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문화예술교육 예산 지역 이관 이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예술학교의 변화를 개괄한 기사(기사 보기)를 게재한 이후,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이슈에 대해 보다 상세한 변화의 양상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문화정책리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상황을 살피고자 전국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터뷰를 연재한다.
1. 31개 기초센터 만들기라는 과제 앞에서-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2.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전달하는 시기 - 김영경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3. 사회적 의제와 결합하는 문화예술교육 - 이민석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4. 파트너를 찾고,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 서하나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광역시 단위에서는 기초지자체와 협력의 밀도가 높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광주는 자치구 단위 문화재단이 1개뿐이다. 지자체에서는 문화예술교육보다는 공연이나 전시, 축제 등 참여자가 많고 성과가 뚜렷한 사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신 ‘정(情)이 많은 도시’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과정의 전략으로 연대와 협력을 꼽았다. 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와의 연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과 연계된 기관들과의 협력사업을 통해 공동연수와 협력사업을 만들어간 경험이 전략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더해준다.
예산 확보의 위기, 지역 기관들과의 협업
안태호: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는 오래된 과제지만, 최근 문화예술교육 예산의 지역이관으로 이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서환희: 2023년보다 문화예술교육센터 예산이 9억 원 줄었는데, 정량적인 부분을 포함해 성과를 내야 하고 사업을 안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아르떼)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사 현장역량강화 사업 하나가 남았다. 센터 운영비와 관련한 일몰이 갑작스레 진행되는 바람에 타격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미리 실무자 인건비 채널을 변경해 둬서 큰 문제는 없었다.
안태호: 2023년에 인건비 문제로 고전한 곳들이 좀 있었는데, 빠르게 준비를 한 것 같다.
서환희: 2023년에는 센터의 평가 문제가 이슈였다. 교육사업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17개 센터에 대한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하겠다고 했다. 거의 경영평가에 가까운 지표여서 센터들이 그 지표를 어떻게 수정하느냐를 가지고 논의가 있었는데, 예산지원 일몰과 함께 흐지부지됐다.
안태호: 어쨌든 이관 관련해서는 평가와 인력 운영에 관련한 이슈가 두드러졌다는 이야기다.
서환희: 물론, 가장 큰 것은 예산이다. 인건비 부분도 있지만, 당장 사업축소를 피할 수 없으니까. 공모사업 지원금이 줄면서 사업들이 통합되고 역량강화사업이나 워크숍, 기획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 이관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예산을 점진적으로 줄여갔다면 차분하게 대비할 시간이 있었을 거다. 현재 구조상 지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광역센터에 존재하지 않는다.
안태호: 그 과정에서 정부와 아르떼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말인가
서환희: 지역 이관 과정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방법적인 부분들을 함께 제시해 줬으면 좋았을 거다. 이 순서가 바뀌다보니 어려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광주는 지자체 담당자나 시의원들의 이해도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세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역시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예산 확보 차원에서 위기가 온 것이다.
안태호: 위기 돌파를 위한 전략이 있을 것 같다.
서환희: 일단은 센터와 함께 공모에 참여하는 팀들이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나눴다. 문화예술교육은 아무래도 참여자 수로 볼 때 다른 사업과 비교당하기 쉽다. 당장 공연사업과 비교하면 숫자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예산확보가 쉽지 않은 이유다.
안태호: 지자체에서 그 부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서환희: 그래서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떻게 효율을 극대화할지 모색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잘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관 기관들과의 협업을 시도했다. 2023년에 유아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해 유관 기관 협의회를 구성하고 테이블을 유지하며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교육청과 유아교육진흥원, 육아종합지원센터, 시청자미디어재단, 아시아문화전당재단을 포함한 7개 기관이 MOU를 맺고 공동연수와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기관 특성에 맞춰 유아교육진흥원과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모인 300여 명의 영유아 교사 대상 연수를 실행했고, 문화예술 강의와 공연 관람 시간을 가졌으며,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등 큰 호응에 힘입어 올해도 진행 중이다. 유아 대상 예술공연을 하나 만들기도 했는데, 올해는 아시아문화전당재단의 공연테크니션들이 결합해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쳤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제작과정을 촬영해 방송에 송출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안태호: 기관협력을 통해 성과내기가 만만치 않은데 좋은 사례를 만들어낸 것 같다. 예산축소와 사업위축에 대해 다른 기관과의 협력,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돌파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서환희: 지역 내의 연대와 협력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다. 참여기관의 만족도도 높고. 몇몇 기관은 예술단체 추천을 요청해서 센터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단체들의 활동범위가 확장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센터가 매개가 되기는 했지만, 기관별로 별도의 협력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 결국 그것이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의 뿌리를 깊고 넓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안태호: 사실, 이전부터 그렇게 했어야 되는 건데 지역화가 촉매제가 됐다고 봐야겠다.
서환희: 그렇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고, 실행과정을 통해 확신을 얻게 되었다.
‘예술시민배움터’로 통합, 단체 자율성 확대
안태호: 꿈다락토요문화학교와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은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큰 축이었다. 광주에서는 배움터라는 이름의 사업으로 개편을 했던데 개편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서환희: 지역특성화와 꿈다락이 중앙의 의도와 목적에 맞추다 보니 생활문화에 수렴하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다. 꿈다락은 그저 토요일에 진행하는 문화학교의 느낌이랄까. 지역특성화 역시 5.18이나 무등산 등의 주제에 한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도 둘 사이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와서 경계를 허물고 단체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했다.
