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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전국 수백여 작은 책방들의 호소문"

CP_NET 2024. 11. 17. 15:51

 

 

 

정녕 대한민국 독서문화의 실핏줄을 끊어 놓겠다는 것인가

 

지난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했다. 전 국민이 기뻐했고, 독자들은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려고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인터넷서점으로 몰려갔지만, 평소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 서점과 동네책방에 책을 주문한 독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역의 서점들은 일주일이 지나도 손님들께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소매와 도매를 같이하는 교보의 경우 도매를 중지하고 소매로 자사에서만 판매를 독점했고, 예스24와 알라딘 등에서도 도매로 책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책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전국 수백 개의 작은 책방들은, 욕심으로 얼룩진 대형 유통사의 민낯과 우리나라 출판유통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절절하게 체험하는 중이다. 


대한민국 도서유통 구조의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상적인 유통의 흐름이라면 출판사들은 도매상과 온오프라인 서점 및 중소유통업체, 직거래 일부 지역 서점 등에 골고루 나누어 출고한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이후 벌어진 상황은 그동안 경험해온 유통 방식이 아니었다. 출판사가 대량으로 인쇄한 많은 양의 책이 북센 등 주요 도매상을 배제하고 대형서점 3사에 독점 공급됐다. 소매뿐 아니라 도매를 겸하고 있는 대형서점은 전국 책방으로 책을 공급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전국 서점에 도서 공급을 막고 오직 자신의 온오프 매장 판매에 집중하였다. 이에 서점과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공정위에 제소하는 움직임까지 일자 한 대형서점은 잠정적으로 매장에서 한강 작가의 일부 책을 팔지 않겠다는 공고를 했다. 그리고 ‘상생 마케팅’이라는 미명 아래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가 커지자 주문하지도 않은 책 일부를 작은 서점에 마구잡이로 보냈다. 작은 서점들은 책을 던져주면 받는 곳이 아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교보문고와 거래하는 지역서점은 2020년 716개에서 2022년 5월 기준 1,100개로 증가했다. 도매업을 겸하는 예스24와 알라딘 역시 적지 않은 숫자의 책방들과 도매 계약을 체결하고 도서를 공급해왔다. 수년 전 출판유통 도매상의 부도로 인한 불안정한 출판 유통구조를 틈타 소매업이 도매를 겸하는 대형서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형적 유통구조가 초래할 문제점을 우려하면서도 달리 대안을 찾지 못한 책방들이 이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러한 참사를 낳았다. 상도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앞으로 작은 서점들은 어떻게 대형 도매업체를 믿고 거래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

 

대형 출판사에게 지역 책방들의 존재는 무엇인가   

 

사실 출판사들의 책임이 더 크다. 오늘은 평소 도서를 전혀 취급하지 않던 체인형 마트와 편의점에도 출판사들이 책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도매를 겸하는 대형서점들에게 책을 몰아줬으니 할 일을 다 했다고 변명하는 대형 출판사들에게 묻고 싶다. 왜 동네책방들의 직접 공급처인 북센 등의 도매상에게는 책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는가. 당신들에게 우리 책방들은 그토록 가벼운 존재인가. 출판사들이 책 생태계를 위해 상생의 철학을 갖지 않은 것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만 거래처로 생각한다면, 종국에는 책 생태계가 무너져 출판산업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작가의 책이니만큼 작은 책방을 배려하는 멋진 출판사를 우리는 볼 수 없는 것인가. 필요할 때만 동네책방을 찾는 출판사들에게 전국 수백여 책방들이 갖는 분노는 결코 작지 않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책을 실물로 접하고, 독서모임을 통해 책의 가치를 나누고,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독서문화 뿌리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이들이 전국 골목 책방의 독자들이다. 지역의 책방들은 출판생태계의 모세혈관이자 작은 근육이다. 이들이 책을 구하지 못해 뿔뿔이 흩어진다면 출판생태계의 건강함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그 불이익은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책방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할 만큼 불공정한 도서유통구조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사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리하면 책 생태계의 모세혈관은 끊어지고 책방들도, 함께하는 독자들도 하나둘 사라져 갈 것이다. 함께 기뻐해야 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도 누구보다 책 문화의 부흥에 앞장서 온 작은 책방들이 소외되는 대한민국의 출판유통 현실이 우리는 참담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개선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는 ‘상생 마케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원한다!

 

1. 대한민국 곳곳의 풀뿌리 독서문화 플랫폼인 동네책방에 평등하고 신속한 도서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
2. 도서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한 출판서점협의체를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관련법을 제정하라.
3. 모두가 상생하는 출판문화를 위해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일에 정부가 나서서 개선하고, 부디 올바른 유통체제를 확립하라.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출처: 백창화 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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