사학적 표현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기존의 예술인 복지체제가 예술인에 대한 일방적 퍼주기 정책으로 일관되어 지속적으로 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는 바, 이제는 예술인 스스로의 기여를 통해서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소위 퍼주기라는 정책 공급자의 인식은 단지 이 보고서만의 과장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 자문회의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된 바 있는데, 예술인공제회 추진이 문제적 사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중요한 단서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예술인복지 전담 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인식과 닿아 있다는 가능성이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2017<예술인복지금고 재원조성 방안 연구>는 기존의 예술인공제회 방식의 불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내부자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예술인공제회 논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내부 인식의 변화가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발표 자료에는 현행 예술인복지법 상 재단 설립 근거를 공제회 설립 근거로 바꾸는, 복지재단의 예술인공제회 전환 방향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결코 쉽게 볼 내용이 아니다. 우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일에서 융자사업이 그렇게 핵심적이고 중요한 사업인가라는 질문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현행 생활안정자금 융자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자금으로 수행되는 사업이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해당 사업의 대행기관에 불과하다. 자금의 규모가 아무리 커도 사업 자체의 속성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음으로 기관의 성격 문제다. 예술 현장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사업의 전달체계로서가 아니라 예술인의 복지와 권리를 옹호하고 보장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융자사업은 불가피하게 자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호의 대상을 관리의 대상으로 만든다. 소위 정부정책이 금융화 방법을 차용하면서 변화하게 된 맥락은 이미 다양한 이론적 배경이 있는 이야기니 넘어가고, 결국 융자사업은 복지사업을 전담하는 기관의 목적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융자관리위원회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하면서 빨리 예술인금고 설립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발표 자료의 핵심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아예 예술인공제회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추가되는 역할이 아니라 기관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것이다. 당연히 예술인공제회 사업 영역의 우선 순위가 기존 복지재단의 고유한 사업이 아닌 공제사업으로 채워졌다. (예술인공제회 사업 목록에 예술인금고 사업까지 나열되어 있다.) 당장은 공제회 전담 조직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설치하는 것이지만 법령 개정 등을 통해서 점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예술인공제회 조직으로 전환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단지 용역 연구팀의 의견일까. 아닐 것이다. 특히 문화부나 관련 기관의 정책연구를 수행한 사람이라면 공개적인 정책토론회에서 발주기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연구진의 자율적인 의견이 발표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현장 예술인들의 죽음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문화부와 야합하여 기관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럽고 놀랐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예술인복지기관으로서 예술인복지재단이 스스로의 뿌리와 단절하기로 했구나, 더불어 이젠 전달체계에서 자기 의지를 갖고 오히려 현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조직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예술인공제회냐 문화 직렬 공무원공제회냐

 

발표자료는 사업의 목적도 분명하게 이해하게 해준다. 말로는 예술인의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자기 기여의 확대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공공영역의 공무원이나 준공무원들의 자기 조직 만들기에 불과하다. 즉 잘 되어 봐야 문화관계기관 퇴직자 조직 같은 것, 그러니까 경우회나 행정동우회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선 목적 사업으로서 공제사업과 기타 사업으로서 복지사업의 재원이 다르다. 공제사업의 경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재해보상이나 청년 예술인의 자금형성 공제는 아니다. 퇴직연금형 공제가 핵심인데, 여기에 대상자로 문화부 공무원과 문화부 산하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이 언급되어 있다. 물론 예술인도 들어가 있는데 그 규모는 현행 예술인활동증명 대상자인 19만 명이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한 6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2024년 기준으로 전체 예술인이 20만 명 정도라고 추산하면 예술인공제회 대상은 이의 1/36만 명에 불과한데, 여기서 공제회의 가장 핵심적인 공제 사업인 연금공제에 가입하여 최소한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 장기 납입이 가능한 이는 더 줄어들어서 겨우 10%에서 50% 정도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발표 자료에서 말한 대로 현행 문화예술용역 내에서 납부하는 고용보험료에 합산하여 공제료를 강제 징수하는 것을 고려할 때 수준이다. 대부분은 퇴직 연령에 일시금으로 약간의 이자를 붙여서 찾아가는 수준일 것인데, 그러면 공제회가 장담하는 안락한 노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공재정으로 임금을 받아온 문화부 관료들과 공공기관 종사자들 그리고, 또 누가 가능할까?

