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정홍보, 그리고 언론인 출신 장관

CP_NET 2022. 5. 12. 14:41

 

 

정부 수립 이후 문화행정은, 문교부 내 문화국으로 출발하였다. 이후 68년 공보부를 문화공보부로 개편하면서 공보와 문화가 한 부처에 동거해왔다. 공보와 문화행정의 분리는 노태우 정권기인 1990년에 이루어진다. 공보처를 신설하고 문화부를 독립 부처로 했다. 그러나 문화부 독립 기간은 매우 짧았다. 1993년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가 통합하면서 문화체육부로 개편하고, 1994년 교통부 관광국이 문화체육부로 이관된 후, 1998년 문화체육부가 문화관광부로 개편된다. 이후 청소년국청소년위원회로 이관되는 등 관장 업무가 빠지고 더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2008년 정부조직개편에서 비롯된다. 이때 국정홍보처를 해체하면서, 그 기능, 업무, 인력을 고스란히 문체부로 이관한다. 조직이 커진 문체부에는 제2차관이 신설된다. 그리고 20091229, 각 부처에 흩어진 국정홍보의 조정 조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총리실에 정책홍보 기능이 신설되고, 다시 정권 말기인 201221일에는 총리실의 홍보기획 및 홍보정책의 총괄 조정 기능을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하면서 국민소통실을 신설한다. 이를 두고 당시 언론은 문체부 내에 작은 국정홍보처가 부활했다고 지적했다. (박소현, “문화정책의 구조전환을 위하여: 문화부 조직체계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3)

 

문교부, 문공부, 문화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어지는 문화행정 부처는 노태우 정부 시기 짧은 기간 독립 부처로 존재했다. 이 시기 문화부에 대해 독립이라 평가하는 이유는 공보와 문화의 분리 때문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문화를 공보라는 이데올로기적 선전도구의 지위로부터 해방시킨 행정조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 혁신적 사건이라는 평가다.(박광국이석환장지호주효진박석희, “문화관광부 조직개편에 대한 연구”, 『서울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08, 41. 박소현 글에서 재인용)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공보 기능과 업무가 다시 덧붙여지면서 조직과 관장업무는 과거로 되돌려진다. 이는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전 시기와 다른 점은 문화공보부처럼 부처명에 기능과 업무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도종환 의원이 취임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활동하면서 제도개선 과제로 주목했던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 개편이었다. 특히 문화와 공보가 분리되었다가 이명박 정권에서 되돌려진 데에 대한 개편이 필요했다. 문체부가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부서라 할 때 국정홍보 기능과 업무를 이 부처에서 관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실행은 정권을 비판하거나 정권에 불편한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민간 보조 지원사업이나 국공립단체와 기관의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대규모 리스트는 작품활동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 지지 서명(박원순, 문재인), 세월호 특별법지지 서명 등 예술가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김기춘은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실행에 문제가 있었을 뿐 정책 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이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김기춘 한 사람의 인식이 아니다. 지난 201510월 블랙리스트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공개되었을 때 염동열, 한선교, 박대출 등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가를 모독하는 작품은 공적 지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도 당시 여당 의원들의 주장을 수긍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예술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은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정권국가, ‘비판적 활동사회적 논란으로 바꿔치기하고는 정책인 양 주장했다. 생중계되고 있는 국정감사장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정당화하는 것은 물론, 무려 독려하고 있었다. 국정감사에서의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이미 청와대-문체부-산하기관으로 수직화된 정책전달체계를 통해 실행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 실행자들에게 정책과 국가조직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블랙리스트 실행과 같은 반헌법, 위법, 탈법의 범죄행위가 아니더라도 국정을 홍보하는 일과 사회구성원들의 문화기본권 확대를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일은 서로 다른 것이다.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부서가 국정 홍보 업무를 맡는 것은, 문화와 체육을 한 부처에서 담당할 것인가 별도의 독립된 부처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위원회는 2018630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정홍보조직 개편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교문수석을 폐지하여 민정수석-교문수석-문체부로 이어졌던 블랙리스트 실행의 중간 고리를 삭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정홍보 업무는 그대로 두었다.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문화행정 제도 개선 권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3권, 90쪽.

 

이제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박보균 전 중앙일보 대기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2일에는 국회 청문회가 있었고 9일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역사관, 위증 논란,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보균 후보자에 대해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것은, 후보자가 문화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이나 성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보균 후보자는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를 지내는 등 중앙일보에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경력을 쌓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처 이름처럼 문화, 체육, 관광을 모두 아우른다. 문화와 예술분야만 놓고 보더라도 미진한 블랙리스트 후속조치, ‘예술인권리보장법시행령 시행규칙 제정,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매체 환경과 문화산업 환경, 팬데믹 이후 산업 및 예술생태계 복원, 문화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인들만 임명되었던 것은 아니다. 유인촌, 이창동, 김명곤 등 문화예술계 인사가 맡기도 했지만, 유진룡, 박양우 등 문체부 관료 출신, 도종환, 황희 등 정치인도 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기자와 언론사 경영진이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을 산하단체로 두고 있는 등 언론정책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다. 그러나 이는 많은 업무 중 하나다.

 

그래서 우려되는 점은 이것이다. 부처 이름은 그대로 둔 채 문화공보부로 되돌려진 문체부에 언론인 출신 장관이 임명하는 것은 문체부의 주요 업무를 국민소통실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후보자 자질에 대한 논란보다, 새정부의 문화정책이 더 크게 우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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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문화정책리뷰] 편집장.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연극비평의 대상으로 정책을 비평하는 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