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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문화자치, 지역문화생태계, 지역문화재단- 지역문화정책 키워드의 의미

CP_NET 2023. 4. 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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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개월 동안 지역의 문화재단과 관련하여 파행적인 일들 있었다. 대체로 지자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유사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의 장이 이사장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산 및 업무에 대한 통제(?)가 지자체에 있다. 문화재단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공기관들이 대체로 유사한 환경이다. 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 공공기관에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이사회가 있고, 이사회의 구성에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가 많다. 그럼에도 지자체 장의 의지, 정치적 환경의 변화 등이 이사회의 의견에 앞서는 경우가 많다. 지역문화재단이 지자체 장의 사적 기구가 아니지만 드러나는 적지 않은 모습들에서는 공공자원으로서의 존립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난해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예술인 100인으로부터 향후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기대를 포함한 의견을 들은 바가 있다.([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100인의 제안 ) 많은 의견들 중에서 지역문화정책과 지역문화재단을 포함한 기관(조직)에 대한 의견들도 있다. 이에 관련 의견들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정책 수요를 재확인해 본다.
 
100인 의제에서 지역문화정책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문화자치(권) 이다. 이는 거버넌스에 대한 것이라고 하겠다. 문화예술정책의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완료형이 아니고, 또한 지역문화정책에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문화예술정책 전반에 해당하며 단지 조직적 측면의 문제만도 아니다. 지역의 문화자치(권)은 선출된 지자체 장의 권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기대에서 문화자치(권), 독립성, 문화분권, 거버넌스 재구조화 등에 대한 문화예술인의 의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미흡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한 문화자치(권)은 행정체계와 구역, 지역, 예산문제 등에서 ‘중앙’과의 관계 설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앙이 설정될 때만 지역이 의미 있게 된다면, 지역문화정책에서 지역을 수혜의, 공급의 대상으로 접근한다면, 중앙의 수요를 표준화하고 지향해야 한다면, 지역의 문화자치(권)은 어떻게 설정되고 의미화할 수 있을까? 지역의 문화자치(권)은 지역 내의 관계, 지역 외의 관계 둘 모두에서 검토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지역문화생태계이다.. 생태계 조성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대부분 업종에서 지속성과 안정성의 환경 구축과 관련하여 많이 다루어 왔고, 한편 자생성과 독립성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생태계는 자연발생적일 수 있지만, 생태계 조성은 의도적이고 의지적인 행위를 전제로 한다 지역문화생태계 역시 지역문화정책의 의도적인 행위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의도적인 행위는 방향과 과정을 수반한다. 지역문화생태계 조성에서 지역은 문화생태계 조성의 변수일까? 상수일까?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일반 문화생태계를 기준으로 지역을 맞춰야 할까? 지역별 기반에 따른 문화생태계를 고려해야 할까? 아니면 문화예술의 평균 수준을 지표화하고, 지역별로 평균 지표의 수치를 맞추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일까? 평균 수준의 지표를 기반으로 지역에 따라 고도화를 하는 것일까? 전 국민의 문화예술의 수준을 향상하고, 지역별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필요는 없다. 지역문화생태계가 자생성과 독립성만으로 조성되거나 유지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일방향의 의존적인 공급 행위로 완료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지역문화생태계 조성의 행위자는 누구일까?
 
지역문화재단 역시 많이 언급되었다. 지역문화재단의 존립 이유와 역할에 대한 요구이다. 전국적으로 광역에서 기초까지 행정 단위별로 지역문화재단이 있다. 지역문화정책에서 지역문화재단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이는 기대하는 역할에 대한 논란이 대부분이다. 즉 역할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문화정책에서 조직(지역문화재단)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정책사업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창구로서, 지자체(또는 지자체의 장)가 요구하는 사업을 집행하는 대행사로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을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행자(agent)-매개자(mediator)-촉진자(facilitator)로 이어지는 공공기관에 대한 역할론은 지역문화재단이 지향하는 역할에서도 여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파트너십에 고려이다. 지역의 문화자치(권)과 지역문화생태계에서 지역문화재단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문화예술인의 파트너, 문화시민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외풍에 따라 쉽게 흔들려서는 지역문화의 파트너가 되지 못할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이 파트너가 되려고 한다면, 조직의 독립성,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 등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재단이란 조직구조가 파트너가 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다른 조직구조를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쉽)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이 발표되었다.(자료보기) 발표되자마자 일부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서가 발표되었다.([전국학예연구회 성명서] “박물관 미술관 공동 학예제도 철회를 엄중히 요구한다) 추진 전략을 보노라면 지방시대, 지역문화를 언급하는데 지방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역문화의 지역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다소 의아하다. 서울이 아니면 모두 지방이고, 지역이란 인식에서 지역문화를 설정하는 것인가? 지역문화는 지역개발의 다른 명칭인가? 공급자의 시선은 의존형(또는 종속형) 지역문화생태계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장애인의 이동권 수요를 외면하면서 지역문화정책에 장애인 프렌들리 내용은 왜 포함되어 있을까? 노동시간을 확장하려고 하면서 문화향유를 언급하는 것이 삶의 토대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지역이 없는 지역문화정책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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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관심이 흘러 다니는데,,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지루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