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하러 끌려간 치과에서 충치를 발견하듯이, 전염병으로 인한 장기적 예외상태는 우리 시대의 숨은 질환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 서울의 한 구(區)에서 발표한 예술인 긴급지원 안내에 따르면, 긴급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는데, ‘공공프로그램 강사료 지원 수혜자’가 그 중 하나였다. 여기서 멀쩡하게 고용한 강사를 ‘강사료 지원 수혜자’라고 표현한 그 대목이 바로 우리 시대의 질환이다. 우리가 구청장을 ‘세비 지원 수혜자’라고 하지 않고 구청 직원을 ‘봉급 지원 수혜자’라고 하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받는 급여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반면 문화강좌 강사들을 ‘강사료 지원 수혜자’라고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급여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