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출판사는 대구에 있다. 며칠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이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하여, 2008년 말 소재지를 서울로 옮기기 전까지 쓰던 그 사무실에 깃들어 있다. 『녹색평론』이 대구에 있다는 인연 덕분에 1998년부터 약 10년 동안, 나는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김종철 선생 곁에서 출판 일을 배우는 행운을 누렸다. 김종철 선생을 기리며 ‘사상가’, ‘문학평론가’, ‘문필가’로서 못지않게, 김종철 선생은 한국 출판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기려야 할 뛰어난 ‘출판인’이자 ‘편집자’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분이 손수 쓰고 번역한 수많은 책들, 밤잠을 설치며 일일이 교정 보고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은 기념비적인 출판물들을 새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위업은 앞으로 뛰어난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