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 판데믹과 문화정책 ②] 조급한 마음을 읽어보는 위기의 데이터

CP_NET 2020. 5. 6. 00:05

판데믹. 영화에서나 있는 가상적 상황이라고 여겼던 그 상황은 실재가 되어 마주하고 있다. 한 계절을 통으로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의 준칙이 되고 있다. 사회 제 분야와 모든 업종에서 힘든 나날을 지속하고 있는데, 대면과 사회적 밀착을 전제로 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초토화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극단적인 상황이다. 문화예술은 원래 그랬다는 것이 위안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판데믹 이후의 문화예술은 달라질 것이고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예술인으로서 생존한 이후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문화재단 등 공공영역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진행하고 있다. 지원 규모, 지원 방식, 지원 대상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데, 어쨌든 지원은 절실한 상황이다. 그리고 지원은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제작-유통-소비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게 된 상황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문화예술 시장의 붕괴는 예술인을 포함한 이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피폐함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특히 예술품과 소비를 연결하는 유통이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장 붕괴를 예감하게 한다. 판데믹 상황 이후 문화예술 분야의 피해는 대부분 이러한 유통에서의 피해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물의 영상화가 공연물 유통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예술 시장, 특히 유통이 작동할 수 있는 대책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그럼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는 정책적 목표가 문화예술 시장이 위기 이전과 유사한 패턴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문화예술 시장이 형성되려면 문화예술 상품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유통에 앞서 제작이 가능해야 한다. AI가 문화예술 상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 상품은 예술인에 의해 창작되어야 한다. 예술인의 예술 창작 환경에 대한 고려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더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예술인의 예술 창작 환경의 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는 매우 부족하다. 예술인 피해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문화예술 분야는 원래 힘들다는 사실과 통념에서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볼 뿐이다. 어느 정도일까?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볼 수 있는 자료는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가 있다. (예술인 모집단은 178,540명으로 하고, 2.8%5,000명 내외를 조사했다. 조사 규모는 요약에는 5,002명으로, 본문에는 4,953명으로 되어 있다)

 

예술활동을 통한 개인 수입은 평균 1,281만원()으로 월 100100만 원 수준인데, 수업 없음이 28.8%, 1,200만 원 미만이 72.7% 이다. 그런데 2018년 최저 임금을 기준으로 년간 수입을 산출하면 월 1,573,770원 연간 18,885,240원 이다. 예술인의 예술활동 평균 수입이 최저 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한편 개인 수입 중에서 예술 관련 직업(강사 등) 수입은 평균 754만원(), 수입 없음은 46.9% 이고, 비예술 활동 수입은 평균 777만원(년)이고, 수입 없음은 56.0% 이다. 여기에 예술 관련 학습 및 훈련 지출비와 예술향유 지출비가 650만원(년) 이다.

 

단순화해서 산술해 보면 예술인 1명이 년간 총수입이 최대치는 2,812만원(년)이고 이는 중소기업 대졸 신입 평균 연봉 수준이다. 그런데 이는 산술적 최대치일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거의 가능하지 않은 수치이고, 예술활동을 통한 개인 수입의 중앙값이 300만원(년)인 점을 고려하면 예술인의 상당수는 중소기업 대졸 신입 평균 연봉 수준에 미치지도 못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에서 어려움뿐만 아니라 비예술활동 수입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는 예술인의 생존 그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비예술활동을 하는 이유가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이 낮고 불규칙하기 때문이라는 비율이 73.6% 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 이러한 예술인의 생존 문제는 예술인으로서의 경력단절에서도 나타난다. 경력단절 이유가 수입 문제라는 비율이 68.2% 이다68.2%이다. 1년 이상 경력단절 경험이 23.9% 이고, 평균 2.5, 5년 이상 경력단절도 13.3% 이다13.3%이다. 5년 이상 경력단절이면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기본 자격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예술인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을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으로 환산되는 임금과 대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노동시간으로 환산되는 임금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정당하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예술노동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는 더 많은 검토가 있어야겠지만, 예술노동에 의한 보상이 경력과 상관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신진 예술인은 다소 적은 보상 때로는 무상으로도 예술 창작 활동을 하게 된다.

 

예술인의 창작 환경은 예술활동 창작 환경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까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예술인은 점차로 소멸될 수도 있다. 겸업 예술인의 생활시간 중에서 예술활동에 투여하는 시간 비중은 25.2% 이다. 이 시간 비중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예술인과 예술창작품의 질적 고양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극단적으로 한국 예술인이 소멸된다고 해서 한국 내에서 예술시장이 소멸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예술 소비 시장만 있을 뿐 예술 창작 기반은 없게 된다. 예술인 없는 예술시장이 우리의 미래일 수는 없지 않은가. 과도한 조급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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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지금의 관심은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