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유행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이와 대비되는 지리적 영역이자, 고유한 장소성과 문화를 가진 ‘지역’이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어 오다 언제부턴가 ‘로컬’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단순히 단어가 대체된 것이 아니라 또다른 의미와 지향까지 덧붙여진 듯하다. ‘로컬’이라는 단어 아래에는 청년, 힙, 핫플레이스, 도시재생, 관광, 상권, 젠트리피케이션 등 복합적 이미지와 요소가 울렁거리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대구 무영당에서는 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대표 한상훈)가 주최한 ‘자급자족자립예술세미나’가 열렸다. ‘자급자족예술세미나’는 대구 문화예술 이슈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이번 세미나는 <파티51>로 일찍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룬바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로컬 젠트리파이어 전성시대 ‘핫플 과잉’이 앞당기는 지방소멸>의 저자 정용택이 발제를 맡고, 김현정 아트디렉터·지속가능지역연구소 소장, 안진나 도시활동가·‘훌라’ 대표, 이만수 ‘대화의장 무영당’ 총괄디렉터·‘레인메이커’ 대표, 장지혁 시민활동가·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로컬의 시대정신은 부동산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행정
정용택 감독의 발제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로컬 생태계 구축 위원장의 발언과 방향성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한다. 홍대, 연남동, 성수동, 황리단길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극도로 심화된 동네를 지방소멸을 극복할 로컬브랜드 상권의 좋은 모델로 여긴다는 것이다. 정용택 감독은 각 동네들이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어떻게 상업지역으로 변화했는지 꼼꼼히 짚으며 ‘힙한’ 로컬이 지방소멸을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홍대 상권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그 지역을 키웠던 소상공인들과 청년들이 떠나고 이후 자리 잡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까지 떠나 현재 터무니없이 높아진 지가로 ‘공실밭’이 되었다. 연남동은 관광상권으로 변모돼 마트와 세탁소, 태권도 등 생활 상권이 사라져 주거지로 기능할 수 없게 되었다. 팝업스토어의 격전지가 된 성수동은 부동산 과열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수도권뿐 아니라 경주 황리단길을 비롯해 관광지가 된 전국 곳곳은 지방소멸의 대안이 되기는커녕 외려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용택 감독은 “지역의 장소성을 무시하고 돈이 되는 힙한 것만 추구한 결과 로컬은 주민이 살 수 없는 관광지가 되어 인구소멸지역이 되고 만다”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얻는 이익은 은행, 외지 건물주와 투기 자본이 가져가고 그 피해는 약자인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으나, 이번 발제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로컬 붐을 일으키고 있는 행정과 정책이다. 앞서 언급한 지방시대위원회 로컬 생태계 구축 위원장은 국토부 도시재생 강연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안 되고 어떻게 지역이 발전할 수 있나”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가치를 올리는 게 지역을 살리는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정 감독은 “젠트리피케이션은 민간에서 업자들이 들어와서 상권을 활성화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이때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원주민 보호, 지역의 소상공인 보호이겠지만 지자체 등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로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지적한다.
정 감독은 ‘로컬 젠트리파이어 전성시대’라고 말한다. 젠트리파이어는 특정 지역에 투자하여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 소위 뜨는 상권에서 ‘로컬워킹투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임장투어(투자 전 매물 지역을 탐방하는 것)를 하기도 한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시작되는 특정 시기에는 외지인들이 집을 매입하거나 상점을 여는 사례들이 있고, 실제로 지역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정부시책이 지가 상승의 신호탄이 되고, 그 지역은 부동산 투기 후보지가 되기도 한다. 여수도시재생지원센터 토론회에서 “상생협약은 종이 쪼가리였다”는 센터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로컬브랜드 사업은 더 심각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올 수 있으나 준비 없이 전국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택 감독은 정부가 진행하는 지역 살리기 사업이 외려 임차인을 내쫓고 있는데, 임차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한국 임대차법의 한계도 지적했다. 이에 일본 차지차가법, 독일 프랑스 선매권을 대안으로 이야기한다. 일본의 오래된 가게가 많은 이유는 차지차가법과 같은 강력한 임차인 보호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무타 빈티지 마을 선언 중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곳에 사는, 그곳에서 일하는,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지방소멸’은 망령, 지역민 삶의 질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김현정 소장은 로컬 정책이 로컬을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삶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처로 대상화한다고 말하며 ‘세금을 들여 힙하고 핫하게 만든 로컬들’의 두 가지 현상에 주목한다. 첫째는 주거지가 관광상권이 되어 정주하는 주민은 줄어든다는 점, 둘째는 흥하게 된 상권의 상점들은 소유주와 세입자, 간판과 업종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그 예로 2천 억 이상 세금을 쏟아부은 창원시 창동상권을 비롯 정책적으로 육성한 골목상권 점포들 다수가 3년 이내 주인이 바뀌고, 빈 점포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관광상권이 된 곳이 주거지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관광상권 공급자들은 투자가 벌어지는 곳으로 이동이 유리하기 때문에 한번 띄운 상권은 오히려 빠르게 공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핫플이 되기 위해 지역을 재생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주민들을 떠나게 하고 있는데, 이처럼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왜 핫플을 만들어야 하는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로컬 정책의 근거이자 명분이 되는 ‘지방소멸’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한다. 2014년부터 지방소멸이 화두가 됐다. 김 소장은 인구 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나 인구밀도가 낮아진다고 지방에 살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 지방 행정, 대학 통폐합 등 행정 광역화가 일어난다며, 지방소멸은 사실상 지자체의 소멸이라는 것이다. “소비하러 침입했다 가는 골목이 아니라 사람이 일상을 보내며 살기 편한 골목이 되어야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방소멸’은 장지혁 활동가의 토론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졌다. 장지혁 활동가는 지방소멸이라는 말의 허점을 짚으며 지역의 사회 경제 인프라가 파괴되는 것이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그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짚는다.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의 고령화, 인구수 감소가 수도권 혐오시설이 지역으로 오는 근거가 되고,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결국 지역은 수도권의 식민지화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필요에 따라 지역의 사용방식이 정해져서는 안 된다. 공공병원, 도서관 등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공급하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일이라 말한다.
