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지원정책 3

[특집: 판데믹 이후, 전환을 위한 의제 ③] 예술의 공공의존성

판데믹을 장기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위기국면은 그간 별로 주목하지 않았거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며 간과해왔던 문화정책의 몇가지 불편한 부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도 매우 발빠르고 적극적으로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처한 한국 정부 행정조직의 모습은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도 예외없이 발빠른 조치들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으로 이런 조치들이 적지않은 정부 예산의 긴급한 투입을 요하는 것이고 평소와는 다른 행정의 긴급성을 갖고 행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이나믹하고 즉각적인 솔루션을 들고나오는 모습은 과연 한국 관료조직이 기민하다는 감탄을 토하게 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반응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 나라의 문화정책, 문화행정이 ..

특집 2020.10.06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②] 예술지원정책의 기저질환

한 다리 건너 지인 중 민주시민교육 분야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 있다. 그분은 촛불 이후, 소위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지역자치, 거버넌스에 대한 강조가 다시 시작되면서 매우 바쁘게 이런저런 민주시민 교육 프로그램, 지역 거버넌스 프로그램을 정부와 지자체의 요구에 의해 진행해왔다. 그런데 그분이 최근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온 카드대금 연체 문자였다.. 바쁜 것만큼의 액수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공공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며 받아오던 보조금이나 용역비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 끊기다 보니 은행 잔고가 부족했던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각종 교육이나 행사가 불가능해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봉급 생활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상황이겠지만 프리랜서들에게는 매우 흔한 일이다. 뭐 이처럼 춥고..

특집 2020.05.05

[이슈: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당신의 정의(定意)는 무엇입니까?

학계의 주요한 생산물 중 하나는 연구, 소위 논문이다. 연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연구의 주요 주제인 특정 개념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당연하고 기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상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짚어가다 보면 이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이 과정은 또한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논의를 위한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사용하는 주요 주제어에 대한 상호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술적 정의와는 별개로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은유적 힘이나 뉘앙스에 의해 무한한 확장가능성을 가진 단어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문화’란 단어가 그렇다. 동네 체육관, 복지시설, 유치원, 학교, 심지어 사우나, 미용실, 병원, 분식집까지..

이슈 20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