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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예스24의 몰상식, 문체부 뒤통수 치는 교육부, 그리고 저작권자의 권리는 지워진 타협 - e-북드림이라는 이상한 사업

CP_NET 2023. 8. 3. 17:08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논란이 된 ‘검정고무신’ 사건에 대해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심의 의결을 통해서 미배분 수익을 배분하고 불공정계약을 파기하도록 명령했다. 저작권자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불공정한 계약의 변경에 응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수익배분 요구를 거부한 것이 모두 문제라고 확인했다.(자세히 보기)
 
출판저작권 관련 하나의 사건이 이렇게 한 매듭을 짓고는 동안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e-북드림’이라는 사업이다. 예스24가 한국출판인회의에 보낸 공문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 e 북드림 서비스는 당사에서 매절 방식을 통해 수급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계약상의 콘텐츠 활용 가능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 다만 사전 동의 절차의 필요성 및 표준계약서 상의 콘텐츠 활용 범위에 대해 귀 단체는 당사와는 다른 의견과 판단을 주셨으며 당사는 내부 검토 결과 귀 단체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귀 단체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귀 단체의 요청과 관련하여 당사에서는 ‘e-북드림’ 서비스 중단 조치를 요청하시는 출판사들의 ‘e 북드림’ 서비스 제외 처리를 2023년 7월 28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크레마클럽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든 출판사에 ‘e 북드림’ 서비스 참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한정된 기간 내에 공익적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전국의 학생 및 교원들에게 귀 단체 소속의 출판사 및 해당 도서 작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는 점도 인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약하면 이렇다. ‘매절 계약을 통해서 확보한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우리 마음이야, 그런데 너네가 싫다고 하니 구태여 싸우긴 그렇고 기간을 주고 불만 있는 출판사를 빼줄께, 그런데 이거 학생과 교사들에게 출판사 책을 알리 수 있는 기회도 되는 거거든. 그거 고려해 봐.’.’ 공문에는 7월 28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했지만 해당 공문이 접수된 것은 7월 27일이다. (자세히 보기) 한국출판인회의의 공문을 보면 예스24 측의 다소 황당한 해명을 수용하기로 하고, 대신 무상 공급 기간 내에 다운로드 횟수에 따른 정산 방식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자 이것은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이 조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결론일까.
 
 
논란에서 감춰진 롯데장학재단과 교육부
 
e-북드림 사업은 롯데장학재단이 2021년부터 시작한 전자책 제공서비스다. 대상은 학생과 교원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이다. 롯데장학재단의 감사보고서와 교육부가 운영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참조하면, 이 사업은 1인당 5권의 전자책을 제공하는데 한정된 사업비가 소진되면 끝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롯데장학재단이 배정한 사업비는 3억원 가량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롯데장학재단은 2016년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 입점 과정에서 개입하고 뇌물을 수수해 실형을 선고받은 신영자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 이 사건 재판은 2017년 대법원이 일부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했고 파기 환송심을 거쳐 2018년에 최종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뇌물뿐만 아니라 출근도 하지 않은 자녀들에게 100억 원을 지급하는 등으로 인해 업무상 배임도 적용되었던 사건이다. 신영자가 재판을 받고있는 사이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했던 허성관 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천영우 씨는 비슷한 시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신영자를 대신해서 이사장이 된 허성관 이사장은 2018년에 롯데출판대상을 제정한다. 총 상금 2억 5,500만 원으로 대상은 5천만원을 받는다. 이정도면 한국의 출판 관련 시상제도에선 가장 규모가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롯데장학재단이 시행한 제도가 e-북드림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전자책보다는 실물 책을 학교에 보내주는 사업의 비중이 더 큰 사업이었다. 사실상 롯데장학재단과 출판계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논란의 과정에서도 롯데장학재단의 이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분명 해당 사업의 3주체 중 하나이지만 논란 과정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교육부가 있다. 사실 e-북드림 사업은 교육부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실제로 2022년, 2023년 예산서나 사업별 설명서 등 어디에도 해당 사업명은 등장하지 않고 독서문화 활성화와 관련한 개별 사업에도 e-북드림 사업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협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신 2021년부터 e-북드림을 매개로 독서감상문 대회 같은 것을 열어서 시상을 하는데 거기에 교육부 장관상을 주는 정도다. 덧붙이면 교육부가 운영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통해서 e-북드림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정도랄까.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이상하다. 왜냐하면 애당초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자체가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그렇다. 그러니까, 소위 DLS라고 약칭하는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전자책을 직접 구매하고 이를 특정한 시스템을 통해서 개별 학교에 배포한 후, 학교에서는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독서퀴즈와 독서록 같은 유관서비스를 결합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롯데장학재단과 예스24가 한다는 e-북드림은 교육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학교독서교육 시스템과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상충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책이야 많이 읽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할 테지만,, 기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독서교육이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있고 전자책을 매시기 직접 구매하지만 e-북드림의 경우에는 전자서점이 제공하는 책을 활용하는 것이고 앞서 말한 독서감상문 대회를 제외하곤 독서교육과 연계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하다. 사실상 무료 전자책 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6월 16일 교육부-롯데장학재단-예스24 협약식에 이어 6월 27일 배포된 서비스 개시 보도자료를 통해 7월 1일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자세히 보기 )  그리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대한민국정책브리핑을 통해 7월 12일, 7월 14일에 집중적으로 ‘전자책을 무제한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여기선 아예 이 사업이 교육부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사업인 것처럼 내놓았다. 실제 e-북드림 서비스에 접속하려면 해당 시스템을 경유하도록 해놓아서 사실상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e-북드림으로 전자책 마음껏 읽어요’(자세히 보기)라는 정책홍보 기사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교육부의 민관협력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 테블릿pc를 통해서 전자책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스24 구독서비스 홍보 사업?
 
