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기획연재 _ 도시와 문화정책②] 혁신도시 옆 도시재생

CP_NET 2019. 7. 1. 21:10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급속한 도시화와 도시쇠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968년에 36.8%였던 도시화율이 2018년에는 81.5%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3,470개 읍면동 중 2,239(65%)가 인구 감소, 사업체 감소, 노후건물 증가 등 도시쇠퇴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20여 년 앞서 급격한 버블붕괴와 도시쇠퇴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여 차별성을 찾기도 하고 빈집재생과 빈집은행과 같은 정책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도시재생 정책에서 참고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바로 도시축소. 일본의 도시재생계획은 도시의 핵심 기능을 모으는 기능유도구역을 설정하고 흩어진 거주자를 그 안에 배치하는 입지적정화계획을 수립한다.

 

한국 도시구조의 문제는 원도심 주변에 신시가지를 병렬로 개발해 원도심이 공동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원도심에 재원을 투입하여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면 신시가지의 인구가 유출된다. 결국 어느 쪽도 만족할만하게 활성화되지 못한다. 마강래는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이처럼 신시가지도 살리고 구시가지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필요한 것은 도시를 축소하는 것이다.

 

 

도시는 계속 팽창해야 하는가, 팽창할 수 있는가

 

지자체는 도시계획법에 따라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한다. 도시의 구조와 발전 방향을 담는 이 문서의 핵심 방법론은 장래 인구변화를 추정하고 이를 수용할 필요 토지의 규모, 도시 거점과 교통망을 배치하는 것이다. 계획은 일정한 논리적 순서에 의해 개발되는데, 가장 중요한 영역은 인구, 영토(토지), 흐름(교통) 순으로 전개된다. 인구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인구가 늘면 토지와 교통이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면 학교도 병원도 늘고, 상가와 공원도 늘어야 한다. 전기가 더 많이 필요하고 늘어난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소각장을 증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역으로 인구가 줄면 어떻게 될까? 인구감소에 따라 시가지를 줄이고, 토지를 주거지 상업지에서 녹지로 바꿀까? 발전소를 축소하고 소각장도 축소하는 계획이 세워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도시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도시계획은 이를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장래 인구수를 늘려 잡는다. 인구수를 늘려야 개발의 명분이 생기고, 정부의 예산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토지를 개발하고, 땅값이 오리라 기대하는 토지 소유자들의 표를 다음 선거에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은 인구가 줄면 부서의 수가 줄고, 따라서 승진도 어렵다. 인구가 지나치게 많이 줄면 다른 지역과 통합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인구 유입에 고군부투 하는 지자체의 활동을 심심찮게 뉴스에서 보게 되는 이유다. 도시를 확장시키면서 통치하기는 쉽지만 줄이면서 통치하기는 어렵다.

 

인구가 늘어나던 시기에 국가와 지자체는 손쉬운 해결책인 신시가지 개발을 추진했다. 그래서 전국 어느 도시를 가도 구시가지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신시가지를 볼 수 있다. 도시재생이 기존의 전면 재개발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과잉 공급된 시가지를 축소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땜 이전을 마무리했고 2단계 산업단지 조성 및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정부는 지방정부 주도 상향식 혁신도시 시즌2 정책을 발표하였다.  

 

 혁신도시 시즌1과 시즌2의 비교 (출처 : 국토부 <혁신도시 시즌2 추진방안>)

‘혁신도시 시즌2’ 주요 사업 중에서 문화부가 정책적으로 참여하는 부분은 ‘스마트 혁신도시 조성’과 ‘주변지역과의 상생발전'이다. 문화부가 연계된 사업과 역할을 간략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혁신도시 신시가지에는 정주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복합문화센터 건립 (예산지원)

- 원도심 구시가지에는 도시재생뉴딜사업,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쇠퇴상권 빈점포 활용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 및 사업지원, 지역문화 네트워크 구축 지원 및 컨설팅 등)

토지는 넓고 인구는 적으며, 도시기반시설은 관리가 안되고, 도시의 거점은 분산되어 효율성이 없는 도시의 구조적 한계를 청년과 문화예술인이 빈집을 살리고 거리를 가꾼다고 극복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문화의 역할은 이 도시를 확장시켜온 힘을 질문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아닐까?

2016년 부천시에서 대규모 도시 개발 계획(상동영상문화단지 개발, 대장동 산업단지 개발 등)에 문제제기를 했던 부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라는 민간 거버넌스 조직이 해체되는 일이 일어났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시가 지속협 예산을 지원할 근거(법과 조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년간 지원을 해왔고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었음에도 시의원은 의회에서 조례개정을 밀어붙였고 결국 시는 지속협의 예산 지원을 끊어 버렸다. 지속협이 해체된 근본 이유가 시의 도시 개발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사이 지속협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어온 중간지원 조직들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국토부의 혁신도시 시즌2 추진계획에는 혁신도시 발전재단 설립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 네트워크 구성도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향후 생겨날 이 조직과 네트워크가 건강하다면 이들은 도시 구조와 통치성에 질문을 던질 것이다.

 

혁신도시 시즌2 추진 과제 (출처 : 국토부 <혁신도시 시즌2 추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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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지역문화 및 영화 관련 독립연구자. 전 부천문화재단 정책팀장. 씨네21 객원으로 칼럼과 기사를 쓰며 영화정책을 연구했다.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10개의 통섭 연구소를 만드는데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2009년 한예종 사태로 학교를 나와 자유예술캠프/자유상상캠프를 기획했다. 인류세의 문화와 도시에 대해 질문하며, 부끄럽지 않은 생활방식과 기준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