김현정 소장도 같은 부분을 언급한다. 1년에 관광객을 위한 상권을 만들어 주민들이 살기 힘들게 하는 정책에는 몇 백억 원이 쉽게 쓰이지만,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에 공공의료원이나 학교를 유지하는 데는 몇 천만 원도 쓰기 어려운 게 로컬 정책의 모순이라고 말한다. 지방이 소멸하는 게 아니라 지방의 기반시설이 사라져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되는 것이 문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로컬 정책이라면, 도시재생정책은 지역 주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책이 남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팔고 나가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만든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남은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지방소멸을 부추긴다. 또 도시재생사업, 로컬사업 등이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지역에서 얼마만큼 관계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투자 대비 얼마를 벌 수 있느냐의 질문으로 변질됐다”며 “로컬을 내세운 이 사업이 도시를 사냥하는 방식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대체 불가능한 지역의 DNA,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두터운 지역성에 주목해야
정용택 감독과 김현정 소장이 로컬 정책의 방향성으로 야기된 사회적 문제점과 정책의 맹점을 짚는다면, 안진나 대표는 문화기획자이자 도시연구자로서, 로컬을 만들어가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안진나 대표는 대구 북성로를 기반으로 공구상, 공업사 기술자들과 관계 맺고 이 같은 기술 생태계를 해석하고 계승하는 방식으로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북성로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두께의 기존 생태계가 있어 찍어내기 방식으로는 무너뜨릴 수 없는 내구성을 가진 지역”이라고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던 많은 곳이 고유의 장소성을 무시한 채 똑같은 것들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결국은 한 지역을 식민화하는 방식으로 짧고 소모적인 사이클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이다. 로컬 상권 사업을 하기 전에 무엇보다 로컬리티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빙이 선행되고 터의 무늬를 고려한 기획과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불가능한 지역의 DNA가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건물주나 지주 중심의 법이라 정책이나 법적인 한계가 뚜렷해 법이 바뀌어야 하는 점은 필수적이고 당연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의 임대차법 등 우리나라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도시재생을 통해서 지가 상승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작은 택지들을 다 통합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만드는 것은 문제다. 도시 공간에 오래된 것들을 재생해 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부동산과 함께 지역활성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북성로에서 진행되었던 근대건축물리노베이션 사업도 함께 언급했다. 5년 간 임대료를 저가로 유지하기로 지차체와 같이 3자간 상생협약을 맺었던 사례다.
안 대표는 “모든 지역은 각자의 시간과 장소를 지닌다”며, 개발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지역의 가치, 도시의 사이클에 대해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이 지역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나가게 될 수 있는지를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들, 지역에서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 청년들이나 청소년들까지 참여하는 커먼적인 활동으로 지역의 공유 자산을 만들어갈 때 로컬 상권 사업이 의미가 있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들이 없는 채로는 많은 지역에서 유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될 뿐이라고 말한다.
“도시 규모를 고려하고, 역사나 맥락에 대한 발견과 임무, 그것들을 토대로 한 콘텐츠나 활동들이 제대로 연결이 된다면 힙합 로컬이라는 걸 어디서 이식해올 필요 없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로컬 자체가 굉장히 즐겁고 재밌는, 멋진 것들로 발현될 수 있지 않나”며 살고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강조했다.