2021년 2022년 교보문고가 제공사일 때는 1인 5권으로 제한이 있었고 그것도 개별 구매 방식이었기 때문에 롯데장학재단이 제공하는 예산이 소진되면 사업이 끝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2023년 제공사가 예스24로 바뀌면서 달라진다. 예스24는 크레마클럽이라는 구독 방식의 전자책 제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e-북드림을 해당 서비스의 프리미엄 급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런칭한 것이다. 애당초 유료 구독자가 있는 서비스를 예스24의 사업전략이라는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가되는 서비스 제공 비용은 롯데장학재단이 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 예스24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는 교사나 교육공무원에 더욱 유리한 서비스다. 왜냐하면 교원에 한해서만 모바일 방식의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태블릿 피씨를 이용해야 한다. 예스24가 제공한 전자책 무료 구독 지원 서비스 이용가이드를 보면 교사만 해당한다는 문구와 함께 모바일 사용 방법을 제공하는데, 예스24 이북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 창에 크레마클럽 아이디를 입력하고 패스워드에 독서교육종합시스템의 아이디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원리적으로 보면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도 모바일 이용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싶지만 아이디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제외하곤 모바일 전용 앱에서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안 그래도 책을 보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컴퓨터로 들어가 책을 보거나 아니면 모바일 브라우저를 통해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책을 보리라 기대하긴 힘들다.
 
예스24가 노리는 것은 독서교육 활성화라기보다는 오히려 크레마클럽의 판촉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예스24가 협약 이전에 독서교육과 관련한 특수한 메뉴를 미리 개발해 놓은 것이 아니라면, 6월 16일 협약 체결 이후 1달도 되지 않은 7월 1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독서교육 목적의 메뉴가 있으리라 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서두에 예스24가 한국출판인회의에 보낸 공문의 부분인 ‘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애당초 예스24 자체도 해당 사업을 본인들의 사업을 홍보하는 수단이라고 접근했으니 출판사에 대해서도 책을 홍보’해주는’ 수단이라고 여겼을만하다.. 게다가 사용 목적이 교육 등 공익목적이라고 포장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의 저작권자의 권리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매절’ 계약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무리가 없다는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가 싶은 것이다.
 
 
학생도, 작가도, 당사자다
 
e-북드림이 과연 독서교육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베스트셀러 중심의 독서문화를 강화시킬 것이고 학생들에게는 별다른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는 한 있는지도 모르는 그저 그런 서비스가 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각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 혹은 전자책 제공에 의해 학교독서교육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결과는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어떤 책을 보고 그 과정에서 학교가 어떤 독서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초중고등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자책을 본다는 것 자체의 이미지가 잘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매력이 있는 교사들은 다를 것이다. 공짜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것이며, 동일 아이디로 최대 5개의 기기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아마도 교원 가족, 지인을 둔 이들이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예스24의 관점에선 나쁘지 않다. 롯데장학재단을 통해서 적절한 시스템 운영비용만 받을 수 있다면 1년 정도 크레마클럽에 대한 무료 이용권 제공을 통한 고객 개발이라고 여기면 된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다. 보던 보지 않던 상관없이 무료에 무제한이라는 서비스 아닌가, 대단한 정책 홍보 대상이다. 롯데장학재단이야 원래 하던 사업이다. 이렇게 주요한 당사자들이 동상이몽을 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사업도 참 드물다. 하지만 저작권자의 입장에선 전혀 다른 문제다. 출판사로 이뤄진 한국출판인회의는 다운로드 현황에 따른 배분만 해준다면 좋은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하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은 어떨까?
 
출판사들은 예스24가 출판사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가면 전자책의 일방적인 유통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종이책 판매가 훨씬 더 유리하다. 특히 학교에 유리한 컨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예스24라는 지배적 사업자의 등장과 더불어, 지나치게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또 그만큼 졸속으로 논란이 봉합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창작물이 무상 제공의 대상이 된 창작자들의 입장에선 이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고사하고 권리관계의 고지 같은 것이 제대로 알려졌을까 싶다. 이건 좀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 사업의 한 주체가 교육부라는 정부 부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부처는 창작자의 권리보장을 강화하는 발표를 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저작권자의 창작물인 책을 공짜로 제공하게 되었다며 홍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콩가루 정부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은 예스24와 한국출판인회의 간의 간단한 봉합으로 머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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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예술인금고의 전 단계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이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한국예술인복지재단)와 '동네 예술일자리 연결센터 실행방안 연구'(성북문화재단)의 책임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