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43]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난 2월 말 학전의 레파토리 공연 <고추장 떡볶이>의 종영을 앞두고 극장 폐관이 보도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지난 해 <지하철 1호선> 개막 즈음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상의 이유로 극장의 폐관이 이미 알려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극장 폐관 기사가 나온 이유는 폐관 소식이 알려진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소극장 학전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사는 이에 대한 학전 측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해 써달라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 명칭은 쓰지 않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학전 측의 입장이 보도된 후 이에 대한 문체부와 예술위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기사에 따라 익명의 관계자 전언을 덧붙이고 있는데, 공모를 통해 민간단체에 공연장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극장 학전은 처음 발표했던 대로 3월 15일 문을 닫습니다. 이후 이 극장을 예술위가 운영할지, 어떻게 운영할지는 김민기 대표와의 협의사항이 아니라 예술위의 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폐관 소식이 처음 전해지고 예술위가 소극장 학전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이 발표되었을 때, 찬성 여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검토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술위 제365차 위원회 전체회의(11월 정기, 2023년 11월 24일 개최) 속기록을 보면 한 위원이 폐관 위기의 민간소극장을 예술위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을 개진합니다. 물론 학전의 경우는 극장 측이 이미 폐관을 결정했으나 보존 여론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예술위가 공적 공기관이라 할 때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갈 것인지의 문제가 남습니다.
예산의 문제만도 아닙니다. 소극장 학전의 폐관을 안타까워하면서 공공기관이 나서서라도 극장을 살리자는 여론이 높았던 것은 소극장 학전이 지난 30년 간 민간소극장으로서는 남다른 역사성을 축적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성을 가장 중시한다면 사실 극장을 박물관처럼 남겨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학전에서 올렸던 공연자료를 정리하고 상설 전시하는 것이죠. 그러나 예술위의 발표에서는 극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해야 그 역사성을 보존하면서 이어갈 수 있을까요? 운영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고 그 운영방식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명동예술극장, 삼일로창고극장, 그리고 지금은 폐관한 남산예술센터 등의 운영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공통의 합의를 만들었을까요? 게다가 소극장 학전은 임대한 공간으로 건물주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예술위 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예술위의 입장은 보도를 통해 전해진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정병국 위원장은 위 위원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답변을 합니다. 1)코로나 이후 공연장 대관 지원 사업이 폐지되면서 대관극장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많다는 것 2) 현재 운영하고 있는 4개 극장으로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것 3) 대학로 민간극장 장기임대를 검토하고 있는데 마땅한 극장이 없었다는 것 4) 학전은 예술 위가 찾고 있던 장기임대극장의 조건으로나 극장의 역사성에서나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합니다. 또 다른 위원이 어린이청소년극 전용극장 논의와 연관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운영할지 협의가 안 끝난 상태이고 특성화 등에 대해서는 이후에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합니다.(회의록 보기 )
관계자의 전언에서 민간단체 위탁운영 방식 검토 등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예술위가 학전을 운영한다는 것은 소극장 학전의 역사성보다 대관극장에 대한 정책적 수요에 따른 검토인 셈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해 써달라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 명칭은 쓰지 않길 바란다”는 학전의 입장을 전하는 보도자료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는 김민기 대표의 인사말로 끝을 맺습니다. 지난 33년 대학로 소극장 시대의 한복판을 관통해 온 소극장 학전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김민기 대표는 극장을 문을 열었던 것처럼 스스로 그 문을 닫습니다. 안타깝지만 마지막까지 아름답습니다. 김민기 대표의 인사말을 그대로 김민기 대표께 전합니다.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건강 회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김민규 “[이슈] 정책 과제 프레임 변화, 아직은 모색 중?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계획>”에서는 올해 업무계획 리뷰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변화를 살펴봅니다. 필자는 우선 정량적 목표 설정 영역이 재구조화되어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수립한 업무계획이 첫 해와 두 번째 해가 이렇게 달라진다면 전년도와의 비교 분석이 어렵다는 것, 만약 매해 이렇게 목표가 달라진다면 정책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세부과제까지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습니다.
김소연 “[이슈] 왜 책임심의관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으로 둔갑했나”는 유인촌 장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책임심의관제’에 대해 다룹니다. 유인촌 장관은 연초 문체부 확대기관장회의에서 “무조건 그렇게 하도록 해야 되는 거”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유인촌 장관에 따르면 책임심의관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이라고 합니다. 대체 유인촌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책임심의관제가 무엇인지 요모조모 따져보았습니다.
염신규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 문화정책④] 1996년, 한국 문화향유정책의 기원”은 한국사회에서 문화향유정책이 처음 도입되는 1996년의 논의를 살핍니다. 현재의 문화향유정책의 출발점에서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 그 출발의 배경은 무엇인지 필자의 분석을 주목해 주십시오..
안태호 “[칼럼] 호명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에서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한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수상식 현장을 전합니다. 동료가 동료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현장을 만나보십시오. 네 명의 후보자 인터뷰도 함께 살펴봐주십시오.
마임이스트 유진규 선생은 배일동 명창, 신은미 화가와 함께 지난 겨울 ‘신유배기행’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예술가들과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예술인들의 겨울나기는 유배생활과 같지만 움츠려 있지만은 않고 눈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처럼 동료들과 함께 활동의 자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겨울은 어떠셨나요? 이제 봄입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정책 과제 프레임 변화, 아직은 모색 중?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계획>”_ 김민규
“[이슈] 왜 책임심의관제는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책으로 둔갑했나”_ 김소연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 문화정책④] 1996년, 한국 문화향유정책의 기원”_ 염신규
“[리뷰] 호명하고, 지지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의 소중함- 2024 내일의 기획자 어워드 후기”_ 안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