이만수 레인메이커 대표는 로컬브랜드 사업을 다양하게 시도해왔다. 영상, 디자인 작업을 하는 단체에서 시작해 지역 수공예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소셜마켓 등 여러 공간을 운영해왔다.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정의하고 있다며 활동해온 경험을 중심으로 고민을 풀어냈다. 처음 레인메이커가 자리잡았던 김광석길 내 13만 원의 월세를 주던 곳이 한 달 만에 200만 원으로 오르기도 했고, 대구의 중심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동성로에서도 몇 백만 원의 월세를 부담하며 소셜마켓을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청년단체와 함께 수창청춘맨숀과 무영당 등 시 소유의 공간을 운영해보기도 했다. 많은 공간을 옮겨다니며 이모저모로 운영하다 결국 이만수 대표가 선택한 것은 매입이다. 북성로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인 ‘대화의 장’은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레인메이커가 직접 운영하는 대안공간이다. 행정이나 시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문화적 활동도 일어난다.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지역문화를 일궈가는 이에겐 일궈낸 것을 지키고 굳건히 자리잡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대표는 “서울로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은 도태의 관점에서 묻는 질문이라며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은 도태 혹은 ‘남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로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사회진입 청년의 초봉이 10년 전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오르는 건 물가와 부동산 가격뿐인 것 같다. 이 같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만큼 단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도 없으니 부동산 가격에 혈안이 되는 것이야 막을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곳도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어 집주인은 시세차익을 크게 얻으며 매매했고, 다시 이사한 곳은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섰으니 다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매매할 준비를 한다.
과거 문화정책도, 지금 로컬정책도 문화는 늘 부수적 가치로 취급받는 일에 대한 허망함이 있다. 하지만 김현정 소장의 말처럼 문화예술영역은 정부의 문화예술 사업과 정책에 편승해야만 활동할 수 있는 점, 많은 문화예술 관련 단체 연구자 등의 개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니 정책의 영역 바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폭이 많지는 않다. 3년쯤 전 지역재생 관련 사업에 공모한 적이 있다. 대구 기반 세 개 청년단체가 함께했고 기존에 지역에서 해왔던 일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그런데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은 지역에 대한 고려나 기존 단체에 대한 이해 없이 관광수익사업이 되는 방향으로 해보라며 그 같은 예시를 숱하게 들었다. 그 공모가 지향하는 방향이 관광상권화로 지역을 재생해보겠다는 관점이었으리라.
필자는 대구에서 문화 관련 일을 하며 산 지 13년이 되었다. ‘로컬크리에이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말하지 않는다. 로컬사업이 진행되며 만들어진, 로컬사업을 기획하는 이들로부터 부여받아야 하는, 그 사업 참여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바운더리에 속한 사람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대구에는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찐득한 지역인들이 있다. 지역재생이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한상훈 기획자는 문화마을, 도시재생뉴딜, 문화도시 등 문화기획판에는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흐름 혹은 정책이 대두되고 여기에 많은 이들이 모여 판이 만들어지고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문제나 우려할 지점이 드러나도 좀처럼 공론화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의 발로인데, 이는 오히려 지역활동의 건강성을 해치고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고 말한다. 정용택 감독은 문화기획판에 비켜서 있는 활동가라서 이런 발언을 호방하게 시작한 것으로 이 세미나는 그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라고 한다.
한 기획자는 “이 시점에서 대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지역활동가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로컬이라는 낯선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훨씬 전부터, 지역의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경험치와 관점 속에서 지역의 대안을 만드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그에 대한 다원적 평가와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 ‘지역활동’의 가치와 지방소멸 시대의 ‘지역살이’를 응원할 수 있었으면 한다. 권위자와 지역게이트키퍼의 카르텔 안에서 저 사람, 저 단체, 저 활동은 로컬이 ‘맞다’ ‘아니다’ 인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을 들여다보고 기존 활동의 가치과 새로운 활동을 연결하는 방식이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3시간 여 진행된 세미나가 끝나고도 자리를 옮겨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타지에서 온 분들도 있었는데,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로컬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장지혁 활동가의 말을 전한다.
“지역 소멸을 근거로 일어나는 로컬 정책이 폭주 기관차처럼 지역소멸을 가속화하는 듯하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기관차에 액셀레이터를 밟을 것이 아니라 기관차에 브레이크를 밟아야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
김인혜. 2011년부터 문화예술관련 일을 하며 살아왔다. 2012년부터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을 운영하며 인디 독립문화와 지역 관련 콘텐츠로 독립출판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고, 좋아하는 문화로 기획하며 살고 있다. 이대로 망하지 않고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의지의 꽃길’부터 샘터까지- 2022 프로젝트 영도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서평주) (0) | 2024.09.06 |
---|---|
[칼럼] ‘용호성’이라는 기표와 한국문화정책의 어떤 지점(김상철) (0) | 2024.08.07 |
[칼럼] 410 총선이 보여준 문화정책의 ‘복합적인 난맥’ (0) | 2024.05.08 |
지원사업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떠났습니다 (0) | 2024.04.08 |
[리뷰] 호명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 (0)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