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우리의 대표’는 없다: 2020년 국정감사 사후 탐방기

CP_NET 2020. 12. 3. 11:10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의미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2조에는 국정감사를 상임위원회별로 실시한다고 명시해놓았다. 그러니까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이 볼 때 한 해에 해당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쟁점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위법하거나 정당하지 못한 일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거나 혹은 잘못된 정책방향에 대하여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에 기반하여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하반기에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올해 처음으로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에서 문화 관련 이슈 중 어떤 부분을 주로 집어보았나를 보면 대략적인 관심사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도가 없어?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둘러싼 내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여러 상임위의 쟁점들이 보도되는 가운데 유독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기구에 대한 내용이 별로 다뤄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면 <머니투데이>라는 매체가 ‘300 스코어보드라고 국정감사 기간 동안 해당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의 성적표를 매긴 자료에서 조차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일종의 종합판인 스코어보드 1위 평가 의원들이라는 정리 기사에서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없다.(정쟁 경연장 속 '홀로 핀 꽃들'”) 불현듯 들었던 생각은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은 없었나, 라는 실없는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 기사 검색을 해도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국회 누리집에는 국정감사 일정이 있다. 107일부터 26일까지 20일간 진행되며 107일과 26일에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하는 감사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기사가 없다니, 좀 이상하다 싶어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사이트를 통해서 관련 시기에 국정감사+문화체육관광부를 키워드로 분석했다. 그랬더니 알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연관어 분석결과가 나왔다. 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글자보다 병무청이 더 크게 나오는가 싶었다. 알고봤더니 BTS 병역면제 혹은 연기를 둘러싼 내용이었다.

 

 

 

솔직히 당황했다. 열심히 국정감사를 해도 기자들이 안 써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분석결과는 설마 쓸 만한 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기자들이 소개를 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임시회의록으로 공개된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기로 한다(21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 문화체육관광위원회 http://likms.assembly.go.kr/record/mhs-40-010.do?classCode=2&daeNum=21&commCode=AJ&outConn=Y#none). 현재 회의록은 4개만 공개되어 있는데, 107일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하는 1일차 회의록과 12일에 진행된 문화재청 및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2일차 회의록, 15일에 진행된 체육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4일차 회의록, 그리고 26일에 진행한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하는 9일차 회의록이다. 각각 100쪽도 되지 않기 때문에 1일차, 9일차 회의록을 읽어보기로 한다.

 

1일차: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복숭아학당인 줄 알았다. 배현진 의원(국민의힘)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과 2일 전에 의원사무실 손잡이에 USB 꾸러미를 놓고 갖다는 것을 지적한다. 사람이 없어 불가피하게 손잡이에 걸어두었다는 이야기와 기후위기 등을 고려하여 가급적 종이서류는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여야 합의가 소개된다. 배현진 의원은 퇴장하려고 하는데 도종환 위원장이 붙잡는다. 결국 배현진 의원이 문화부의 잘못된 애티튜드를 지적하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끝난다. 하지만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이 지적한, 탁현민 청와대 비서관과 연관된 노바운더리라는 업체와 관련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 영국 국립극장에서 오랫동안 해온 NT Live를 소개하다가 갑자기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을 지역별로 만들자고 제안한 이상직 의원이 있었고 (아니 국립극장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문화부 연구용역의 복붙 관행을 지적하는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 이름이라도 나오나 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좀 날렸던 명지대 산학협력단이 언급된 것은 기록해두자.)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한국예총이 운영 중인 아트샵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11개월 동안 판매된 금액은 2,255만원인데 이를 위해 구축한 사이트 비용은 17억 원이 넘는다. 거기에 판매액의 4배에 달하는 8천만 원 이상의 광고비가 2019, 2020년에 사용되었다.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중요한 지적이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정산을 잘 하자라니, 이건 감사청구나 수사의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으로 콘텐츠업계가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업계 출신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문이 진행된다. 사실 1일차 국정감사에서 가장 의미가 있었던 질문은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고가 난지 2년도 지난 시점에서도 소송이 진행 중인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사망한 예술인 박송희 씨에 대한 것이었다. 법원의 1차 판단에 따라 김천시 책임이 80% 인정된 반면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한국문예회관협의회는 빠졌다. 이병훈 의원은 돈을 주고 사업을 관리하는 주체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타당한가를 물었다. 타당한 질문이다. 이에 대해 박양우 장관은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1일차 국정감사에서 꽃은 김승수 의원에게 돌아가야 한다. 김승수 의원은 체육계 미투와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을 문제 삼았는데 방향이 좀 우습다.

