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유행처럼 쓰이는 도시에 문화를 입힌다는 표현이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주로 쓰인다. 어느 지역에서는 “도시 재생에 문화의 옷을 입힌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천년의 도시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힌다”(경주는 아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사실 따지고 들어가면 말이 안 되는 소리인 동시에, 관점에 따라서는 매우 불편한 표현이기도 하다. 우선 문화라는 개념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이는 부정확함이다. 문화의 옷을 입히건, 문화예술을 입히건, “문화를 입힌다”는 표현은, 본래 문화가 부재하던 어떤 장소나 공간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란 것은 학문적으로 따지고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이 있으면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다는 이해는 이제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