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④] 도시재생이냐, 도시강탈이냐 – 현장에서 바라본 도시재생의 명암

CP_NET 2019. 9. 1. 21:09

목포에서 일어난 현역 의원 투기 의혹으로 5년 동안 50조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다. 최근 사건으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1~2년 사이 이미 이 사업은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인 서울의 한 성곽 마을에서는 도시재생 총괄계획가로 활동하며 해당 지역의 도시재생 정보를 잘 아는 인물이 해당 지역의 집을 다수 매입해 이해충돌의 문제를 일으킨 곳도 있었다. 목포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문제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에 취약하다는 점,

둘째는 주민참여가 부족한 상태에서 관 주도의 획일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셋째는 정부주도로 제한된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시행착오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문제를 덮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투기 논란이 벌어진 목포 만호동의 개별 문화재로 등록된 14개 건축물을 목포시가 매입하려고 나섰으나 하나도 사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건물의 건물주들이 감정평가액보다 세 배 이상을 요구하는 등 투기 의혹 사건 이후로 기대심리가 높아져서라고 한다. 손혜원 의원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목포 도시재생 지역의 최고 중심가인 만호동 속칭 손혜원거리에는 언론에 보도한 4배가 오른 건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정용택

손혜원 거리에는 없지만 논란이 된 창성장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진 도시재생 지역 내에 있는 건물이 네 배가 오른 가격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재생 지역 내에서 가장 핫플레이스인 손혜원 거리에는 이미 도시재생 보안자료를 보거나 소문을 듣고 외지에서 들어온 자본이 만호동 부동산의 20% 이상을 매입해서 잠식한 상태다. 이미 돈이 급한 사람들이 상당수 건물을 팔고 나간 상태에서 남은 지역 사람들과 외지에서 들어온 자본은 매우 높은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실제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300미터 외곽에서 거래된 건물보다 더 높은 시세차익을 남길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투기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젠트리피케이션도 같이 불러온다. 손혜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바로 옆에 있는 나무숲이란 문화공간이 최근에 문을 닫고 만호동을 떠나게 되었다. 건물주가 건물만 살려달라고 해서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지역 예술인들이 리모델링을 해서 건물을 살렸으나, 손혜원 의원을 비롯한 외지자본이 들어오면서 지가가 상승한 후 건물주는 말을 바꿔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보다 앞서 도시재생을 해온 독일 등 유럽은 법과 제도, 시민성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을 제어하고 있다. 독일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면 지역 보호법 등의 도시계획관리대상으로 지정된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판매할 시 지자체가 다른 매입자보다 먼저 부동산을 사들일 수 있는 선매권(Vorkaufsrecht)을 갖게 된다라고 하며 이 법은 독일 연방건설법전 24조에 명시된 권리라고 한다.1)

 

일본은 '차지차가법'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 건물주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게 보호하고 있다. 최근에 유명한 사례로 신주쿠 역사에서 50년째 가게를 하고 있는 독일식 수제 소시지와 맥주를 파는 베르그 BERG’가 임대인인 일본철도 JR에 퇴거 요구에 맞서 저항한 끝에 결국 나가지 않고 영업을 지속하게 된 사례가 있다. 이런 법과 제도 때문에 일본에선 도시재생 사업을 해도 기존 원주민, 임차인들이 쫓겨날 걱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지역의 특성을 살려가야 좋은 도시재생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재생은 관이 주도하면서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핫플레이스 사례를 억지로 적용시켜 유동인구를 증가시키고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취재한 광주의 한 도시재생 지역에선 익선동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에 주민들을 데리고 견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익선동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있던 임차인들이 밀려나고 외지자본이 시세차익을 올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대표적인 동네다. 이런 핫플레이스가 빠르게 도시를 활성화시키고 싶은 지자체 공무원들의 모델이다 보니 지자체에서 이런 핫플레이스를 만들어 이익을 챙긴 사람들을 초대해서 도시재생을 설계를 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한 한 지역에서는 서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동시에 다수의 건물을 매입해서 카페 등을 동시에 열면서 동네를 띄워놓고 지가가 상승하자 건물을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내놓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도시재생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모습이어서 크게 놀랍지는 않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는 그룹이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도시재생 박람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저서, 도시의 새로운 프런티어 -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강탈(닐 스미스, 서울대학교아시아도시사회센터 지음, 2019.)을 보면 도시 카우보이혹은 도시 스카우트란 인물들이 나온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는 동네의 이곳저곳을 정찰하고, 수익이 될 만한 재투자를 위해 경관을 확인하는사람들이 도시 스카우트이란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 지역에서 이러한 도시 스카우트들이 국토부, 지자체, 건설 시행사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다. 도시재생이 획일화된 부동산 투기 재생이 되고 있는 이유다.