 

이런 비판에 대해 돈이 있는 쪽에서 없는 쪽으로 흐르게 하면 된다, 즉 공제회의 고유사업에 열악한 예술인의 지원사업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궤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문화부 공무원이고 공제회에 연금을 납입하고 있는데 납부한 자산운용의 수익금 중 일부를 유보해서 예술인 복지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하면 동의를 할 건가? 그리고 동의를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 질문을 바꿔서 당신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직원이고 서울문화재단 직원이다. 자금 운용을 통한 수익의 1순위는 어디에 쓰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과학기술공제회를 모델로 하는 이 방식은 전제부터 틀렸다. 과학기술공제회는 서로 하는 일이 달라도 우선 과학기술인이라는 동질성이, 한 편으로는 전문화된 학제적 훈련과정에서 (이를 학벌체계 등 연고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순망치한의 운명 공동체로서의 인식을 통해서 구축되었지만 예술인 정책은 그렇지 않다. 솔직히 문화부 공무원 중 예술지원 정책에 관여한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 지역문화재단 중 시설관리나 관광 계열에만 머무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될 건데, 이들이 예술인과 연대성과 상호성을 가질 여지가 있나? 무엇보다 기존 예술지원정책이 가진 '공급자로의 인식' 자체가 과학기술 영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국가가 과학기술의 R&D에 대하여 퍼주기 운운하는 인식은 거의 윤석열 정부 관계자 정도만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관료들, 예술전달체계에 놓인 이들은 스스로 생각해보라. 스스로 생각할 때 공공지원을 받을 만한 예술인이라고 생각되는 범위가 어느 정도 인지 말이다.

 

 

부적절한 시기에 문제 많은 내용을 추진하는 폭주, 무엇을 할 것인가

 

자체 공제 사업은 자체 고유사업으로 한다. 핵심은 퇴직연금 제도가 될 것이고 결국 문화행정 직열의 특수공제회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기타공공기관 방식으로 문화부 관료들이 직접 자금을 관리하면서 통제하게 될 것이다. 예술인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공기관으로 공제회를 설립하는 연구를 하면서 잘도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말을 한다. 애당초 발표 자료 어디에도 운영체계 등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도 역시 이해가 된다. 그러면 기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수행하는 복지사업은 어떻게 하나? 한편으로는 공제회의 수탁사업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문화재단으로 다 이관하면 된다. 그러니까 법에서 나열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역할 중 상당수는 공제회의 여유 자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공재원을 통해서 마련되는 수탁사업 구조로 바뀌게 될 것이고 활동증명이나 파견예술인 사업 등 일자리 연계 사업 등은 지역 문화재단으로 넘기고 공제회는 사업관리 대행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지금 말하는 발표 자료가 문화부가 허락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예술인공제회 가입 범위에 '문화부 직원'이 포함된 건 연구자의 아이디어 일 수 있지만 문화부가 수용하지 않았으면 나오기 힘든 언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예술인공제회는 예술인을 위한 공제회인 건가, 아니면 예술인을 담보로 문화예술 관료들의 자산형성을 위한 수작인건가?

 

문화부의 예술인공제회 추진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고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참조하고 있는 건설공제회의 방식은 당장 작업의 개시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와 같은 쟁점, 즉 최초의 카드 등록 시기에 대한 쟁점을 안고 있다. 예술의 일 자체가 명확하게 시작과 끝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쟁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논의를 우선해야 한다. 공제회 논의가 아니라. 왜 기존의 예술지원정책이 예술인들의 독립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예술인들의 독립을 위해 기존 민간 시장 지향적 방식과 별도의 공공 시장을 정비하고 확대하는 방안은 없는지 그리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예술활동의 공정한 단기 기준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현안에서 논의를 출발해야 했다. 당장 예술인생활안정자금 사업만 하더라도 누가 융자를 필요로 하고 예술인은 융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며 실제 상환과정에선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기존의 금융기관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숫자로만 존재하는 10명이 아니라, 각기 다른 예술인의 삶 10개로 인식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때마침 나온 문화부의 <2035 문화비전>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문화역량 제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문화예술 지원 방식 개선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여기엔 자립형 복지 위한 예술인 공제회 설립 및 공제 사업 실시가 언급되었다. 그리고 덧붙여 직접 지원보다는 공간, 장비, 홍보, 유통 등 간접 지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자생적 성장을 위한 간접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문화부의 장기적인 문화비전에 예술지원정책이 언급된 유일한 항목이 바로 공제회다.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간접지원 방식의 자생력을 강조하는 사업전환의 대표적인 사업이 공제회인 셈이다. 앞 선 글에서 예술인공제회의 추진 목적을 두고 문화부 내부의 동기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내부의 동기라는 관점에서 추정했다. 이를 테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문화부에 의해 블랙리스트가 자행될 정도로 일방적인 관계여서, 예술인공제회에 대한 문화부의 동기가 재단에 강제된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을 했다. 하지만 발표 자료를 보았을 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술인공제회를 두고는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통령 탄핵 국면이다. 누구도 정책 변화의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예술인공제회 추진은 관료집단의 폭주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그 자금이 문화부 재원도 아니고 생활안정자금이다. 복지재원으로 사용해야 할 복권기금 자원을 특수직역 공제회 만드는 연구에 쓰고 있는 것이다. 문화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목적성 자금으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제안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의 예술지원 정책을 배제하면서 조직을 줄이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통합을 생각해보자. 다음 글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

 

 


김상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현재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 한국예술교육진흥원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적을 두고 재정과 참여예산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도 겸하고 있다. 창간호(20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