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외: 판데믹과 문화정책] 코로나19 대응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 [문화정책리뷰]는 문화예술계의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됨에 따라 호외를 발행합니다. 코로나19 전염병 위기 관련 이슈, 현장 소식, 위기 분석 등을 별도 간기 없이 발행합니다. 현장을 기록하고 대응을 모색하는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 투고를 받습니다. 투고하신 원고는 [문화정책리뷰] 편집회의를 거쳐 채택될 경우, 호외 혹은 정기 발행 원고 발행합니다. (채택 여부는 편집회의 후 개별 연락드립니다.) 발행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및 원고 보내실 곳 kdoong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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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익숙했던 우리의 일상이 변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종교집회와 문화행사가 취소되고, 개학이 미뤄지고, 재택근무가 도입되고, 쇼핑과 여가활동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염병이 강제하고 있는 새로운 환경과 질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답게 변화된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 기존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누군가는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늦추고 생태적으로 삶의 양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코로나는 단순한 전염병을 넘어 자본주의 질서와 삶의 양식을 바꾸는 일종의 사건이 되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이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점진적으로 일상의 복귀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각 분야별 피해사례와 정책대응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피해 관련 문화 분야 정책대응 양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문체부 및 산하 공공기관 정책대응
<표1>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 코로나19 대응현황 요약
일자 |
기관 |
정책 |
내용 |
2.7 |
문화체육관광부 |
문화예술 공공기관 협의체 회의 |
300석 미만 공연장 420여 개소 방역용품 지원 |
2.18 |
예술경영지원센터 |
코로나19 예술분야 상담창구 운영 |
피해 상담과 정부지원 대책 안내 |
2.20 |
문화체육관광부 |
공연계 긴급 지원방안 발표 |
공연단체 피해보전 지원 등 |
2.24 |
문화체육관광부 |
문화부 소관 기관 잠정휴관 |
심각단계 발령. 박물관, 미술관등 휴관 |
2.27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코로나 19 예방 대응지침 안내 |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침 안내 |
3.2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예술인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 |
공연 취소 예술인 긴급생활안정자금 융자 |
창작준비금지원-창작디딤돌 |
창작준비금 선정시, 코로나19 피해 가점 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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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예기금사업운영대책 발표 |
일정, 예산변경, 사업포기자 정산처리 등 지원책 발표 |
3.24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코로나19 긴급 모금 프로젝트 |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젝트 모금액 50% 지원 |
3.26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 |
온라인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 |
3.27 |
문화체육관광부 |
집콕문화생활 |
국공립단체 온라인 공연전시 플랫폼 운영 |
4.21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공연장대관료지원 공모 |
코로나19 피해 공연작품 대관료 우선지원 |
5.11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시각예술창작산실전시공간 지원 |
280여 민간전시공간 운영비 3백만원 지원 |
5.18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코로나19 피해 민간소극장 지원 |
300석 미만 민간소극장 운영비 지원. 1천만원 |
<표1>은 코로나19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대응현황이다. 코로나 발생초기 국면(2월)에는 다중이용시설에 소독과 방역용품 지원, 문화 공간 휴관 및 폐쇄, 대응지침 안내 등의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데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한다. 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당연하고 신속한 조치였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장기화 조짐이 있는 3월에 긴급융자, 생계비 지원 등의 경제조치로 확대되었고, 기존의 사업집행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대응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주어진 재원 범위와 기관의 목적사업 범위 내에서 소극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발표함을 알 수 있다. 5월에서야 예술위원회를 중심으로 별도예산을 편성하여 공연부문과 시각예술분야 피해사례를 지원하는 등의 좀 더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대응 조치는 뒷전이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기관도 있다.
코로나 긴급 지원 대책은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이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의뢰받았던 행사 공연들은 대부분 취소되었습니다. 2월 정월대보름맞이 공연 행사 취소, 3월 연극공연, 4월 2020 지역축제 개막공연 취소. 그러나 뚜렷한 대책 없음이 더 큰 문제일 것이며 아마도 무수한 예술인 및 단체들이 그 생명력을 잃게 될 위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50대, 연극인) 즉 공연과 레슨, 전시기획, 강의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랜서 예술가에게 현재의 지원책은 멀게 느껴지며, 피해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의 위협은 심각하게 다가온다. 긴급융자지원, 코로나 피해 입증에 따른 저금리 대출 등은 복잡한 서류절차로 신청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으며, 지원금이 전달되는 속도 역시 매우 더딘 까닭에,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예술인 긴급지원 사례를 볼 때 한국의 예술가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들게 한다. 이처럼 문체부의 대응책은 겉으로 보기엔 차분하고 적절한 듯 보이나 실상은 가용예산과 익숙한 규정범위 내에서만 조치하는 매우 소극적인 대응이며, 평소처럼 안일하게 대응해도 되겠지 라는 무사안일주의가 내면화되어 있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광역문화재단 정책대응
<표2> 광역문화재단 코로나19 대응현황 요약
기관 |
정책 |
내용 |
서울문화재단 |
코로나19피해 긴급예술지원 |
창작활동에 소요되는 인건비 및 대관료 지원 |
예술교육 온라인콘텐츠 제작지원 |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콘테츠 제작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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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
문화예술계 프리랜서, 독립 기획자 120명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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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
인천거주 예술인 중 중위소득 100% 이하 생계비 지원 |
온라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
문화예술 콘텐츠 영상제작 온라인 플랫폼 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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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료 피해 지원 |
공연․전시 취소 단체 대상 피해액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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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지원 확대 |
