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문화부예산 8

[EDITORIAL 52] 보이는 파국, 보이지 않는 파국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가스냄새를 감지하다』는 파솔리니의 영화 분노>를 뒤섞이는 시간들에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파솔리니의 분노>는 1950~60년대 이탈리아 “뉴스 영화”의 9만 미터 필름에서 장면을 뽑아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뉴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창한 하늘의 뭉게구름과 핵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을 이어놓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파솔리니는 몽타주를 통한 이미지의 충돌만이 아니라 시, 음악, 나레이션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층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저자의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아무런 [위기의] 기미 없이 지나가는 시대”에 이를 감지해 내는 일, 다시 말해 역사를 독살하는 “영원히 잠재적 위기”를 파솔리니는 어떻게 보여줄 수..

에디토리얼 2025.01.13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④] 탄핵 정국, 비정상적 ‘예산거래’는 사라질까 (김상철)

관련기사[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①] 짝퉁이 판을 치는 (김상철)[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②] 기획재정부의 재정놀음에 휘둘리는 문화예술교육 (김상철)[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③]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산은 돌연변이가 아니다 (김상철)  12.3 내란사태 직후인 12월 10일 국회는 2025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헌법에서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제54조2항)라고 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는 12월 2일에는 통과되었어야 하는 예산이다. 어차피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이고 최근까지 법적 기한 내에 예산안 확정이 이뤄진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다소 ..

이슈 2025.01.13

[EDITORIAL 50] 한강 노벨상 수상, 그 이후

네 그렇습니다. 또 한강 이야기입니다. 이제 좀 흥이 사그라든 것 같은데, 또 숟가락 얹기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복기해보고자 합니다. 수상 발표 이후 ‘모두’가 ‘함께’ 즐거웠던 것은 딱 다섯 시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소식이 전해지고 잠이 들기 전까지 “좋은 일이 있어서 좋다”는 글들이 이어지더니 다음 날 다시 열어본 SNS 타임라인에는 한강의 작품과 한강의 수상을 두고 자신이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가득하더군요. 그러더니 얼마 되지 않아 황석영 작가의 한강 수상에 대한 축하글이 이미지 파일로 떠돌고 있었습니다. 글쎄요. 왜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황석영의 축하 인사가 그렇게 급하게 꼭 필요한 것일까요. 언론이나 문학계에서 황석영 작가의 노벨..

에디토리얼 2024.11.17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③]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산은 돌연변이가 아니다(김상철)

정책은 구체적인 의지를 가진다. 원래 정책이란 말엔 계획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고 계획은 의지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예산은 이런 정책의 의지를 드러내는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왜 예산에 대한 분석이 결국 정책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문화예술정책이 여전히 전통적인 진흥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이런 체제가 빚어낸 문제점, 대표적으로 예술인 없는 예술정책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지난 10년 간 지속되어 왔다. 예술인복지라 부르는 영역이 그러한데, 애당초 예술인복지가 예술노동이라는 말로 등장한 데에는 예술창작이 추상적인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되면서 ‘가난한 물적조건’이 곧 ‘예술창작의 영감’으로 받아들지던 통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슈 2024.11.17

[EDITORIAL 49]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어서 좋다"

막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을 일어서는데 마침 같은 공연을 보았던 지인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합니다. 사실 객석을 빠져나오는 관객들 틈에서 작은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었기에 ‘한강’ ‘노벨상’ 두 단어만, 그것도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연극의 얼얼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으니까요.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연극의 기운이 좀 씻기고 나서야 근데 무슨 말이었지 싶어 핸드폰을 켭니다. 핸드폰 화면에 주르륵 뜨는 소식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흘러갔던 단어가 문장으로 완성됩니다. “한강 노벨상 수상했어요.” 처음 이 문장이 뚜렷이 조합되었을 때도 이 소식이 무슨 소식인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뉴스와 SNS 타임라인과 이런저런 채팅방..

에디토리얼 2024.10.11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②] 기획재정부의 재정놀음에 휘둘리는 문화예술교육 (김상철)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로 줄임) 사업으로는 폐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당장 2024년 학교예술강사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287억 원이었는데 2025년 예산안에는 80억 원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해당 예산은 42억 원의 사업운영비와 처우개선비로 4,805명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으로 38억 원이 반영되었을 뿐이다. 연 80만 원 수준의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규모와 사업운영비 규모가 별 차이가 없으니 사실상 사업 폐지라 봐도 무방하다. 아니, 그것보단 사실상 재정적 협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42억 원의 예산은 2024년 예산 기준으로 보면 2달 정도 운영할 수 있는 비용으로 3월 개학 전까지 교육당국이 알아서 문제를 풀라는 요구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정작 해..

이슈 2024.10.11

[EDITORIAL 48]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내년엔 수업 못할 거 같아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의 말입니다. 그 지인은 지역에서 극단활동을 하면서 학교예술강사를 하는 연극인입니다. 요즘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 여러 우려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던 터라 사정이 어떤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입니다.  연극만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은 예술강사, 티칭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창작활동과의 병행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강사로 삼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좋은 예술에서는 교육의 계기가 발생하고, 좋은 예술교육은 창작의 계기 속에서 이루어지니 둘을 나누고 가르는 것이 도리어 예술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드는 것이겠죠.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조정의 수준이 아니라 거의 사업을 폐기하는 수준의 삭감이 진행되고 있..

에디토리얼 2024.09.06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①] 짝퉁이 판을 치는 (김상철)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다. 총수입은 24년 대비 40조 가량 늘어난 651조, 총지출은 24년 대비 20조 증가한 677조로 사실상 긴축예산에 해당된다. 수입증가율이 6.5%이고 지출증가율은 3.2%다. 지출규모가 큰데도 긴축예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24년에 총지출-총수입이 44조였던 것에 비해 25년은 26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대액에서 총지출이 많으니 적자예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잉여금과 국채 같이 수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입이 있기도 하지만 예산에 편성한 총지출 역시 전액 지출되지는 않고 이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수입과 총지출 간격이 오히려 재정정책의 의도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 문화부의 예산은 오히려 줄어서 2023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부는 7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강..

이슈 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