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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 출범과 과제

CP_NET 2023. 2. 8. 14:28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 제14조의 내용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이다..” 이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제22조의 내용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이다..” 이다. 정부 수립부터 지금까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 보호하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021924일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되기 약 10년 전인 20111117일에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고, 여기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전에도 폭넓은 범주에서 예술인과 관련된 여러 법률이 있지만, ‘예술인()의 권리를 법률명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집중한 법률은 정부 수립 이후 약 70여 년 만이다. 장황하게 숫자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예술인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 행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예술인복지재단에서 불공정행위심사자문회원회가 설치되어 문화예술분야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한 의제를 심사하였다. (이후 문화예술공정위원회로 명칭 변경) 2017년에는 <문화예술분야 불공정행위 금지제도 운영체계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과 지속적인 요구와 논의를 통해 현재에 이른다고 하겠다.

 

정책 행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위 주체가 있어야 한다. 예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따라 문화부는 예술인지원팀을 새로 신설하였다. 그리고 법률에서는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문화부에 예술인보호관을 지정하고, 예술지원기관의 장은 예술인보호책임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법률로써 예술인의 권리 보장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그래서 위원회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법률 시행이 되고 나서 곧바로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서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도 있었는데, 어쨌거나 근 4개월 만에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는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위원의 자격을 보면, 위원은 예술 및 예술인의 권리보호, 공정거래, 성희롱ㆍ성폭력 예방 분야 등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중에서”라고” 되어 있다. 한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의 자격이 문화예술에 관하여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이 있는 자 중에서라고 되어 있는 것과 다르다. 문화예술 일반에 대한 경력이 아니라 특정한 영역에 대한 경력(10년 이상)을 위원회는 위원 자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제정 시기인 202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2011년부터 관련 영역에서 경력을 시작해야 한다. 좀 까탈스럽게 보면, 12명 위원들의 세세한 경력을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러한 요건에 충족하는 경력이 있을지 다소 갸우뚱하게 된다. 예술인의 권리 문제는 오래된 문제이나 그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부상한 것이 이제 10여 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예술 및 예술인의 권리보호에서 특정한 영역 이외에 예술 분야 10년 이상으로 해석한다면 예술가임을 증명하는 경력 10년이어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국어(國語)의 문제가 아니라면, 예술인의 권리 문제를 심의하는 자는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라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법률 제정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되었다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특정 영역에서의 전문성은 물론 중요한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예술인의 권리 문제가 특별하고 전문적이기만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위원회들은 대부분 특수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특별한 기술(skill)의 문제가 아니라면 보편적 상식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 행위자로서 문화예술 향유자도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예술인의 자기 존립이란 측면에서 볼 때, 삶의 환경과 창작의 토대와 함께 예술활동의 자유가 핵심이라고 하겠다. 그렇기에 법 제7조에서 예술의 자유의 침해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예술활동과 작품에 대한 검열이 대표적인 금지행위라고 하겠다.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여러 차례 문화예술 분야에서 검열 논란이 있었다. 이전 불공정행위심사자문위원회의 시기에는 경제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수익분배 문제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부분은 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삶의 환경과 창작의 토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 구성된 위원회는 법률 제7조가 충분히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정된 법률의 존립을 훼손하게 된다. 예술인 신문고를 통해 신청되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접근 행위가 필요하다.

 

예술인보호관 및 예술인보호책임자 지정은 예술인 권리 보장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이면서도 실무적인 것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관, 기업 등에서 개인정보호책임자,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정부부처, 지자체, 기관, 기업 등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홈페이지 첫 페이지에 명시하고 개인정보보호책임자를 지정하고, 연락처 등을 명시하고 있다. (홈페이지 맨 밑에 위치)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의 구성과 출범하는 시기와 맞추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이후 아직까지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예술인보호관으로 문화부 조직도에서 예술인지원팀이 소속된 예술정책국 업무를 총괄하는 예술정책관이 겸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문화부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고, 예술인보호관으로 검색을 해도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대표적인 예술지원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홈페이지에서 예술인보호책임자를 확인할 수 없다. 예술인보호책임자는 법률에서 지정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법률에 명시 의무가 있든 없든 예술인보호관 및 예술인보호책임자를 누구든지 쉽게 확인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까지 예술인권리보장을 위한 정책 행위자들이 모두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회가 이제 구성되고 출범했기에 아직 정책 행위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쉽지 않게 제정된 법률이 제대로 작동하여 쉽지 않은 문화예술 분야의 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충분한 행위를 기대하며 요구해 본다. 예술인의 권리 보장에 대한 정책 행위의 효과는 예술인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 유통, 향유, 즉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에 그 효과가 미친다. 요즘 유행하는 K-컬처, K-아트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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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관심이 흘러다니는데,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지루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