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49]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어서 좋다"
막 커튼콜이 끝나고 객석을 일어서는데 마침 같은 공연을 보았던 지인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합니다. 사실 객석을 빠져나오는 관객들 틈에서 작은 목소리로 전하는 것이었기에 ‘한강’ ‘노벨상’ 두 단어만, 그것도 어렴풋이 들렸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연극의 얼얼한 기운에 감싸여 있었으니까요.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연극의 기운이 좀 씻기고 나서야 근데 무슨 말이었지 싶어 핸드폰을 켭니다. 핸드폰 화면에 주르륵 뜨는 소식을 보고서야 어렴풋이 흘러갔던 단어가 문장으로 완성됩니다. “한강 노벨상 수상했어요.”
처음 이 문장이 뚜렷이 조합되었을 때도 이 소식이 무슨 소식인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뉴스와 SNS 타임라인과 이런저런 채팅방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의 기쁨을 접하고서야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이 단어들, 문장들을 넘어 다가옵니다.
오늘부터, 아니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한강과 한강의 작품에 대한 온갖 이야기들이 한동안 쏟아질 터인데 굳이 이 지면에서까지 한강의 이야기를 써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강 노벨상 수상”을 쓰게 된 것은 떠들썩한 기쁨들 속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나쁜 일들만 가득한데 그래도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어서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호는 기사가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의 많은 문제들이 문화정책 영역에서도 고스란히 그리고 어떤 것은 더 어처구니없게 때때로 폭력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매체가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곳곳에서 사건 사고라 할 이슈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기뻐하는 마음이 꽉 막힌 숨을 한번 크게 쉬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②] 기획재정부의 재정놀음에 휘둘리는 문화예술교육”(김상철)은 지난 호에 이어 2025년 문화부예산을 분석합니다. 지난 호에서는 기존 사업은 삭감하고 정책목표도 사업내용도 불분명한 신규 사업들을 분석했다면 이번 호에서는 학교예술강사 사업이 예산 삭감이 아니라 사업 폐지에 가까운 예산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행정부처간의 힘겨루기와 문화부의 무능함이 빚어낸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 인터뷰 ⑤] 연대와 협력 말고는 방법이 없다 – 서환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안태호)는 지역 현장에서의 고민들을 담았습니다. 중앙 부처의 정책이 갈지자로 휘청거리고 지역 정치의 압력 속에서도 길을 내는 목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연속칼럼: 사달이다]는 이번 호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기획입니다. 이곳저곳 너무 많은 사건 사고들이 크고 작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정책리뷰]에서는 곳곳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랍니다. 영도구의 ‘문화도시’ 사업 종료 결정과 관련하여 ”문화도시에서 거버넌스는 왜 실패하는가? - 신뢰자산을 허무는 조급함과 얕음에 대하여”(박진명), “문화예술의 마력, 참가자가 체험한 영도문화도시 사업”(하세봉) 두 편의 글로 시작합니다. [문화정책리뷰]는 이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이번 호에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이 한 편 더 있습니다. [기획연재: 서울혁신파크의 기억들]입니다. ‘서울혁신파크’는 박원순 시장의 대표적인 정책사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서울혁신파크를 폐쇄하고 개발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서로 다른 진영 정치인들의 대결장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은 어느 한 편의 기획을 지지하거나 다른 한편의 기획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도심 공간에 대한 ‘실험’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공간에서 일했고, 이 공간을 사용했던 이들의 다양한 관점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았던 야외공간의 기억”은 서울혁신파크의 운영진으로 일했던 정혜선의 기억입니다.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⑥] 지역에 뿌리를 두고 음악하기”(배미나)는 대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인디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의 이야기입니다. 대구, 서울, 그리고 북미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음악활동이 어떠한 그물코들을 만나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⑤] 아산에서 예술하기 2, 예술인복지증진조례 제정 노력 무산”(조혜경)는 지난 호에 이어 아산시 예술인복지증진조례가 제정되고 실행되는 과정의 난관들을 전합니다. 정책, 행정, 법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들이 움직여내는 것이면서 사람들을 재단하기도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응원합니다.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⑩] 사반세기를 향해가는 지역문화정책 – 2001년의 “지역문화의 해” 3”(염신규)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⑪] 사반세기를 향해가는 지역문화정책- 2001년 “지역문화의 해” 4, 이후의 전개” (김규원)은 2001년 지역문화의 해 이후 지역문화정책의 변화를 살피고 있습니다. 항상 어지럽게 엉크러져 있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20년의 시간을 두고 살피니 우리의 선 자리가 달라져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장벽도 더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쁩니다. 이 작은 지면을 넘치게 이야기를 담아도 냉혹한 현실의 조각일 뿐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한껏 한강 작가의 수상을 함께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턱 막힌 숨을 한번 크게 쉬시기 바랍니다. “한강 작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소연 편집장
목차
[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②] 기획재정부의 재정놀음에 휘둘리는 문화예술교육 (김상철)
[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 인터뷰 ⑤] 연대와 협력 말고는 방법이 없다 – 서환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안태호)
[연속칼럼: 사달이다 ①] 문화도시에서 거버넌스는 왜 실패하는가? - 신뢰자산을 허무는 조급함과 얕음에 대하여 (박진명)
[연속칼럼: 사달이다 ②] 문화예술의 마력, 참가자가 체험한 영도문화도시 사업 (하세봉)
[기획연재: 서울혁신파크의 기억들 ①]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았던 야외공간의 기억 (정혜선)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⑥] 지역에 뿌리를 두고 음악하기 (배미나)
[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⑤] 아산에서 예술하기 2, 예술인 복지증진 조례 제정 노력 무산 (조혜경)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⑪] 사반세기를 향해가는 지역문화정책- 2001년 “지역문화의 해” 4, 이후의 전개 (김규원)
[기획연재: 사건과 논쟁으로 돌아보는 한국문화정책 ⑩] 사반세기를 향해가는 지역문화정책 – 2001년의 “지역문화의 해” 3 (염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