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사업 예산이 지역으로 이관된 이후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이하 지특)과 꿈다락문화예술학교(이하 꿈다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몇몇 지역의 심사와 컨설팅에 관여하는 동안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여러 담당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당연히 전체 지역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 원고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정리 차원에서 쓰는 셈이다.
물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해마다 전국의 문화예술교육 현황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자료가 있다.(아르떼365 "지역문화에술교육 현황") 이 자료에는 17개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후 개별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센터는 지역명으로만 표기)의 전반적인 활동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사업이 모두 마무리된 후 전년도 활동을 모으고 분석한 내용이라 지금 당장의 변화를 발 빠르게 전해주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게다가 지특과 꿈다락이 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해 보면 별도로 정리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지특과 꿈다락은 오랫동안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축을 형성해 온 핵심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단체, 기획자, 강사는 물론이고 사업이 실행된 공간과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한 다양한 기관들이 축적해 온 경험과 노하우가 개별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경향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프로그램 참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변화의 양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이관 전까지 각 지역센터는 지특과 꿈다락 사업에 대한 재량권을 서서히 늘려가고 있었다. 개별 지역의 상황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실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프로그램의 취지나 성격은 물론, 회차 제한이나 세부 예산 규정 등 다양한 내용이 해당된다. 분류는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 지특이나 꿈다락 둘 중 하나를 유지하며 통합하거나 사업명의 변화가 있는 곳, 사업명 전체가 변한 곳으로 구분했다. 물론, 이는 자의적인 범주설정이며 일부 사업의 경우 분류를 다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래 내용은 17개 지역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공모자료를 참조해서 작성했다.
혼란을 줄이기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 9곳으로 절반을 넘겼다. 예산의 채널이 변했다고 단기간에 사업명을 변경하게 되면 현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사업명을 유지하는 지역은 현장에서 겪을 혼란을 고려해 사업명을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향후 사업명과 성격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사업명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은 제주, 인천, 대전, 광주,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 등이다. 물론, 사업명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서 사업의 성격이나 개별 프로그램 공모의 규정이 이전과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개별 사업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은 사업명의 일부가 변한 케이스다. 우선 두 사업을 통합한 지역이 있다. 충북과 강원은 지특으로 두 사업을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사업의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특성화라는 사업명이 워낙에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 안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울산과 세종의 경우 꿈다락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특을 다른 이름으로 변경했다. 세종은 지특을 무작정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울산의 경우 우리동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지특사업을 변경했는데, 특기할 점은 각각의 사업 모두 ‘일반’과 ‘예술중심’을 구분해 공모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예술중심’ 프로그램의 경우 기초예술 장르 중심의 프로그램 개발 운영을 명시하고 있으며 장르복합 운영도 가능한 것으로 공고되었다.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한 시도들
마지막으로 별도의 사업명을 사용하게 된 경우다. 광주의 경우 예술시민배움터 지원사업으로 두 사업을 통합해 운영한다. 통합은 했지만, 시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분리하고 있어 사실상 지특과 꿈다락을 계승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부산의 경우 생애주기를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이 두드러진다. 서울은 생애주기형 지원을 A트랙(유아), B트랙(아동, 청소년), C트랙(시민)으로 구분하여 운영한다. 경기는 경기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지원을 생애주기별로 재편하고, 3년 이하 경력 2회 미만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난생처음 꿈지 사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부산은 지역성 강화지원과 생애주기별 특화지원으로 구분하고 있다. 지역성 강화지원에는 우리동네 문화예술교육과 예술교육 실험실 B를 두었다. 우리동네 문화예술교육은 지역, 일상성, 관계성을 중점으로 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목적으로 두고 있어 이전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교육 실험실 B는 융복합과 실험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생애주기별 특화지원으로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꿈다락 문화학교, 청장년세대의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로 일상쉼표, 신중년과 노년의 활력을 목표로 삼는 황금빛 예술학교로 구분하고 있다.
지역센터들은 다른 지역의 정책과 사업을 두고 자신의 지역과 비교분석하며 참조점으로 삼는다. 이전까지는 지특과 꿈다락 사업이 중앙의 지침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되는 양상이 있었다면, 이제는 각 지역별로 지역의 현황과 특성에 맞춘 교육기획을 시작하고 있다. 중앙 정부 정책에서 받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지역 문화예술교육은 지특과 꿈다락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하고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개별 지역에서는 사업명의 변화를 넘어 여러 가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명칭의 변화만을 정리하는 것의 한계는 분명하다. 사업의 지향과 성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지침과 예산규정의 세세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한, 사업명만으로는 변화의 양상을 모두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문화예술교육 예산의 지역 이관이 본격화된 지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별 지역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분 | 지역센터 |
명칭 유지 | 제주, 인천, 대전, 광주,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남 |
일부 변경 | 충북, 강원(지역특성화 통합) 울산(우리동네 문화예술교육, 꿈다락 유지) 세종(무작정문화예술교육, 꿈다락 유지) |
전체 변경 | 서울(생애주기 지원) 경기(생애주기 지원, 난생처음 꿈지) 광주(예술시민배움터 지원사업으로 통합) 부산(지역성 강화지원, 생애주기별 특화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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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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