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45] 410 총선이 보여준 문화정책의 ‘복합적인 난맥’
지난 4월 9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24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 전담심의위원 위촉식을 가졌습니다. 지난 해 10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직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부터 밝혀온 직원의 심의 참여를 골자로 한 ‘책임심의관제’가 예술위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술위는 그간 책임심의제 도입을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해 왔습니다.. 제364차 위원회 전체회의(2023년 11월 3일) 속기록에서는 위원들의 논의는 비공개로 되어 있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채, 의결을 2월 위원회 회의로 미루었습니다. 위촉식을 가졌던 것을 보면 정관 개정이 이루어졌나 봅니다.
(관련기사 “[이슈] 왜 책임심의관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으로 둔갑했나”)
지난 4월 26일 업로드된 제366차 위원회 전체회의(2023.12.27.) 제367차 위원회 전체회의(2024.1.26.) 속기록에서 책임심의관제 관련 논의를 살펴봤습니다. 제366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담심의관 도입 추진 현황 보고가 이루어집니다. 주요한 쟁점은 2023~2024 심의건수를 토대로 예상할 때 과연 전담심의위원이 심의, 모니터링까지 전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연극/뮤지컬 분야의 경우 사업에 따라 서류, 인터뷰, 실연심의에 공연 기간과 장소가 흩어져 있는 현장평가까지 ‘전담’할 수 있는가입니다. 거기에 전담심의위원제로 갈 경우 이번 위원회에서 구성한 심의위원풀은 활용할 수 없는 것이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책임심의제’가 장관의 정책으로 외삽된 것이라는 흔적입니다. 제367차 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세 번째 의결안건으로 전담심의관제 실행을 위한 지원심의 운영규정 개정(안)이 상정됩니다. 제364차 회의에서는 2월에 의결하겠다고 했고, 제366차 회의에서는 1월 중 전담심의관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1월 정기회의에서 의결 안건으로 상정되고 원안 그대로 의결됩니다. 회의록을 보면 ‘어제 워크숍’이라는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데, 관련한 논의는 워크숍에서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원안대로 의결되었지만 쟁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담심의관제는 심의, 모니터링, 정책환류의 전 과정을 전담심의관이 모두 맡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위원들의 참여도 열어두어야 한다, 개정안에 외부위원, 직원만이 아니라 위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됩니다. 위원이 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원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위원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원이 참여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오갑니다. 정병국 위원장은 위원의 심의 참여에 대한 외부 시선을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차후로 미루고 원안 의결로 이 안건을 마무리합니다. 회의록을 뒤져봐도 대체 예술위는 왜 전담심의관제를 도입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정책 방향은 알 수 없습니다. 위원들의 논의는 비공개이거나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워크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확인되는 것은 위원들이 개정하는 김에 위원 참여도 열어두자는 논의뿐입니다.
지난 1월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대상 확대기관장회의에서 기관장들을 압박했던 ‘책임심의관제’는 이제 예술위에서 위원들의 의결을 통해 정관 개정 절차를 거쳐 도입되었습니다. 지난 해 12월에는 콘텐츠진흥원에서도 책임심의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책임심의관제가 이명박 정부 시절 유인촌 장관 때 도입된 제도의 반복이라고 했지만, 예술위 정관 개정 관련 논의가 보여주듯이 꼭 똑같은 반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유 장관이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 정책 목표는 심의부터 모니터링까지 지원사업의 운영 전반을 책임심의위원이 관여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제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 장관이 강조하는 것은 ‘직원의 심의 참여’입니다.
지난 해 10월 취임 때 유인촌 장관은 여려 가지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유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지난 3월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영화발전기금의 유일한 재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국고 지원 등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K무비 육성했던 영발기금, 17년 만에 폐지되나… 영화계…영화계 "최악의 결정" 반발”)
영화발전기금 조성에 이러한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은 이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에도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영화발전기금이 국고로 조성된다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지금 같은 민간위위원회로 운영되어야 하나, 독임제가 더 적절하지 않나, 콘텐츠진흥원과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등등 어수선한 말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서 유 장관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문체부 관련 기관 기관장을 모아놓고 책임심의관제를 ‘무조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던 모습말고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김상철, “[칼럼] 410 총선이 보여준 문화정책의 ‘복합적인 난맥’”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문화정책의 난맥상을 진단합니다. 이번 칼럼은 총선에 참여한 정당들의 정책분석이 아닙니다. 선거가 여러 요구들이 분출하는 장이라 할 때 문화정책에서의 요구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분출되었는가에 대한 분석입니다.
권현준,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척박하기 때문에 연대로 성장해 온 대구 독립영화 씬”은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의 첫 글입니다. ‘지역’이라는 구체적 현장을 통해 정책이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살피고자 합니다. 그 첫 글로 대구의 독립영화 씬을 다루었습니다. 독립영화계와 시민사회가 연대하면서 어떻게 정책을 재구성하는지 생생한 과정과 분석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이 기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호에는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의 문화정책] 두 편의 글을 발행합니다. 염신규 “한국문화향유정책의 기원 3”은 문화향유 문화복지 정책 사업의 구조를 분석합니다. 꾸준히 확대되는 예산에도 불구하고 정책목표는 점점 모호해지고 사업구조의 잦은 변경은 정책효과를 검증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난맥상을 필자는 바로 꾸준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책목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의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그 부족한 예산의 문제가 시민들은 물론 이 사업을 수행하는 예술가, 예술단체에 어떻게 떠넘겨지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합니다. 우지연, “문화복지에서 문화자치까지, ‘문화의집’을 둘러싼 동상이몽”은 문화향유정책의 대표적 사업이라 할 ‘문화의집’의 지난 30여 년의 여정을 기록 분석하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의 한계, 정책의 난맥상 속에서의 분투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제21대 국회가 마감하고 제22대 국회가 구성됩니다. 정치를 우리 삶의 복판으로 끌고 들어오려면, 아니 우리 삶이 정치의 한 복판에 놓이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소연 편집장
목차
[칼럼] 410 총선이 보여준 문화정책의 ‘복합적인 난맥’_ 김상철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척박하기 때문에 연대로 성장해 온 대구 독립영화 씬_ 권현준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 문화정책⑥] 1996년, 한국 문화향유정책의 기원 3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 문화정책⑦] 1996년, 한국 문화향유정책의 기원 4 - 문화복지에서 문화자치까지, ‘문화의집’을 둘러싼 동상이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