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로 인하여 뒤숭숭해진 도시를 목전에 두고 문화도시, 혹은 도시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도시의 모든 문화프로그램과 행사는 멈췄고 연기되고 취소되었다. 모든 이벤트는 바이러스 이후로 미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성 폐렴이 전파되기 시작된 지 근 한 달여가 넘었으나 잦아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 인간 사회에서 질병은 단지 의학적인 치료나 예방의 대상만은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나듯 질병은 그 자체로서는 가치중립적인 것이지만 사회적인 담론을 생산하고 정치적인 변곡점을 만들어낸다. 특히 존재하지 않던, 그래서 치료법이 확실하지 않은 새롭게 변형된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의 파장은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극복되지 못한 고통과 죽음이라는 전제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