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②] 창작열, 동료의식, 지원기관의 노력

CP_NET 2024. 6. 23. 17:30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는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라는 기획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새정부에 대한 제안이라기보다는 새정부 구성을 계기로 현단계 정책과제를 살피자는 기획이었습니다. 이 기획에는 100인의 예술가, 기획자, 정책연구자 등이 참여하여 현장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과제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 기획에 대한 분석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단과 제안에는 구체적 현장으로서의 ‘지역’에 대한 여러 관점이 드러납니다. (관련기사: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⑤] 분석-정책 관심도와 흐름,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⑦] 분석-정책에 대한 관심과 흐름2)

‘지역문화의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은 지역예술과 지역문화의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어떠한 변화와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책의 작동에서 토대로서의 현장에 주목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지원사업의 안이냐 밖이냐를 떠나 스스로 자신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현장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의 재구성을 전하고자 합니다.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①] 척박하기 때문에 연대로 성장해온 대구 독립영화 씬 _ 권현준

 
 
2022년 3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로컬시네마 : 대구 x 경북」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이 열렸다. 약 2주 동안 진행된 특별전에서는 19편의 장⋅단편 지역영화를 소개했다. 최창환, 유지영, 김현정, 박문칠, 감정원, 고현석, 장병기 등 지역에서 장편영화를 제작한 감독들의 작품은 시네마테크KOFA 스크린으로, 그리고 신예라 할 박찬우, 박재현, 김선빈, 장주선 등의 단편은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난 큰 규모의 특별전이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지역영화계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서울⋅경기 또는 대학 영화 관련학과를 중심으로 편중된 독립영화 제작환경을 감안해 볼 때, 대구 독립영화의 선전은 매우 인상적인 현상임에 분명하다. 촬영장비의 디지털화 및 보급확산으로 독립영화 제작의 진입장벽이 급격하게 낮아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대구 독립영화 제작 활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대구단편영화제 사무국장이라는 직함 덕에 여러 지역 독립영화제 또는 포럼에 불려 갈 일이 잦아졌는데, 대구영화의 성공 요인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겸연쩍고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은 있었지만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탓에 미처 구체화시키지 못했던 그때의 대답들을 이 글을 계기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비교적 최근의 대구 독립영화가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 어떠한 외부환경과 정책 속에서 발전해 왔는지를 지역 창작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소회가 될 것 같다.
 
 
상호부조의 자율적 네트워크
 
내가 지역영화인으로 정체성을 가지게 된 때는 장편 <수성못>(유지영, 2017)의 제작을 맡았던 2015년 즈음이었다. 그 당시 대구 영화현장은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 해 2월에 오오극장이 막 개관했던 때였다. 그때까지 대구에서 독립 장편영화가 제작된 것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배용균, 1989) 그리고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아스라이>(김삼력, 2007) 두 편의 작품이 유일했던 시기였다. 2000년 시작된 대구단편영화제가 조금씩 규모를 키워가며 지역영화 지원의 유일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구는 영화 관련 학과가 없어 영화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다. 당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에서 위탁운영했던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영화제작워크숍을 수료한 수강생들이 ‘시나리오발전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각자의 단편영화 연출작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구에서 단편영화를 만들자 판’이라는 소규모 제작모임 정도가 당시 대구 영화제작 인력의 전부였다. 한 다리만 건너면 대충 다 알게 되는 작디작은 판이었고, 열정과 낭만은 있으되 막막함이 컸던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들의 참여로 <수성못>의 연출⋅제작부 스태프 대다수를 꾸릴 수 있었고 작품은 무사히 완성되었다.
 
1년 뒤 전국 개봉된 <수성못>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 수료작으로 유지영 감독 개인의 성취를 넘어 대구 독립영화계에 큰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10여 년만에 지역에서 제작된 장편 프로젝트인데다가 당시 참여했던 지역의 스태프들이 경험 많은 외부스태프들과 협업하며 노하우를 축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후술하겠지만 이 당시 영화인들 대다수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며 현재까지도 대구독립영화계의 중추로써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성못>이 완성된 2016년 이후 대구 독립영화계에서는 놀라운 작품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시나리오발전연구회’ 출신 고현석과 김현정은 지역에서 제작지원을 받은 <물속에서 숨 쉬는 법>(고현석, 2017)과 <나만 없는 집>(김현정, 2017)으로 각각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에 선정되고, 미장센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다. <혜영>(김용삼, 2016)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감독상을 받았고, 원래 경남에서 나고 자랐지만 <수성못>의 스태프 참여를 계기로 대구에 정착한 장병기는 <맥북이면 다되지요>(2017)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대구지역 선배 감독군 중 하나로 <호명인생>(2008) 등 노동문제를 다룬 비범한 단편들을 만들며 창작을 이어 간 최창환은 이 시기에 첫 장편 <내가 사는 세상>(2018)을 개봉하고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다른 선배 감독군 중 하나였던 백승빈은 최창환, 유지영 등과 함께 시작했던 옴니버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서울의 제작인프라를 활용하여 <나와 봄날의 약속>(백승빈, 2018)을 완성⋅개봉하였고 로테르담영화제 경쟁에 올랐다.
 
