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사태가 우리 사회에 준 교훈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박근혜 정부가 허무하게 무너졌던 사유 중 하나다. 문화예술에 대하여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이 얼마나 사회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은 너무도 지당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문화적 통제가 반민주적, 반역사적인 것이 지당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최근 얼마간, 길게 잡아서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 년을 제외하고는 늘 당연한 현실이기도 했다. 봉권 왕조시대나 식민지 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대한민국 개국 이래에도 늘 문화는 국가가 통제하는 범주였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문화는 검열과 탄압의 대상이었고 ‘보편적 국민 정서’는 문화예술의 다른 취향을 가로막는 만능 키와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