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26] 문화예산 1% 공약의 시작
지난 13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는 “제10회 일본 희곡낭독공연”이 <팬데믹과 연극>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마지막으로 폐막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일 양국의 연출가, 비평가, 극장 관계자가 모여 지난 2년 간의 팬데믹 상황에서의 연극을 돌아보는 발제와 토론을 벌였습니다. 한일 양국의 연극 제작 환경은 다르지만 팬데믹의 충격은 깊이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막을 앞두고 극장이 폐쇄되는 상황들, 어려운 상황에서 개막한 공연을 찾아와 준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 그러나 다른 한편 ‘좋아서 하는 일’을 멈추라는 인터넷의 공격적인 여론 등 한일 양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라이케이타와 안경모 두 연출가는 공연 제작과 관련하여 여전히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팬데믹 초기처럼 극장을 닫아거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져있는 것이죠. 오미크론의 높은 감염력은 아무리 주의를 해도 확진의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제작이 중단되고 공연이 취소될 확률은 높아지죠. 물론 도깨비방망이 같은 해법은 없습니다.
최근 영업제한으로 인한 자영업 손실 보상에 대한 논의가 대선 정국에서 뜨겁습니다. 돌아보면 전염병의 위험 앞에서 취해졌던 여러 조치들은 사후적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당시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최선에서 지워진 목소리는 없는지, 비상조치의 부담을 어느 한 편이 그대로 떠안았던 것은 아닌지, 손실 보상에 대한 논의에서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지난 일요일 심포지엄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팬데믹 이후 공공극장에서 벌어진 팬데믹 현실, 특히 민간제작을 아우르는 팬데믹 대응에 대한 첫 논의의 장이라는 것입니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여러 기저를 드러내 보여주었는데, 공공극장(극장만이 아니라 공공문화시설)은 정부의 예산으로 제작된 공연을 보급하는 장소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공공극장은 팬데믹에 맨 먼저 문을 닫고 가장 늦게 공연을 재개하고 그 사이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달려갔습니다. 팬데믹에도 우수한 공연을 공급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 우수한 공연들은 단지 ‘예산’만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연을 만드는 이들은 공공극장만이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성장해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제작 현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공공극장은 정부의 방역지침만을 준수할 뿐 공공극장의 우수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저수지라 할 예술 현장과 단절되어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지난 2년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자체가 뜻깊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 미투 그리고 팬데믹. 예술현장을 뒤흔들고 있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환’의 논의는 더디기만 합니다. 팬데믹의 와중에 치러지고 있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거가 이제 한 달도 남아 있지 않지만 문화예술공약을 찾아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는 예술인 기본 소득과 문화예산 2%를 골자로 하는 문화예술공약을 10대 주요 공약의 하나로 발표했습니다. 예술인 정책을 앞세웠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기존의 정책체계에 대한 혁신과 전환 의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예술인 기본소득만 하더라도 액수의 실효성을 넘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통해 예술정책, 예술인정책의 전환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여러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염신규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③] 1997년 15대 대선 – IMF, 세계화, 그리고 문화예산 1%”는 지난 글에 이어 15대 대선 문화공약을 살핍니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문화예산 1%를 비롯 현재의 문화정책의 체계가 본격적으로 의제화되고 실행되는 시기입니다. 글의 마무리에서 지적하고 있는 ‘민간화’가 향후 어떻게 이어지는지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김상철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⑥] 간주곡: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이상한 기원- 예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예술뉴딜’?”은 지난 2020년 시작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에서 잠시 눈길을 돌려 한국사회에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글 역시 정책의 연원을 살피는 글로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전개를 사업구조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현재를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소연 “[이슈] 예술위 위원장 호선제 복원,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난해 11월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임기가 연장되면서 위원장 호선제 복원이 8기 예술위 위원들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살피고 있습니다. 7기 위원은 ‘2 배수 후보’가 공개되고 장관 위촉만 남은 상황에서 그 과정이 무효화되고 공론화를 거쳐 다시 절차를 진행하여 선임되었습니다. 이제 8기 위원들에서 위원장이 선출되는 만큼 위원 선임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김민규 “[정책시선: 읽다] 문화예술정책 측정 경관에 대한 편린”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입니다. [정책시선: 읽다]는 문화정책 분야의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하거나 문화정책의 시선으로 다양한 분야의 담론을 소개하는 서평을 다룰 예정입니다. 단행본만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 나누고자 하는 보고서, 자료집 등도 다룹니다. 첫 글에서는 <측정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필자의 정책시선을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안에서 시선을 돌려 과거로 거슬러 오르는 것은 우리의 현재가 어디에서부터 왔는지를 살피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뚝딱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습니다. 현실에 더 깊이 천착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어 가는 것이지요. 독자 여러분도 함께 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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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염신규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③] 1997년 15대 대선 – IMF, 세계화, 그리고 문화예산 1%”
김상철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⑥] 간주곡: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이상한 기원- 예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예술뉴딜’?”
김소연 “[이슈] 예술위 위원장 호선제 복원,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
김민규 “[정책시선: 읽다] 『측정의 역사』 문화예술정책 측정 경관에 대한 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