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48]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CP_NET 2024. 9. 6. 14:22

 

 

 

수업이 반으로 줄었어요.”

내년엔 수업 못할 거 같아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의 말입니다. 그 지인은 지역에서 극단활동을 하면서 학교예술강사를 하는 연극인입니다. 요즘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크게 줄어 여러 우려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던 터라 사정이 어떤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입니다.

 

연극만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은 예술강사, 티칭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창작활동과의 병행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예술강사로 삼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실 좋은 예술에서는 교육의 계기가 발생하고, 좋은 예술교육은 창작의 계기 속에서 이루어지니 둘을 나누고 가르는 것이 도리어 예술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드는 것이겠죠.

 

예술교육 관련 예산이 조정의 수준이 아니라 거의 사업을 폐기하는 수준의 삭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술강사노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 문제는 비단 예술강사의 생존권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년 간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공급이 확대일로로 왔던 데에는 정치권의 이해득실도 있겠지만, 예술창작의 여러 계기들이 사회적으로 좀 더 확산되어야 한다는 정책방향에 대한 예술계의 광범위한 동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합리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현장에서와 달리 정책에서 창작과 교육 사이의 장벽은 매우 굳건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과 체계가 그렇고 창작과 교육의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예산의 장벽은 더 단단하죠. 물론 정책은 이념이나 개념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교육이 확대되어 온 과정이란 것이, 때로는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의 예술인 버전으로, 수적 성과를 집계하기에 용이한 향수정책의 맥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예술정책이 그렇듯이 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설득하고 확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맥락 속에서 재배치되는 것이죠.

 

예술과 교육 모두 장기적 비전과 목표를 가져야 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이 중첩되는 정책사업의 과정은 이처럼 갈지자입니다. 예산을 만들기 위한 이런저런 방편들 속에서 정책의 목표도 목적도 비전도 형해화되기 일쑤입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이고, 나라살림이 어렵고, 개개인의 삶도 팍팍합니다. 어느 분야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큽니다. 어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어려움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래서 국가가 필요하고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지요. 여러 정책적 난맥상 속에서도 현장을 만들어온 이들에게 정치는 희망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의 필요인고 임무이니까요.

 

“[이슈] 짝퉁이 판을 치는 2025년 문화부예산”(김상철)2025 문화부가 내놓은 예산안에 대한 분석입니다. 이미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러 보도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사실상의 긴축예산인데다가 문화부의 예산은 2023년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더 안 좋은 것은 기금의 융통성있는 운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정책목표와 어긋나는 사업들을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칼럼] 최근 공공문화정책연구 경향에 대한 고민들”(염신규)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최근 연구경향을 살폈습니다. 공공문화정책연구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주무부처의 사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칼럼] ‘의지의 꽃길부터 샘터까지- 2022 프로젝트 영도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서평주)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에서 몇몇 사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는 적지 않게 있어왔지만, 이렇게 한 지역에 한정하여 사례를 조사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공공미술이라는 국가 정책사업 이전에 생성된 조형물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미술에 대한 쟁점까지 정리하고 있는 이 글은 정책부터 창작까지 공공미술에 관한 전방위적 쟁점들을 보여줍니다.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아산에서 예술하기(조혜경)”은 한 예술가의 분투기를 따라 지역예술현장을 그려냅니다. 정당, 시민사회네트워크, 지역예술계, 예술단체, 지원기관, 정책사업 그리고 건물주까지 때로는 배반당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는 그야말로 현장의 모습을 전합니다.

 

94년의 더위가 자주 인용되었던 여름입니다. 94년과 오늘이 다른 것이라면, 그때는 그저 예외적인, 지나가는 무더위였지만예외적인 더위였지만 올 여름의 더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907 기후정의행진이 있었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짝퉁이 판을 치는 2025년 문화부예산 _김상철

[칼럼] 최근 공공문화정책연구 경향에 대한 고민들 _염신규

[칼럼] ‘의지의 꽃길부터 샘터까지- 2022 프로젝트 영도 영도 공공미술 전수조사” _서평주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아산에서 예술하기 _조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