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36] 우리는 다른 실패를 하고 있는가

CP_NET 2023. 4. 17. 22:31

 
 
지난 5일 인사동 코트에서는 “제0회 서울 예술인 회의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이상반응 진단과 처방’”이 있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이어진 이날 토론회는 내내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들고 나는 이들로 북적였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정책토론회가 적지 않음에도, 때로는 현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일 때에도 이만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여러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예술청 운영 과정에 연루된 현장이 그만큼 폭넓게 있었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과정을 지켜보아왔던 1인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회 전날 임기가 종료된 예술청 공동운영단 민간위촉직 위원들이 주최한 자리였지만 예술청 파행에 대한 논의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3부에서 진행된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거버넌스의 표류”에서는 그간 서울시의 다양한 거버넌스 조직에서 활동해왔던 이들의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정에서 인상적인 점은 그간 거버넌스 조직에 참여해왔던 여러 다양한 경험들을 전하면서 거버넌스 파트너로서의 현장에 대한 진단이었습니다. 거버넌스 조직들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현장’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선임 과정은 과연 현장과의 연계를 보장하고 있는가. 위원 공모 절차는 일반적인 개인 역량 평가와 다른 현장과의 연계를 살피고 있는가하는 질문들입니다. 또한 그간의 거버넌스 조직들은 정책적 목표는 행정과 현장의 파트너십을 내세우면서 파트너십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떠올랐습니다. 대부분의 거버넌스 조직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법적 제도적 위상은 자문회의이거나 단기계약직입니다. 정책적 목표와 법적 제도적 위상의 간극은 그간 무수한 갈등을 불러일으켜왔습니다. 단적으로 지난 해 11월 서울시의회의 서울문화재단 행정감사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계약을 통해 월정 수당을 받고 있다거나 거버넌스 위원들이 직원들의 상사 역할을 한다는 등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의원의 의도적 왜곡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그만큼 거버넌스 조직과 참여 위원들의 법적 제도적 위상의 불안정성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관련 내용은 성명서 <서울시 문화예술 거번너스와 예술인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규탄한다> 참고)
 
거버넌스의 실패는 어쩌면 예정된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실험의 과정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거버넌스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거버넌스를 표방한 조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일까요? 거버넌스 조직이 더 많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일가요? 그렇다면 그 성과는 어떻게 측정되어야 할까요? 거버넌스 조직의 정책 목표에 따라 그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달라야 할 것인데, 우리는 그러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다양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여러 시도들에서 우리는 다른 실패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자문하게 됩니다.
 
이날의 토론회에서 나누었던 여러 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실패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 호에서도 지역문화,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갑니다. 김민규 “[이슈] 문화자치, 지역문화생태계, 지역문화재단- 지역문화정책 키워드의 의미”는 지난 해 진행했던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의 과제] 100인의 의제”를 지역문화정책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2022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협치 불능의 상황들은 정권의 정책방향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대선 직후 진행된 특집에서는 이미 지역문화정책과 관련한 여러 의제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김민규의 글은 문화자치, 지역문화생태계, 지역문화재단과 관련된 의제들의 분석을 통해 정책 과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발표된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성상민 “[이슈] <검정 고무신> 비극, 정책으로 고민하기”는 이우영 작가 사후 2차저작권 관련 원창작자 권리보호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창작자단체는 물론 국회와 문화관광체육부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성상민은 지금까지 발표된 여러 대책들을 살펴보면서 법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분석합니다.
 
염신규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②”은 지난 호에 이어 예술계와 관료의 문제를 분석합니다. 아르코 전환이 시대적 과제에서 비롯되었음에도 왜 기대한 역할이 작동하지 않는가에 대한 분석입니다. 염신규는 제도가 작동하는 맥락에 주목합니다. 여러 복합적 원인들 중 이번 글에서는 ‘사회’가 없는 예술계와 관료집단의 이해를 분석했습니다.
 
안태호 “[칼럼] 지역현장을 고민하는 우정의 어워드 -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는 지난 3월 31일 있었던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를 소개합니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기획자 모임에서 어떻게 이 행사가 시작되었는지, 이 상이 추구하는 느슨하게 만나고 궁리하기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문화자치, 지역문화생태계, 지역문화재단- 지역문화정책 키워드의 의미_ 김민규
[이슈] <검정 고무신> 비극, 정책으로 고민하기_ 성상민
[칼럼] 한국 예술지원조직의 오랜 문제들 ②_ 염신규
[칼럼] 지역현장을 고민하는 우정의 어워드 - 2023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_ 안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