대구 독립영화계라는 좁은 바닥의 구성원 모두가 기이하리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었던, 하나의 성공이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졌던 놀라운 시기였다. 대구 독립영화의 2015년과 2017년은 너무나 달라져 있어 얼떨떨하기까지 했다. 돌이켜 보면, 작디 작은 판이었기에 서로가 서로의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적 한계가 역설적으로 긍정적 시너지를 만든 것이다. 영화는 기능적 숙련과 정교한 협업시스템이 중요한 장르인데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던 것이다. 영화제작 모임 등에서 꾸준히 역량을 축적해 왔던 영화인들이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여러 개의 장⋅단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현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급성장할 수 있었고, 영화제작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풀이 지역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스태프로 참여 가능한 작품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영화를 통해 최소한이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도 인력의 유출 없이 대구영화계를 보존⋅지속할 수 있었던 작은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작품에 스탭으로 참여하는 대구 지역의 전통은 영화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친분 있는 동료의 작품에 서로 스탭으로 참여해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 선배 영화인이 권위의식 없이 후배 영화인의 연출작에 스탭으로 참여⋅보조해 주는 일은 적어도 대구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두가 대구영화인이라는 수평적 문화, 그리고 내 주변의 동료 없이는 영화를 지속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상호부조의 자율적 네트워킹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렇게 내재된 문화가 대구 독립영화계 유지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지역의 영화지원정책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위탁운영한 대구다양성영화지원사업 정도가 유일하였다. 지원 규모는 최대 500만 원 내외로 4편의 단편에 지원하는 수준이었다. 2016년 들어서야 처음으로 장편제작 지원이 신설되었으나 규모는 2,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해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제작지원 사업의 규모가 장편 최대 1억 5,000만 원, 단편 최대 3,500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규모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영진위 같은 중앙기관이 아니라 지역단체의 영화분야 지원만으로 한정해 놓고 보더라도 그 격차는 매우 컸다. 예컨대 당시 성남문화재단의 성남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장편지원 금액은 8,000만 원이었다. 인구 250만의 대구 영화지원사업의 규모는 인구 90만 도시의 1/4에 불과한 셈이었다. 대구의 첫 장편제작 지원금 2,000만 원으로 완성한 작품은 고현석의 <물속에서 숨쉬는 법>이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에 선정된 첫 번째 대구영화가 되었다. 아주 높은 확률로 그 해 뉴커런츠 작품들 중 가장 적게 제작비를 썼을 이 작품은, 자본⋅스태프⋅로케이션 등 순도 100%의 대구영화가 권위 있는 영화제를 통해 전국에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2016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지역 내 독립영화 제작 열기와 국내외에서의 성과는 영화지원 정책에 대한 대구광역시의 인식 전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침 당시 오오극장의 운영주체로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이하 ‘조합’)이 조직되던 시점이었고, 조합을 중심으로 영화지원 정책의 양적 확대 및 창작자 친화적 지원정책 수립을 주무부서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정적인 레버리지가 되어 2019년에 조합이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위탁운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현장 영화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효율적인 지원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를 마침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대구 영화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전 칼럼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에서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은 대구 독립영화의 현재 성과가 영화인⋅활동가 간 연대라는 기반 위에서 영화문화 발전을 위한 중요거점 확보의 과정이라 평가하였다. 이 글에서는 독립영화인들의 연대체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거점이 된 오오극장, 그리고 신규 영화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교육거점의 역할과 제작지원의 거점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등 지역영화 생태계 구축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 상영, 제작지원, 네트워크) 거점들의 역할과 역사에 대해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지역영상위원회 부재상황에 대한 타계책으로 영화영상 발전 정책수립과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위해 지방정부와 대구영상미디어센터(지원기관),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창작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과 확립도 중요한 성과요인으로 제시하였다.
 
주목할 지점은 다른 지역에는 이러한 제반 여건들이 이미 충분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최소한의 기반을 갖추기 위한 대구 독립영화계의 노력은 다소 눈물겨운, 혹은 관점에 따라 비정상적인 지점이 있다. 인프라가 전무했던 탓에 지역의 창작자들이 주축이 되어 하나하나 처음부터 바닥을 일궈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하는 눈물겨운 자기 증명의 노고도 필요했다. 일례로 대전광역시의 경우, 대전에만 목원대, 배제대 등 영화 관련 학과가 3개가 넘고 충남⋅북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두 자릿수에 육박한다. 대전영상위원회뿐 아니라, 인근의 청주, 제천, 충남 등에도 별도의 영상위원회가 운영 중이며, 각 영상위원회 별로 적지 않은 규모의 지역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를 활용하여 최근에는 대규모 영화 스튜디오도 설립되었다. 대전아트시네마, 인디씨네U, 소소아트시네마 등 다양성영화 상영 인프라도 훌륭하다.
 
