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 분권, 즉 권력의 분산에서 호명됩니다. 세종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등이 여러 문제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을 만큼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어왔던 데에는 비대한 서울과 공동화되는 그외 지역의 문제가 현재의 삶은 물론 미래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공동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정책은 국토균형화전략, 지역분권의 문화버전으로 실행됩니다. 이때 지역은 행정구역으로 이해되고 지역문화정책은 시도군면동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분권이라는 정책 목표를 잠시 옆에 두고 보면, 지역은 삶이 전개되고 삶에서 비롯되는 문화가 형성되는 구체적인 장소입니다. 개개의 삶이 전개되는 모든 장소가 지역이라 할 때 중앙과 지역이라는 대립구도는 불가능합니다. 지역은 구체적 삶의 축적이라는 시간성과 그 축적과정에서 횡으로 연결되는 집단성(공동체성이라 이름붙일 공동의 것을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집합)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장소성은 행정구역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때 지역문화정책은 다층적이고 분열적인 삶과 문화의 구체적 장소를 대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호 이슈 “지역성 연구사례”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이 아닌 ‘지역성 연구’의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활동은 기획과 실행의 모든 과정이 곧 지역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프로젝트 실행의 하우투에서 비껴서서, 프로젝트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에서도 비껴서서, 구체적인 장소를 어떻게 읽어내고 무엇을 읽었는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정현식 “사소한 것들을 다시 발견하기”는 은평구 수색동에서 시작된 ‘예술수색단’ 활동에서 마을을 읽어갔던 과정을 살핍니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싶다는 우연한 시작은 재개발을 앞두고 빈 점포와 빈 집들이 늘어가는 마을에 남겨진 ‘사소한 것들’에 주목하고 소중히 하는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때 마을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문지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일을 알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을 이해하고”는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의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긴 제목처럼 끊임없이 주민들을 만났던 과정을 전합니다.
이번 호 [칼럼] 김소연 “법적 기준도 지키지 못하는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는 제7기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 중단을 다룹니다. 문체부 해명처럼 정해진 규정을 따랐음에도 그 결과는 여성위원 30%라는 기준마저도 지키지 못한 것인지 살펴봤습니다.
한 호 쉬고 다시 돌아온 김민규 [데이터리뷰] “나는 나의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는 <마이터리티 리포트>(2002) <캡틴 아며리카: 윈터 솔저>(2014) <거대한 해킹>(2019) 세 영화를 비교하면서 데이터인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추진 중인 ‘데이터 3법’ 관련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염신규 [기획연재_ 도시와 문화정책⑦] “도시재생의 딜레마(2) - 문화의 왜곡, 정치의 왜곡”은 도시재생에서 문화에 대한 기능주의적 이해가 어떻게 문화와 정책을 왜곡하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결국 문화에서 정치가 배제되는 것의 문제입니다. 지난 호부터 새롭게 시작된 이윤이 [인류세와 문화정책] 두 번째 글 “인류세란 무엇인가”는 ‘인류세’가 어떻게 담론장에 등장하였는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세와 관련된 그간의 논의를 자세히 전할 예정입니다.
[문화정책리뷰]는 6호로 한해를 마무리합니다. 여섯 번째 발행이지만 매호 기획을 하고 발행을 하는 것이 창간호를 내는 것만 같습니다. 아직 더딘 걸음이지만 내년에도 꾸준히 가보겠습니다. 내년에도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김소연)
6호 목차(20191201)
[이슈: 지역성연구사례] 사소한 것들을 다시 발견하기 _ 정현식
[이슈: 지역성연구사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일을 알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을 이해하고 _ 문지은
[칼럼] 법을 따랐는데, 법을 준수하지 못한 예술위 위원 선임 _ 김소연
[데이터리뷰] 나는 나의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_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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