 

획일화된 도시재생의 또 다른 모습 하나는 5년 안에 사업을 빨리 끝내야 하다 보니 성과에 집착해 똑같은 건물들을 짓고 나면 사업이 끝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2019년 초에 인천에서 열린 도시재생 산업 박람회특강에서 한양대 구자훈 교수가 국토부 관계자들을 앞에 놓고 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우리나라 도심 사업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원도심에 도시재생 사업하는데 다 국토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어울림 플랫폼 하나 짓고 청년 창업한다고 하고 상점 활성화하고. 제목 보면 다 똑같아요.” 물론 그 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똑같은 사업을 반복하고 있다.

 

                                                                                                                                                                               ⓒ정용택

최근에 인천항만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시작되었다. 모델은 독일의 하펜시티 항만도시재생 사업이다. 국토부 주최의 인천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 하펜시티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뤼르트 히테마 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도시가 갖는 본래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브랜딩 전략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재의 시민과 미래의 시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웨이팅 전략이 필요하다.” 1998년에 시작된 하펜시티 도시재생은 마스터플랜이 나오는데 10년이 걸렸고, 최소 25년 이상 재생을 하겠다는 목표로 아직도 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에 반해 인천 항만도시재생 사업은 2019년에 착수를 해서 2024년에 완수해야 한다. 마스터플랜은 3개월 만에 나왔다. 산업박람회에서 만난 네덜란드에서 온 도시재생 전문가는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마스터플랜을 요구하지 않는데 한국에선 급하게 마스터플랜을 요구한다고 한다. 성과에 치우쳐 속도전을 하고 있는 한국 도시재생 사업이 잘 될 리 없는 이유다.

 

필자가 작년에 요코하마에서 만난 ‘미나토미라이21’ 도시재생 담당자 야와타 후토시(yawata hutoshi) 씨는 이렇게 말했다. “65년부터 구상해서 83% 완공률이다. 65년부터 구상한 도시재생과정에서 권리조정시간, 버블경제 붕괴, 리먼 사태 등으로 정체되는 시간이 있었다. 그 공간에 아파트를 지었으면 5년 만에 끝낼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기능(상업 업무 문화 관광을 비롯한 기능들)을 집적시키기 위해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100년의 계획을 가지고 하는 마치즈쿠리(마을 만들기)가 중요하다.”

최근에 한국의 부동산 쏠림이 세계 최고란 기사가 있었다. 많은 자산이 부동산으로 편중됨으로써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기사였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투기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법과 제도의 보완 없이 대통령 임기에 맞춰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는 획일적인 사업이 결국은 부동산 투기 재생으로 이어져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뉴딜도 안 되는 상황이다.

 

땅과 집값의 경제학(조시 라이언- 콜린스, 토비 로이드, 로리 맥팔렌 지음, 2017)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도시재생 기획자들이 꼭 읽어야 할 문장이다.

 

노력이나 위험이라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지대를 얻는 힘은 투자 결정에도 왜곡된 영향을 미친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생산적인 용도 대신 땅과 부동산 구입에 치중하여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1) 신희완, 부동산 투기로부터 주택을 구한 베를린,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3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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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택

독립영화 감독, 두리반 철거투쟁을 다룬 영화 "파티51"을 연출하였으며, 최근 몇 년 동안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다큐와 도시재생 뉴딜 사업 문제를 다룬 다큐를 제작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