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71

[이슈: 정책의 난제들2 “협치”] 예술기구의 협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거버넌스니 협치니 하는 말들이 유행이다. 기존 조직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말하는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개념이기도 하다. 거버넌스는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거번먼트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인 만큼 조직 변화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작 거버넌스, 협치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 이전에 거버넌스나 협치 자체가 마치 목적인 것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이해방식은 애당초 왜 거버넌스, 협치니가 필요해졌는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빠르고 신속한 KTX를 타지 않고 무궁화를 타기로 했다면 단순히 무궁화를 타기 위해서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왜 KTX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슈 2019.10.01

[이슈: 정책의 난제들2 “협치”] 도착하지 않은 문화민주주의 시대의 거버넌스에 대하여

거버넌스(governance)라고 불리는 협치의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반드시 문화정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근 20년간 거버넌스는 행정혁신의 가장 주요한 의제였다. 심지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시기로 불리던 박근혜 정부시절에도 형식적이지만 거버넌스 조직들은 정부 주변에 숱하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거버넌스가 정부 기구의 일방적 통치구조에서 벗어나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이고 분권화된 행정시스템이란 점에서 행정의 민주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반드시 그런 측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우선 분명한 것은 거버넌스의 시작이 아래로부터, 혹은 시민들의 요구에 의했다기보다는 행정의 필요에 의해 민간을 끌어들인 측면이 더 강했다는 점을 지..

이슈 2019.10.01

[이슈: 정책의 난제들2 “협치”] 도대체,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젊은 교수님이 수업 첫 시간, 칠판에 “Governance란 무엇인가?”라고 쓰셨다. 그리고 아마 중간고사 문제로는 “도대체, 거버넌스란 무엇인가?”가 나왔을 것이다. 이 유머의 원전은 경영학의 ‘마케팅’이다. 경영학의 마케팅처럼 거버넌스는 행정학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실재로 학부시절,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수님의 강의에서 Governance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본인의 경험이기도 하다. 거버넌스, 거버넌스론, 뉴거버넌스론 거버넌스(Governance)는 통치(방식)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질 뿐 ‘민·관’이란 의미도 ‘협력’의 뜻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학이나 행정학 분야에서 이 말은 대체로 ‘민관협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때 ‘협치’는 ‘통치’에 대한 대응 개념, 즉 정부 혹..

이슈 2019.10.01

[이슈: 예술인고용보험] 정책 생산에 개입하기

광장을 가득 채운 촛불로 정권은 바꿨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은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설상가상 이제 광장마저 빼앗길지 모르는 상황, 절망은 깊어지고 분노는 차오른다. 하지만 세상이 아니라 사람을 살펴보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들여다보면,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심증만 있었던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권에 가장 분노했고 그래서 가장 먼저 광장을 점거했던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도 분명 변화는 있었다. 모든 것이 2017년 이전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와 문화예술노동연대라는 두 연대기구의 탄생과 활동은 우리가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광장은 아직도 닫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중심으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이 이어지는 한..

이슈 2019.09.01

[이슈: 예술인고용보험] 쟁점1. 시혜가 아닌 권리

고용노동부는 연초 에서 “모든 국민을 빠짐없이 보호할 수 있도록,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면서 고용보험의 저변 확대 및 사각지대 해소를 첫 손에 꼽았다. 여기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논의되었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범위 확대가 포함되었다. 내용에 따르면, 2019년 내에 을 개정하고 이와 별도로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 제도개선 TF'를 통해서 세부 적용방안을 마련하고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런 과정이 시작부터 막힌 상태다. 당장 2018년 11월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조차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고용보험의 확대가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기간만큼 예술인 고용보험은 적용될 수 ..

이슈 2019.09.01

[이슈: 예술인고용보험] 쟁점2. 생태계의 새로운 주체들

거대한 블랙홀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한일관계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어 조국 사태로 이어지는 정국에서 그동안 논의되고 있던 온갖 의제들이 모두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계속 삐걱대온 국회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고, 시민사회조차 운동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면 늘 그랬듯 블랙리스트 문제로부터 시작된 문화예술행정의 혁신 문제나 예술인권리보장의 문제 등 문화예술 관련 정책이슈들은 가장 먼저 잊힌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한국형 엥떼르미땅을 표방하며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던 예술인고용보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말 그대로 험난한 논의 과정을 거치며 입법 코앞까지 왔던 논의가 멈춘채 항간에서는 다음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뒤를 기약..

