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25] 정책선거와 문화공약의 시작

CP_NET 2021. 12. 16. 05:03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관통하는 정권의 인식은 정상화였습니다.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2008)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기반정비(2013) 등이 보여주는 바가 그러하지요. 이 두 문건은 각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만들어진 것을 보면 아마도 정권의 주요 과제였을 것입니다. ‘좌파의 문화권력 장악식의 잘못된 현실인식은 신념이 되고 국정과제가 되어 반헌법, 위법한 블랙리스트 실행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김기춘은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정책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적 그리고 정치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 탄핵되었습니다. 탄핵 인용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블랙리스트 사태는 박근혜 정권의 반헌법적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13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브리핑에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으로 전략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위탁금 민간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시민사회에 1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원했다며 시민단체를 다단계 피라미드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간 서울시의 협치사업들을 시가 직접 챙기겠다며 민간위탁을 해지하고 예산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확성기 삼아 선동에 가까운 그의 은 이명박 정권 시절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을 지목하고 언론을 확성기 삼아 공공연하게 사퇴를 강요합니다. “유인촌 장관, “김정헌 위원장-김윤수 관장 용퇴가 순리””(스포츠조선, 2008.3.17.) “유인촌 김윤수-김정헌 등 5명 물러나라”(뷰스앤뉴스 2008.03.17.) “유인촌 김정헌, 김윤수 안 나가면 재임 시 일으킨 문제 공개””(경향신문, 2008.3.17.) 등등.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겨냥해서는 소장품 구입 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를 거쳐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해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이들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상당한 표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5년 전 한 겨울 내내 촛불을 들고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 중에는 지난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던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지를 보낸 시민들이 과연 이런 식의 선동정치, 모욕주기 정치까지 지지를 보낸 것일까요. 전임 시장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고,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행정의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노력이 되려면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서울시 곳간을 ATM기로 썼다느니, 다단계 피라미드라느니 하는, 근거 없는 선동정치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가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이들이라 공격하고 있는 이들 또한 그가 머리를 조아리며 지지를 호소했던 시민입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내가 지지하지 않은 정치인이더라도 더 많은 지지를 얻어 권력을 위임받는 것에 동의합니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들 역시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이라 할지라도 그가 바로 나의 권력의 토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과오, 위헌 위법한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고 스스로 몰락했던 과오는 잘못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고 공론장을 통해 비판하고 설득하는 대신 위임된 권력으로 위헌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위임된 권력의 위헌 위법한 행위는 단지 법의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질서와 안녕을 헤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잘못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며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멈추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이 어디에 이르는지는 이미 이명박 박근혜 두 전임 대통령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되려면, 서로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권력을 쟁취하는 전쟁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의제들이 다투어 제출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정만이 아닙니다. 선거 결과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의 승패가 아니라는 것, 선거 결과 위임받은 권력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공동체의 전진의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될 것입니다.

 

[문화정책리뷰]는 지난 호부터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문화정책공약이 향후 제도에 어떻게 기입되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피고자 합니다.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비평은 아니지만 독자 여러분이 후보들의 공약을 살피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 1992년 제14대 대선- 정책선거와 문화공약의 시작”(염신규)은 지난 호 여는 글에 이어 대통령 선거에 문화공약이 등장했던 14대 대선을 살핍니다. 필자에 따르면 제14대 대선은 정책선거가 시작된 첫 선거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과 후보들의 공약 그리고 집권 후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슈: 공공미술 프로젝트 ]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안녕하신가”(김상철)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정책으로 시작된 문화 뉴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난 6월 사업 종료 이후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미 두 차례 종료 기일을 연장한 것이지만 정산은커녕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우려가 되었던 여러 문제들이 진행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대응이라고 하지만 예술지원정책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한 리뷰는 앞으로 몇 차례 계속될 예정입니다.

 

“[칼럼] “자치분권시대 민간협치에 대한 단상 - 대전시 테미오래관리·운영 수탁기관 선정 논란을 보며”(이희진)는 지난 9월 대전문화재단이 2기 운영단체로 선정되면서 이후 논란의 전개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전문화재단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남겨진 문제를 살피면서 지역문화행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칼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안내자 - 표신중을 추모하며”(백기영)2019년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표신중을 추모하는 글입니다. 고인은 문화기획자이자 정책연구자이었던 고인은 예술이 사회에 개입하는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활동가이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특히 고인이 천착했던 커뮤니티아트에 대한 고인의 족적을 회고하면서 그의 문제의식을 살피고 있습니다. 표신중을 그리워하는, 예술의 사회적 개입에 관심 있는, 또는 커뮤니티아트의 현장에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데이터리뷰] 매체와 공간 이용 데이터로 보는 지역문화예술활동”(김민규)는 지난 호에 이어 문화예술활동 조사 보고서의 데이터로 지역문화예술활동의 여러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살피고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매체를 통한 문화예술행사 관람률, 문화예술활동 공간 이용률,, 문화예술행사 주요 공간별 이용 추이, 관람률과 공간 이용률의 지역 비교 등을 통해 각 지역문화예술활동에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흥미 있는 가설과 결론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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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 ] 199214대 대선- 정책선거와 문화공약의 시작 _ 염신규

[이슈: 공공미술프로젝트 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안녕하신가 _ 김상철

[칼럼] “자치분권시대 민간협치에 대한 단상 - 대전시의 테미오래관리ㆍ운영 수탁기관 선정과 논란을 보며 _ 이희진

[칼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안내자 - 표신중을 추모하며 _ 백기영

[데이터리뷰] 매체와 공간 이용 데이터로 보는 지역문화예술활동 _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