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협업: 예술/문화정책 집담회 ①] 지역문화정책과 중간지원조직- 광역/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

CP_NET 2024. 6. 23. 19:57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 한국문화정책연구소,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공동으로 예술/문화정책 집담회를 3차례 개최한다. 집담회는 예술/문화정책 진단과 의제 도출을 위한 자유로운 토론으로 진행된다. [문화정책리뷰]에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① 지역문화정책과 중간지원조직(광역/기초문화재단을 중심으로)

 

 

2022년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226개의 시군구 중 2022년 1월 1일 기준 기초문화재단은 117개 광역문화재단은 17개(총134개)가 설립되어 있다고 한다. 광역과 기초를 통틀어 대략 1/2이 넘는 지자체에 문화재단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경기(1997), 서울(2004), 인천(2004)에 문화재단이 만들어진 이후 지난 20년 간의 변화다.

 

전국 지자체 문화재단의 설립 현황이 보여주듯이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정책 전달체계의 중요한 거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술정책, 문화정책 관련 사업들은 지역문화재단을 통해 실행되며 그 과정에서 지역문화재단은 현장과의 넓은 접촉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데에는 지자체 행정조직에서 분리된,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을 갖춘 문화예술기관에 대한 필요 혹은 열망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전국적으로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고 있는 현재는 어떠한가.

 

이번 집담회는 지역문화재단을 주제로 지난 20년 간의 문화정책의 변화를 살피고 현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역문화재단 놓여 있는 현실- 정치 행정 법제도 그리고 정책

 

지역문화재단의 존립 근거 내지는 필요성과 관련하여 다시 원점에서부터 이야기해 보자.. 제도상의 취지를 반복하거나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입을 성토하는 장이 아니었으면 한다.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지자체의 개입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그에 대해 문화재단은 무력한가. 왜 문화재단과 현장 예술인들은 늘 갈등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서 출발할 때 지역문화재단의 현실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정책전달체계로서 문화재단의 새로운 위치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재단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런데 관료주의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지원체계를 이야기할 때 예술가 당사자성을 이 이야기하는데 예술인 당사자들이 지원체계에 들어가는 것의 효용에 대해 이젠 정치한 논의를 해야 한다. 무비판적으로 좋다,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지원체계는 지원체계로 잘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고 예술인들은 그 체계를 잘 결제하고 활용해야 하는 문제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인적 교차가 도리어 이러한 논의를 어렵게 하는 것 같다.

 

문화재단의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에 대한 논의에서 팔길이원칙이 항상 언급되는데, 행정과 문화예술계 모두 자율성에 대한 왜곡이 있다. 도리어 예술계와 정치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사업, 조직, 예산 모두 정치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 그런데 정치와의 관계가 청원 방식이다.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요구를 관철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비전과 목표에 입각한 조직과 예산의 변화가 불가능하다. 청원이 아닌 문화정책이 정치 의제가 되어야 한다.

 

창의한국(2004) 이후 문화정책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진전이 없다. 문화 개념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조직 관점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분리할 때가 지났다. 문화는 굉장히 광범위한 여러 세부적인 부분들을 포괄한다. 그런 의미의 문화의 재구성과 문화정책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 때 마을만들기, 서울민주주의,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등의 정책이 있었는데 그걸 아우르는 조직 기반이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은 좀 더 어렵다. 예산의 3/5는 시설운영, 3/10은 인건비 그리고 나머지로 사업을 한다. 문화재단들이 시설을 운영하는데 문화재단의 자산이 아니라 위탁운영 형식이다. 기본재산이 있어도 법적 제약으로 운영이 어렵다.

 

위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지역은 행정위원회가 불가능하다. 서울문화재단 만들 때 민간이 참여하는 형태를 구상했지만 그렇게 못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설립하기 전에 그 업무를 담당한 서울시 직원은 두 명이었다. 재단이 22년쯤 되었을 때 서울시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두 명이 해도 되는 일을 40명이 집행하는데 왜 똑같은 문제가 나오느냐는 것이었다. 행정의 관점으로 보면 공무원조직이 배분에서는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왜 문화재단을 만드느냐. 다른 전문성을 원했던 것인데 제도적 조건이 받쳐주질 않았다. 그 때문에 조직의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 있다. 또 재단 직원의 구성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것은 시설운영 때문이다. 민간위탁 방식이다보니 비정규직이 늘어난다. 서울문화재단 설립 당시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재단, 서울예술재단 등이 검토되었다. 서울문화재단이 되었던 데에는 당시 목표를 예술사업으로 국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리하면 재단 설립 당시 1) 팔길이 원칙 2) 전문성 제고를 통한 예술의 사회적 기여 3)기부, 즉 재원의 사회적 조성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지역문화재단이 본래의 설립 취지에서 멀어진 데에는 중앙정부 사업도 이유가 된다. 서울문화재단 사업 중 서울시 사업보다 중앙정부 사업 비율이 더 높다. 예술지원사업, 예술교육센터운영,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사업들은 모두 중앙정부 사업이다. 요즘 예술인복지재단 사업까지 넘기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역문화재단이 문체부 실행기관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재단이라고 하지만 재산이 없다. 독립적으로 뭘 하기 위해 만들고 기대감을 갖지만 돈 따러 다니기 바쁘다. 서울시는 자체 예산이 많기 때문에 국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많은 재단들이 국비 따러 다녀야 한다. 기초재단의 경우 문화도시사업 못 따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태가 온다.

