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준비 중인 축제의 기획단 사람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지난 초여름 작업을 약속했던 공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정확히는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객석 거리두기를 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더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때였다. 내가 극장장으로 있는 극장에서 전체 기획의 일부가 이뤄지고, 우리 극단도 참여하는 행사였다. 시인과 음악인의 협업이 중심에 되는 행사에서, 우리 극단이 유일한 연극 참가팀이었다. 나는 공연을 만드는 참여예술가이면서 축제의 방향과 운영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기획단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당시의 ‘지금’은,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였다. 어느새 9월이 되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