대구는 공적영역 또는 기관에서 담당해야 할 많은 부분을 지역 창작자들과 소수 활동가들의 고군분투로 만들어왔거나 임시로 그 역할을 메워왔던 셈이다. 때문에 비슷한 인구 규모의 다른 광역시도 권역과 비교할 때 조성된 제반여건조차도 안정성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현재 대구영화학교를 위시한 영화교육, 지역영화 제작지원, 후반작업시설 운영,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영상위원회, 지역교육기관, 미디어센터와 영화전문 지원기관들이 분담해야 할 업무를,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한 기관이 모두 감당하고 있는 기형적 형태인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의 정신과 책임의식, 그리고 구성원들의 탁월한 역량으로 지역 영화계를 지탱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잇몸이 이만큼 단단해질리는 없다.
 
물론 이 같은 불완전한 영화문화 제반구조 형성과정 속에서도 긍정적 측면을 발견할 수는 있다. 첫째, 열악한 제작환경 극복을 위한 방편으로 지역의 창작자들은 끈끈한 연대의식을 기반으로 단단한 네트워킹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무하다시피 했던 지역의 독립영화, 그 부흥의 일선에는 부족한 정책지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시킨 지역 영화인들의 자구 노력이, 그리고 그 기저에는 상호연대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핍 상황 속 생존을 위한 자기방어적 자생노력이 역설적으로 지역 영화계를 지탱하는 가장 도드라지는 강점이 된 셈이다.
 
지역 영화인이라는 자기정체성과 연대의식은 흔히 간과하기 쉽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대구와 비슷한 여건, 혹은 훨씬 더 훌륭한 제작환경을 보유한 다른 지역에서 로컬시네마가 정착되고 있지 못한 현재의 상황은, 한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무형의 의식과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유의미한 반증일 것이다. 연대에 기반한 대구 영화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대구에서도 내 작품을 충분히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그리고 ‘필요하다면 지역 외의 자원을 활용해 작품의 수준을 올리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유지영의 신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스태프 대부분을 기존에 손발을 맞췄던 대구 영화인으로, 촬영 로케이션도 대구를 선택했다. 이는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지만, 짧은 제작기간 내 완성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장병기의 신작 <여름이 지나가면>과 백승빈의 신작 <아이 엠 러브>는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만을 고집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특징에 맞춰 적절히 지역 외 자원을 활용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하였다. 적어도 대구의 영화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화 완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 주고 있고, 이 안전망 위에서 지역 외 자원과 인력을 더해 더 풍성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긍정적 측면은, 하나의 기반이 조성될 때마다 영화인들의 기여도가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될 수 있는 바텀업 의사결정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점일 것이다. 일례로 대구광역시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에 위탁하던 ‘대구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이 2022년 위탁주체가 대구영상미디어센터로 일원화되었던 과정에서도 지역 영화인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여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지원서식의 간소화, 멘토링 제도 등 불필요한 세부사업 폐지를 통한 지원금 상향, 신청인 인건비 책정가능, 인건비 지출한도 상향, 중복지원 제한 완화, 장편배급지원 부문 신설 등 효용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해 그 간 결과⋅편의 중심적으로 운영되던 경직된 지원제도가 창작자 친화적으로 변모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크고 작은 지역 내 영화관련 제도와 정책 수립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요식이 아닌 실질적인) 공청의 단계가 필수적인 절차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남은 과제
 
2016년을 기점으로 한 대구 독립영화의 성장과 발전은 매우 놀랍고 고무적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전술했듯 지원기관 및 체계가 여전히 불완전하고, 영진위 등 외부지원 여부에 의해 사업수행이 크게 영향을 받는 안정성 문제도 있다. 독립영화계 내적으로는 제작작품의 극영화 편중 현상, 그리고 창작자 위주로 영화문화가 형성된 역사적 맥락 탓에 비평, 관객문화 등의 저변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해결책을 찾아온 창작자들의 의지와 동료의식, 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창작열, 그리고 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개선하려는 지원기관들의 노력 등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 방법을 찾아내리라 확신한다.
 
 
 
-----
이승우. 2016년 이후로 줄곧 대구에서 독립영화 프로듀서로도 일하고 있다. 2023년부터 대구단편영화제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치는 대구독립영화계에서 잇몸 한쪽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