광주 2차 문화예술교육계획의 비전이 ‘예술시민이 되다’였는데, 여기에 맞춰 예술시민배움터로 통합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판을 열어주자는 취지로 보면 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지특, 꿈다락의 관성이 남아있지만 서서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들은 자율성 확대에 일단 긍정적이다.
안태호: 문화예술교육 정책에서 기초자치단체와의 관계는 어떤가. 광역지자체에서도 도와 시가 좀 달라보인다. 지역별 차이가 있지만 광역은 워낙에 넓은 지역을 커버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데, 상대적으로 권역이 한정적인 광역시는 수월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서환희: 광주는 기초지자체 문화재단이 동구 하나뿐이어서 사실 기초지자체와의 접점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동구문화재단의 경우 축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 아직 문화예술교육 쪽으로는 관심이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하다. 우선 기관 협의회에 참여를 요청해 올해부터 참석하고 있다. 기초지자체별 거점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이래저래 해 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북구문화의집 정도가 거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정도다. 구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게 만만찮은 과제다.
안태호: 거점조성과 관련한 고민이 많겠다.
서환희: 광주시에서 아트벙커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거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시가 직접 운영한다. 재단에서 운영하면 조금 다르게 사업을 펼칠 여지가 있을 텐데, 공모사업을 진행해서 단체들에게 사업비를 나눠주고 끝나는 것이 아쉽다.
안태호: 그러고 보니 인천광역시도 부평구, 서구, 중구, 연수구, 남동구 등 기초재단이 여러 개 있으니까 구와의 협력이 용이한 측면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재단이 아니더라도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있지 않나. 지역에 따라 문화원이나 북구문화의집 같은 기관이나 조직이 있을 것 같은데.
서환희: 올해 문화예술교육기관 협의회를 시작했다. 동구문화재단, 서구문화원, 교육청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이 단위를 바탕으로 지역별 거점에 대한 확대를 의논해 가려한다..
안태호: 장기적으로 보면 거점과 함께 단체 발굴이나 개인 활동가 발굴도 필요한 부분이다. 주체 발굴과 역량강화 사업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서환희: 신규인력 발굴을 위해 인큐베이팅 사업을 운영하다 올해 예산 문제로 사업을 별도로 수립하지 못했다.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성장한 팀들이 다른 공모사업에 참여하는 등의 성과들을 서서히 보이고 있는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량 강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네트워크 서로배움 사업 안에 세 꼭지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의 역량강화 워크숍이다. 활동가들에게는 목마름이 있다. 항상 새로운 시도와 트렌드를 보고 싶어 한다. 수요조사는 마쳤고 11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하나는 시민 대상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시민 대상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안태호: 새로 문화예술교육으로 영입되는 사람들이 확인되는지 궁금하다. 성장의 과정이 보이는가.
서환희: 앞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인큐베이팅 사업을 몇 년 진행하며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신생 단체 참여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 팀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술가의 유입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고민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강사료나 현장 운영 등 여러 가지 진입장벽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예술이 갖는 특별함을 어떻게 잘 끌어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구문화의집 정민룡 관장과 박문종 작가의 관계 같은 거다. 박문종 작가는 모내기를 매개로 놀이와 예술, 생태적 감수성을 연결시키는 예술교육 과정을 광주 북구문화의집에서 진행해 왔다. 예술작업을 예술교육으로 연결하는 기획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 만남과 기회를 더 확장해야 한다.
안태호: 잠깐 지역 특성화 이야기에서 5.18이나 무등산 이야기가 나왔다. 광주의 지역적 특성이나 수요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걸까.
서환희: 지역 특성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진다. 내부자라서 잘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광주라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기는 한다. 그게 뭔가 했더니, 정이라고 하더라. 광주는 정말 정이 많은 도시다.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다. 5.18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의식이나 시민의식이라고 하는데, 뭔가 짠하고 가슴 아픈 거 보면 같이 움직이는 마음이 있다. 한 편으로는 광주가 도시화 되면서 정이 많은 시민들의 이런 분위기를 잃는 것 같아, 문화예술 교육이 더 강조돼야 될 것 같다. 광주는 81%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안태호: 광주가 아파트 비율이 제일 높은 곳이다.
서환희: 아파트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 정이 많은 사람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작년에 기획사업에서 ‘느슨한 이웃’이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아파트 안에서 움직이는 공동체와 만나보자 싶은 생각이었다. 아파트 안에서 아파트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자 했는데, 신청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실행한 팀들은 성과가 나쁘지 않아 계속 진행해보려 했는데, 예산 문제로 실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예술가의 참여를 늘리고, 재원의 다각화 필요
안태호: 마지막 질문으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서환희: 자칫하면 문화예술교육이 사장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아무래도 공연이나 미술 전시, 축제 행사에 비해 참여자가 소수다보니 예산이나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는 일이 많다. 그래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예술가들의 참여가 더 늘어나도록 물꼬를 트자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 내 기관협력의 비중을 더 높이고, 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문화예술교육에서도 메세나 영역과의 접점을 더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시비만 보고 사업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유료화를 통해 참여자들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환희.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겸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중등교육에 몸을 담갔다가 문화예술행정가로 일한 지14년째. '내가 바라는 세상'을 위한 첫발은 항상 나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삶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안태호. 본지 편집위원.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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