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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온라인 긴급토론회 <코로나19, 문화예술 긴급지원정책을 평가하고 제안하다>가 열렸다. (공유성북원탁회의, 문화연대,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예술인소셜유니온,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공동주최, 서울문화재단 후원) 이미 <코로나19와 지역문화 생태계(성북문화재단 주최, 3/31), <100개의 화면, 100개의 이야기>(춘천문화재단 주최, 4/10)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각종 토론회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문화정책 의제를 논의하는 소중한 자리들이다. 이 글에서는 이번 토론회 주요 발언과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고, 이어서 연구자의 시각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문화예술 정책 체계에 관한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하장호 예술인소셜유니온 위원장은 ‘지금의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인가?’라는 다소 자조적인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문화예술 생태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 예술인의 삶에 조응하지 못하고 행정수단화된 지원구조, 화석화된 당사자 조직의 문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잠재해 있던 문화예술계의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논하는 것이 이 토론회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토론회 참석자 모두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상반기는 원래 수입이 없었다”, “원래도 예술대학에서 현장의 실태를 알려주는 교육이 없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맥락 없는 예술이론 수업이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예술가가 직업이 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체감했다.” 등의 발언을 통해 토론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겪는 경험과 감정이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이 문제들이 마치 코로나19 때문인 것처럼 포장되는 상황에 불편함을 토로하였다.
그런 점에서 하장호 위원장의 코로나19 관련 문화예술 지원 정책 평가 내용도 사실상 기존 문화예술 지원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하 위원장은 ① ‘종합적인 지원대책과 정책의 부재’를 논하며, 문화정책의 컨트롤타워 운영과 전방위적 피해 실태조사가 필요한데 이들이 당사자 중심의 거버넌스를 통해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진 토론자가 주장한 ‘정책적 패키지화’가 아마도 구체화된 방안일텐데 예술계 전체를 포함하되 각 기관과 사업이 배타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하 위원장은 ② ‘공모형 지원사업의 홍수’를 지적하며 예술인 기본소득과 같은 직접 지원을 주장했고, ③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요구하며, 마지막으로 ④ ‘온라인, 비대면, 영상콘텐츠 등 새로운 창작 환경에서의 예술인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마치며 하장호 위원장은 여기서 지적하고 제안된 내용이 10년 전 논의와 전혀 다르지 않고, 그만큼 문화정책이 전혀 진일보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하였는데, 이 점은 연구자인 나에게도 정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살펴보기보다 한국의 문화예술 정책 체계 전체를 아우르는 메커니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이전과 이후의 문화정책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큰 변화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문화예술 정책의 대상과 접근 방식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이를 간결히 표현한 것인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중예술 분야에는 물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비하였고, 주로 ‘공공성’을 증진하는 시민 대상의 생활예술 지원이나, ‘예술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순수예술, 그중에서도 기획자, 시나리오작가, 무대연출 등을 제외한 창작자에게만 지원이 집중되었다.
그럼 코로나19 이후에 무엇이 바뀌었는가? 관객 감소로 시장이 무너진 대중예술 분야에서도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순수예술 분야는 ‘재난지원’이라는 이름만 바꾼 새로운 공모지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문화예술 정책에서 말하는 공공성의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시민들은 오히려 넷플릭스, 유투브, 방구석콘서트 등 각종 기관에서 송출하 무료 공연 영상으로 재난 시대 문화예술을 새롭게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변화가 말해주는 것은 문화예술 정책의 기준과 가치가 되던 공공성, 예술성, 시장성현재 재난 상황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고, 그 만큼 그 이론적 토대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순수예술 장르 공모지원이 특히 그렇다.
많은 예술가들이 말하던 것처럼 예술가가 기금을 받는 이유는 작업에 돈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기금 선정이 곧 예술계의 인정이며 예술가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적 가치와 신화적 서사는 복잡한 기금 선정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예술가는 항상 수십 장의 지원서로 작업을 설명하고 예술계의 내로라하는 선생님과 전문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결과보고서와 꼼꼼한 정산으로 작업의 성과와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이 모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원서는 간소한 형태로 바뀌었고 정산은 하지 않아도 되며 심사는 서면이나 영상으로 대체되어 방구석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선생님’을 마주한다.
토론자였던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의 말은 이런 점에서 문화예술계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강원재 대표는 취소된 벚꽃축제 예산 1억원을 예술가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런 지원의 공공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예술성을 확보하는 게 공공성이라는 문화예술계의 논리는 경계를 한 발짝만 넘어가도 지역정책, 복지정책, 사회정책 분야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임현진 독립기획자의 발언 중 영국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England)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예술가만 피해를 책임지면 안 된다는 입장문 발표에 영국예술계가 반겼다는 소식은 한국 문화예술 정책이 확보하지 못한 예술가들의 정책적 안전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상상하게 해준다. 박주현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기술적 학습에만 치우친 예술대학 문제를 코로나19 시대에 논하는 이유도 예술가들의 미래, 한국 문화정책의 미래가 시작되는 교육기관에서부터 공공성, 예술성, 시장성에 대한 균형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기관 직원, 예술가, 기획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바삐 달려가는 작업에서 이런 시기가 한 번은 필요했던 것 같다고도 한다. 나는 이런 진단이 문화예술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문화예술 정책을 수립하는 이유, 대상, 방법, 목적 등을 놓고 데드라인 없는 토론과 연구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번 토론회가 코로나19 긴급지원 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문화정책 전반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던 데에는 이런 정책적 전환에 엄청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토론회 영상 보기 https://youtu.be/u26Tf71jvn0
* 토론회 발제문 보기 http://culturalaction.org/archives/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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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주
문화사회학 연구자.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대학에서 음악학을 전공했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동시대적 문제들을 놓고 이야기해보기 위해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지역문화, 청년예술, 문화예술 조직, 힙합 등이다. eunices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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