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 전염병의 시대 공연장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예술계의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호외를 발행합니다. 코로나19 전염병 위기 관련 이슈, 현장 소식, 위기 분석 등을 별도 간기 없이 발행합니다. 현장을 기록하고 대응을 모색하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 투고를 받습니다. 투고하신 원고는 [문화정책리뷰] 편집회의를 거쳐 채택될 경우, 호외 혹은 정기호로 발행합니다. - 전염병 확산 추이에 따라 공공 및 민간 극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 운영이 멈춤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시설 운영과 관련한 사례, 의견 등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채택 여부는 편집회의 후 개별 연락드립니다. 발행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및 원고 보내실 곳 kdoonga@naver.com |
코로나19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리의 질문은 ‘어떤’ 또는 ‘무슨’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편으로는 비대면, 온라인, 영상화 등의 대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전염병 확산의 파고가 오르내리는 지금 공연과 공연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처럼 전염병 확산이 심각해지면 멈추고, 확산세가 주춤하면 객석을 축소하여 여는 방식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것은 공연장의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연장 운영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할까.
현재까지 공연장에서 코로나19가 전염된 사례는 없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이 한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되면서 해당 극장이 몇일 동안 페쇄된 적이 있다. 그러나 관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 없이 한 방향으로 관람하고 있었고 전염된 관객은 없었다. 오히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나와 확진자와 함께 식사를 했던 사람들은 자가격리 조치 되었다고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단에서는 배우 두 명의 감염이 확진되었다. 하지만 국내 전염이 아니라 국내 입국 이전에 감염된 경우였다. 해당 공연 관객을 전수 조사하였으나 확진자는 없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식당 등 유흥업소 등과 마찬가지로 공연장 역시 다중밀집공간이지만, 공연 관람의 특성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면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이 공연장에서의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판데믹 상황에서 전염 가능성이 0%인 곳은 없다. 전염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는 방법은 모두가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특수한 상황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전염병 확진자 추이에 따라 공연장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개선하면서 운영에 대한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지금까지의 대응을 분석하고 보완하여 새로운 대응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장은 지난 3개월 감염 방지에 대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사례들을 모아서 분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공연장 운영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공연장은 ‘새로운 방식’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조직 개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대응을 토대로 보완점을 생각해보자. 우선 관람객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한다. 예매자와 관람자가 동일인인지, 현장 티켓 구매자와 초대자에 대한 개인정보 인증 등을 통해 공연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개인 문진표와 연계하여 QR코드를 활용하는 방식도 적용되고 있다.(“QR코드 등으로 시설관리자용 앱에 수집된 이용자 방문기록은 사회보장정보원 서버에 저장, 관리되며 역학조사에 필요한 4주가 지나면 자동 파기된다.”[한겨레신문] 2020.6.1) 공연장, 예매처, 공연단체, 관객, 그리고 인권전문가들이 참여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좀 더 안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혹여라도 확진자가 발생했을 경우 확산을 최소화하는 즉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관리할 수 있다.
무대와 하우스 등 공연장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우스에서의 발열체크, 문진표 작성, 손소독 등의 방역체계 점검과 입퇴장 동선 관리, 티켓 프로그램 북 MD상품 전달 시 접촉 최소화, 대화와 접촉 제한, 환호성 대신 박수 유도, 올마른 마스크 착용, 마스크 미착용 및 오착용 시 입장 제한 등 전염병 상황에 대응하는 관객 안내와 관람수칙을 만들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대에서 스탭, 배우들의 방역관리, 상호 접촉을 최소화 하는 동선 확보, 분장실 사용 매뉴얼, 외부 반입 물품 관리, 식사 수칙, 방문객 대책, 연습실 관리, 오디션 운영 규칙 등에 대한 표준 매뉴얼이 나오면 좋겠다. 공연장, 제작사, 무대기술 파트, 연출팀, 그리고 보건전문가가 함께 고민하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리라고 본다. 이러한 방안들이 수시로 안내되고 공지되어 배우, 스탭, 관객 모두가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환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매뉴얼도 필요하다. 환기가 공연장에서 전염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전문적 지식을 토대로 방역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공통 지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2회 공연을 하게 되었을 때 올바른 환기 방식은 무엇인지, 공연과 공연 사이 환기를 위해 확보해야 할 적정 시간 간격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현재의 공연장들이 환기 시스템을 적절하게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민간 공연장 환기 시스템 개선에 대한 공적 지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염 가능성 0%는 불가능하지만
여전히 공연장을 비롯한 어느 곳이라도 전염병에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은 없다. 그렇다고 전염병 확산 추이에 따라 공연장을 닫고 열고를 반복하는 것은 임시방편이고 소모적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중대본 차원에서는 지금의 지침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전염병이 단기간에 종료될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몇 년을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라면, 일상을 안정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곳도 전염병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공연장 역시 코로나19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방식을 찾아야 한다. 지난 기간에 있었던 비상 운영 노하우를 수집하고 각계 전문가들이 검증, 분석하여 새로운 운영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고 개선하면서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중대본, 문체부, 공연장, 전문 공연예술인 및 공연단체, 관객, 예매처, 인권전문가, 예방의학전문가, 시설관리전문가 등이 함께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져도 좋겠다. 전염병 시대에 공연장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운영 매뉴얼 기본 모델을 만들고, 매뉴얼을 적용하고 관리하면서 생겨나는 질문들을 함께 해결하면서 매뉴얼과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현장 곳곳에 확산 되기를 기대한다.
중대본의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과 현장에서 모색된 대응방안이 결합된다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믿는다. 이러한 대응 속에서 공연장은 대내외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제고와 함께 국민들이 전염병 시대에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위상이 정립될 수도 있다. 집단 지성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해간다면 우리는 ‘어떤’ 또는 ‘무슨’ 삶과 세상을 희망해야 하는지 새롭게 질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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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준. 공연프로듀서. (재)안산문화재단 시민축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