인천 작가 미술작품 구입, 창작공간 임대료 지원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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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
공공예술프로젝트 백만원의 기적 |
소규모공공예술프로젝트 1000건 사업 선정, 1백만원지원 |
공연예술 드라이빙씨어터 |
코로나취소 공연팀 40개 작품, 독립영화작품 50편 상영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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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예술인 긴급작품구입 |
생계형 미술인대상 미술작품 구매 1백~3백만원 작품 소액다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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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영상콘텐츠 제작 |
온라인콘텐츠 제작. 건당 3천만원 40건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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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화재단 |
코로나 극복 예술배너 달기 |
300명 예술인 참여, 코로나 극복 캠페인 공공예술 프로젝트 |
아트트레일러 이동식 공연 |
무관객 공연과 감염위험 없는 야외 비대면 공연 활성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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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예술극장운영 |
코로나 피해 공연 및 전시 예술인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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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심 행정지원 |
사업비조기 집행, 지역공연단체 비율 확대, 지침완화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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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재단 |
기초 창작활동비 지원 |
예술인활동증명자 대상. 1인 100만원, 총1,400명 |
부산문화재단 |
소규모 예술공간 방역지원 방구석프로젝트 |
300석미만 소극장 등 방역지원 청년예술활동 35팀, 100만원 지원. 추경협의 중 |
강원문화재단 |
보조금 운용지침 완화 발표 |
출연료 사례비 선지급, 사업계획 변경규정 완화 등 |
힘내라 강원미술 릴레이 웹전시 |
시각예술 60명 블로그 전시. 집콕 미술놀이 영상공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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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문화재단 |
피해지원대책 발표 |
피해실태조사, 메세나기금조성, 창작공간무료대관, 지원사례비 선지급, 중기대책 수립 등 |
경남문화예술진흥원 |
코로나19창작활동준비금 |
중위소득 120% 1인당 2백만원지원. 200명 |
방역지원 |
민간문화예술시설 방역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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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금 보상 |
코로나피해 예술단체 별 5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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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콘서트 |
무관중 인터넷 생중계, 단체별 4백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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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화재단 |
코로나19 피해 특별지원금 |
공연단체 대상/ 1인당 100만원 가량 지급예정 |
전북문화재단 |
문화예술지원 |
문화예술지원사업 6억원 추경 확보예정. 종합대택 마련 중 |
세종문화재단 |
긴급생계비지원 |
피해현황조사, 긴급생계비 지원(50만원) |
전남문화재단 |
코로나상담창구운영 |
피해사례 접수 및 상담 진행, 예술교육강사비 선 지급 |
제주문화재단 |
힘내라 단골집 프로젝트 |
문화예술창작융자상환유예,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기획비 보상 |
충북문화재단 |
창작활동준비금 특별지원 |
창작활동준비금 특별지원, 온라인공연작품제작 37건 등 |
경북문화재단 |
창작활동비 지원 |
코로나 극복 지역문화예술 창작활동비 지원 200~1000만원 내외 |
충남문화재단 |
현재 계획 수립 중 |
예술인 피해설문조사 대응방안 마련 중 |
<표2>는 코로나19 관련 광역문화재단 대응정책 현황이다. 예술지원정책의 전달체계에서 볼 때 광역재단은 국가정책의 실행기관이고, 지원금 수혜기준과 범위를 설정하는 기관이며, 예술인과 대면하고 소통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따라서 광역재단의 대응책은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먼저 광역문화재단은 2월부터 코로나19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3~4월 지역 재단별 대응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내용은 지역마다 편차가 있으며 대체로 예산확보의 문제, 코로사태를 바라보는 기관장의 리더쉽에서 대응 관련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주로 피해현황조사, 예술창작 긴급지원 공모사업, 재난지원금 생계비 지원, 온라인 콘텐츠제작 등의 유사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별도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경우 사업 완화지침을 발표하거나 대관료를 인하하는 등의 소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원규모는 소액다건 형태로 수혜자의 폭을 넓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소액 지원의 경우 정산처리를 생략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광역재단의 지원정책도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이지만, 아직까지 현장의 체감도는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예술인 지원정책에서 속도감만큼 효과적인 요소는 없다. 하지만 기관의 경직성은 속도를 더디게 한다. ‘예산이 없고, 선례가 없고, 권한이 없는’ 위기상황이기에 규정을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신규사업이라 부서 간 이리저리 떠넘기기를 하고 있지 않는지 내부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정책대응 시사점과 몇 가지 제안
우리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잘 버티고 극복해가고 있다. 하지만 분야별 정책대응은 이제 시작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문화예술분야 대응은 피해사례에 대한 긴급처방의 형태이고, 주어진 조건을 활용한 최소한의 조치라 생각된다. 이제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코로나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피해 유형과 사례, 피해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원방향을 모색하고 대응 메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행정지원의 속도를 높이는 적극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처럼 추경예산 편성 시까지 참고 기다리는 조치가 아니라 예를 들자면 기관이 보유한 적립기금과 예비비를 활용해서라도 현장을 지원하는 적극적 조치방안을 궁리해야 한다. 세 번째는 예술인의 고용과 생활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에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도입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적용범위와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라 아쉽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예술이 재난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쟁과 환란의 시기, 국난이 발생했을 때에도 예술가들은 혼신을 다해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재난극복 과정의 예술을 통해 예술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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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동.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교류팀장. 가치를 추구하고, 관계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