 

문화재단은 민법상 재단이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법적 안정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구조적인 문제다.

 

문화재단의 관료화를 이야기하는데, 관료화는 시스템화다. 시스템화의 문제는 조직이 문제가 있음에도 누구도 치료를 하지 못한다. 서울문화재단 컨트롤은 서울시청 문화예술과가 아니라 공기업과가 한다. 문화재단만이 아니라 표준모델로 포맷을 한다. 문화재단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기초재단 운신의 폭은 결국 예산이다. 국비, 시비 사업 따려고 하다보면 거기에 매이게 된다. 출연금과 위탁금으로 운영되는데 구청과 구의회가 휘두른다. 정치와 행정 양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정체와 퇴행 그리고 정책의 재구성

 

2014<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지방출자출연법 )이 시행되면서 행정적 의무가 많이 늘어났다. 예술가들은 행정 간소화를 요구하지만 법으로 강제되는 규정이 있다.

 

문화재단 대표 이사의 리더십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행정, 예산, 규제 등 법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현장, 행정, 정치의 필요에 의해 역할을 하려고 만들어졌지만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숙의공론화 과정에서 상호학습 집단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거버넌스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다.

 

지역문화현장에서 문화재단은 최상위 권력이다. 자원, 권한, 조직이 있다. 그러한 현장이 개입할 수 있는 틈이 없다. 그래서 관료화 비판이 계속되는 것 같다.

 

자율성, 전문성이 구축되지 않고 관료화 되는 데에는 그렇게 강제하는 구조가 있다. 예를 들어 성과관리만 해도 그렇다. 공공자금을 쓰고 있으니 당연히 성과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의 지표, 체계가 문화재단이라는 조직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재단은 지역문화를 진흥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기관의 목적 자체가 모호하다. 왜냐하면 과연 정책 개념으로서 지역문화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이종인 선생 시절의 지역문화 개념을 지금도 쓰고 있는데, 굉장히 고전적 개념. 90년대의 지역과 지금의 지역은 너무 다르다. 당시 지역은 향촌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역의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지역문화의 개념 자체가 갱신될 필요가 있다. 문화와 예술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고전적 이분법을 넘어 현재 지역에서 문화를 진흥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리되어야 지역문화재단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거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는데 그러한 기준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다.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우리 안에서도 굉장히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준을 세우는 작업들이 정치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재단 관료화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정의했으면 한다. 지자체장, 의회권력, 담당공무원,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언론 등에 따라 여러 역할이 있다. 어떤 관점, 얼마나 건강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 들여다보아야 한다. 기초재단의 경우 대표의 역량이 중요하다.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대표이사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체계와 에산의 한계를 명시하고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한 인식의 오차들이 생길 수 있다. 대표는 시정, 구정에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로 보아야 한다. 재단이 어떤 시스템 속에 있는가. 현재 재단의 문제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한다. 현재 재단의 성격 자체가 와해되고 있다.

 

예술인정책 관련, 예술인복지재단의 역할이 커졌는데, 거버넌스가 거의 사라졌다. 예술정책 거버넌스 체계에서 과연 문화재단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가.

 

문화재단의 관료화를 예술계와 멀어졌냐 아니냐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

 

 

문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무엇인가

 

왜 새로운 의제에 열광하면서 정작 제도화가 시작되면 괴로워하고 후회한다. 예술인 지원사업도 필요하다고 열광하면서 시작해 놓고 나중에는 스스로 폐기하는 상황들이다. 계속해서 실패하는 상황이다. 진짜 우리가 제대로 해냈어, 그런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정책이 그걸 끄집어내고 합의해 이뤄나가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재단을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하는 것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지역 문화재단은 단체장이 지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설립이 아니라 설치다. 중간지원조직이 아니라 대행기관인 거다.

 

지방출자출연법보다 지방자치법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계는 지방자치법 관련한 논의가 거의 없다. ‘지역문화관련 문체부, 지역문화진흥법 안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명시하는 굉장히 좁은 영역의 문화와 관련한 대행업에 머문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굉장히 큰 구조 변동이 있는데 작동하지 않는 세부사항이 있다. 문화정책의 가능성을 거기서 찾아야 한다.

 

창의한국은 국가문화정책 관련 가장 큰 중장기 프레임을 만들어 본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지면서 과제를 정리했다. 이제 다시 그러한 중장기 프레임을 재구성할 때다. 문화와 예술의 분리도 그러한 과정에서 정리되었으면 한다.

 

문화와 예술의 분리는 계속 나오는 이야기인데 난제다. 논란도 많이 예상되고 고민도 많이 필요하다.

 

문화와 예술은 분리되어 있는데, 문화와 예술이 붙어있는 정책 용어를 너무 오랫동안 쓰다 보니 하나의 개념이 되면서 혼선이 있다. 개념의 분리는 오래전부터 나왔음에도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경기 모두 조직을 개편하면서 심플해졌다. 공무원 조직과의 소통, 효율성 등을 추구한다. 정부 직제상에서도 이미 꽤 정리되어 있다. 예술현장만 혼란이 있다.

 

그렇지 않다. 문화부의 행정구조가 문화예술정책이라는 명목하에 예술정책 중심이다. 2000년대 이후 문화정책이 생겨났으나 정책 범위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게 되지 않다. 문화정책은 더 폭넓은 정책영역을 포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단의 구조도 정부의 문화행정구조라든가 지자체 문화행정구조를 답습하고 있는데 예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정리: 김소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