이슈 2019.09.01

[이슈: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공적 지원과 예술시장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행사명으로만 보면 공연 등등의 작품을 프로그래밍하여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예술축제로 짐작하게 되지만, 이 행사는 여타 예술축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 행사는 쇼케이스와 부스전시로 이루어진 아트마켓, 세미나, 포럼, 네티워킹 파티 등 교류협력 네트워크 프로그램, 초청작과 프린지로 구성된 제주인 페스티벌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인 페스티벌이 일반적인 예술축제에 가까운데 축제 프로그래머나 예술감독이 따로 있지 않다. 이름과 달리, 이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은 ‘아트마켓’이다. 그리고 이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이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홈페이지의 조직구성을 보면 위원장, 주무부처, 주최·주관기관 후원기..

이슈 2019.08.01

[이슈: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한국 국가 문화정책에서의 문화예술 자생력은 어떻게 다루어졌나

예술정책을 다루는 일을 하다보면 문화예술의 자생력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동시에 문화예술의 자생력이란 개념 자체가 본원적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혹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을 품게 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런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량복제가 가능하고 멀티미디어 환경을 통해 대규모로, 또한 지역적으로 국제적인 수준에서 유통이 이루어지는 산업화된 대중문화 분야(문화산업)가 아닌 개별적이거나 소규모로 창작과 활동이 이루어지고 향유와 소비 자체도 개별화되어 이루어지는 기초예술분야에서 문화예술활동의 경제적 입지는 취약하기 짝이 없으며 공공지원 없는 자립의 가능성은 무망하다고 하겠다. 물론 예술 역시 주류 경제학의 논리에 따라 상품화의 대상이 되거나 경제에 기여해..

이슈 2019.08.01

[이슈: 정책의 난제들1 “예술의 자생력”] 당신의 정의(定意)는 무엇입니까?

학계의 주요한 생산물 중 하나는 연구, 소위 논문이다. 연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연구의 주요 주제인 특정 개념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당연하고 기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상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짚어가다 보면 이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이 과정은 또한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논의를 위한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연구자가 사용하는 주요 주제어에 대한 상호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술적 정의와는 별개로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은유적 힘이나 뉘앙스에 의해 무한한 확장가능성을 가진 단어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문화’란 단어가 그렇다. 동네 체육관, 복지시설, 유치원, 학교, 심지어 사우나, 미용실, 병원, 분식집까지..

이슈 2019.08.01

[이슈 _ 정책과 통치성] 민주주의가 문화보다 먼저지만

아직까지도 유행이 식지 않았지만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용어가 붙지 않는 정부문서를 찾아보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대중가요 가사처럼 점 하나 가지고 님이 되었다가 남이 되는 그런 지경은 아니지만 정부의 일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govern’이라는, 어근은 동일하지만 같은 부모 아래 새로 태어난 형제같은 존재들이 민관의 관계가 빠져 있는 교착상태를 마법 같이 해결해 줄 것처럼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보자. Government: 통치를 하는 권위, 기관, 아니면 기능 그 자체. Governing: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 혹은 지배. Governance: Governing 행위. 즉 정부가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여 리더쉽을 행사하는 것을관리 하는 과정 및 그 과정을 포..

이슈 2019.07.01

[이슈 _ 정책과 통치성] 거버넌스, 정책의 현장성 복원: 아르코 현장소통소위를 중심으로

행정학이나 정치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인 거번먼트는 관료체계를 통한 효율과 효과를 정당성의 자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국가의 문제–재정문제나 정당성의 한계 등-로 인해 정당성의 위기가 발생하고 당연히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했던 정부 기구의 기능이 문제를 일으킨다. 블랙리스트의 작동에 대해서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반헌법적 불법행위라는 관점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합법의 영역에서 작동된 ‘정상적이라 생각한 바로 그 기능’의 결과로서 고려할 때 더 많은 사실들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공적 재원인 재정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한다고 할 때, ‘어떤 기준에 의해 지원할 것인가’라는 분배의 원칙을 필요로 한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누구는 지원을 받고 누구는 지원을 받지..

이슈 2019.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