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52] 보이는 파국, 보이지 않는 파국

CP_NET 2025. 1. 13. 16:01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가스냄새를 감지하다는 파솔리니의 영화 <분노>를 뒤섞이는 시간들에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는 글입니다. 파솔리니의 <분노>1950~60년대 이탈리아 뉴스 영화9만 미터 필름에서 장면을 뽑아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뉴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창한 하늘의 뭉게구름과 핵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을 이어놓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파솔리니는 몽타주를 통한 이미지의 충돌만이 아니라 시, 음악, 나레이션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층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저자의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아무런 [위기의] 기미 없이 지나가는 시대”에 이를 감지해 내는 일, 다시 말해 역사를 독살하는 “영원히 잠재적 위기”를 파솔리니는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41쪽)

 

이 질문은 이 책의 출발과도 연관됩니다. 책은 광산노동자들, 광산 사고들에 대한 여러 자료들 그리고 개인의 사적 기억에서 출발합니다. 많은 광산 폭발사고가 갱도에 가득 찬 가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색무취의 가스를 감지해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과거의 노동자들은 카나리아를 들고 갱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광부들이 사용하는 램프 불꽃이 가스를 감지할 수 있는 연소장치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광산 사고들에 대한 기록을 찾던 저자는 19685월 자신이 태어나서 살고 있던 생테티엔에서 있었던 광산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저자는 청년 공산주의 연합 소속 고등학교 동창들은 기억나는데, 광산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나는 내 주변, 내 눈 앞에서, 말하자면 내 코앞에서 일어난 사회적인 파국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고백합니다.

 

“위험의 움직임, 징후를 보이는 파국, 광산 갱도 안에 쌓이는 가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는 일, 심지어 단지 보는 일 하나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11쪽)

 

123일 비상계엄 이후 시간은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 유리창을 부수고 총을 든 군인과 시민들이 대치하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하얀 모자를 쓰고 스스로를 백골단이라며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청년들을 병풍처럼 둘러세우고 기자회견을 여는 국회의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다가오는 위험을 단지 보는 일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지 두려운 시절입니다.

 

김상철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 탄핵 정국, 비정상적 예산거래는 사라질까는 지난 1210일 국회에서 확정된 2025년 문화부 예산을 분석합니다. 필자에 따르면 변칙적인 예산증액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합니다. 국회가 낭비성, 선심성 사업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필자의 분석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상훈 “[연속칼럼: 사달이다 ] 박정희 아닌 듯한 박정희 동상의 욕망, 누구의 것인가는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구미시의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구미시 의회의 대관 취소 결정지지 성명 등 대구 경북 지역의 일련의 사건들을 분석합니다. 대구시만이 아니라 경북 지역 지자체장들이 앞다투어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대구 경북 지역의 민심 때문일까요? 대구 경북지역에서 들끓고 있는 욕망을 분석합니다.

 

안태호 “[문화예술교육지역화인터뷰] 생태교육부터 꿈터까지- 국혜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교육팀장에서는 제주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초지자체가 아닌 행정시 체계에서 광역센터의 역할, 부속 섬이 산개한 지역적 특징, 괸당문화와 자연생태 등 제주의 지역적 특징과 문화예술교육의 고민과 시도를 어떻게 엮어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려워할 것을 두려워하되 두려움에 움츠리지 않고 더 깊게 성찰하며 더 넓게 연대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문화정책리뷰]2월 잠시 숨을 고르겠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 탄핵 정국, 비정상적 예산거래는 사라질까_ 김상철

[연속칼럼: 사달이다 ] 박정희 아닌 듯한 박정희 동상의 욕망, 누구의 것인가_ 한상훈

[문화예술교육지역화인터뷰] 생태교육부터 꿈터까지- 국혜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교육팀장_ 안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