 

“체육계의 의견하고 전혀 동떨어진 권고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년체전도 그렇고 확대해야 된다는데 폐지해야 된다는 권고안, 운동․학습 병행하기 어렵다는데 체육특기자 선발에서 최저학력 미달자는 제외시켜야 된다는 것, 이런 여러 가지 의견하고 전혀 동떨어진 권고안이 나온 겁니다.”

 

“자칫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서 오히려 운동선수로서 꿈과 희망을 키우는 우리 어린 선수들의 희망을 짓밟는, 꿈을 짓밟는 그런 권고안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런 걱정에 지금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김승수 의원이 체육계 현장이라고 말하는, 소년체전을 더 확대해야 하고 학습보다는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운동선수로서 꿈과 희망이라고 말하는 구태를 바꾸자고 혁신위가 출범했는데 정확하게 구태세력의 입장에서 혁신위안을 비판한 셈이다. 역설적으로 혁신위의 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준 성과다. 이후 공공미술프로젝트나 모태펀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뒷부분에 짧게 나왔다.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의한,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취소될 경우에도 대관료를 부담해야 하는 공연예술인의 현황에 대한 질의였는데, 현재 6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최대 3000만 원까지 대관료 환불 지원을 해준다는 것과 별도로 정부의 권고안이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9일차: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

 

서울시태권도협의 비리 문제와 콘텐츠산업에 대한 융자확대 등등의 이야기 다음에, 전국 6,300여 개 공공조형물의 관리 실태를 지적하면서 법안의 개정을 제시한 이병훈 의원이 정부가 진행 중인 공공미술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거부하는 조형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김승원 의원은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국고가 100억 가까이 들어가는데도 민간기관이라는 이유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엔 부천시가 투자한 55억의 현황 자료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일관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면서 해당 진흥원을 정부가 직접 관리할 것을 주문한다. 중소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를 개선하기 위해 포괄임금제 폐지와 52시간 근무제 준수가 필요하다는 답을 이끌어낸 전용기 의원의 질문이 인상적이었고 어떻게 국감 내내 노바운더리만 외쳐대는 의원이 있을까도 흥미로웠고 모든 질의에서 김정은과 북한이 언급된 모 초선의원의 뚝심도 즐거웠으나 그 이상은 없었다.

 

 

21대 국회가 가진 현장의 끈

 

솔직히 보기 전까진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내가 기자여도 별로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다. 구체적인 숫자들이 나오긴 했지만 질문도 그렇고 답변도 무난했다. 장관의 검토해보겠다는 답은 절대 하겠다는 답이 아닌데 고맙습니다라고 답하는 의원들이 많았고, 여전히 답 없는 의혹제기를 하면서 증거를 감추고 있다고 닥달하는 모습은 신기했다. 회의록의 뒤엔 피감기관 참석자의 명단이 보인다. 단 한번도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이다. 예전에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왜 이들은 비좁은 상임위원회 회의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형벌을 받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질문을 하고 제대로 답을 준비하게끔 한 후에 추가 질의를 통해서 명확한 입장표명이나 답을 얻어내는 것이 훨씬 좋은 방식인데, 지나치게 이거 몰랐지?’ 하는 방식의 접근이 많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그렇게 기승인데도 예술인들의 삶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는 점 역시 의아한 부분이다. 많은 경우 소상공인으로서 사업주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우려는 많았는데 공모/지원사업이 없어지고 각종 문화행사의 중단으로부터 버려진 예술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 정말 의아했다. 의원실들이 가진 현장의 끈이 그 정도인 것이다. 오로지 현장이라곤 지역균형발전에 목메면서 지역을 외치지만 정작 예술인 없는 시설과 사업만 챙겨가는 무리들 한움큼, 맥락도 없이 북한/일본 언급하면서 혐오발언을 일삼는 전직 아나운서 의원, 비리가 쌓여가는데도 올림픽 걱정하는 전직 체육선수들 사이에서 그나마 지속적으로 소중한 목소리를 내주는 의원들이 돋보였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국정감사가 그토록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던 것은 언론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 더 앞선다. 역시 예술인의 대표 따윈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사후 탐방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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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혁신을 위한 TF위원, 제1기 현장소통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재정과 예술활동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