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시기에 무언가를 요청하는 행위가 의미를 가지려면 어떤 조건이 되어야 할까. 요청을 하는 쪽에서야 긴급함이나 중요도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요청이란 결국 받는 쪽이 수락해야 현실성을 갖는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둘이 엇나가게 되면 사실 요청이라기보다는 주문에 가깝게 된다. 중립적으로 말하더라도 선거 시기의 요청이란 결국 요청하는 쪽과 요청받는 쪽의 짜여진 역할극에 가깝다. 한국 사회는 선거 시기를 단순히 새로운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절차로서 만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법적/제도적 쟁점을 공론의 정책 시장에 등장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왔다. 때로는 정책협약이라는 방식으로, 가끔은 특정한 당사자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많은 경우는 간담회나 토론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