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지역문화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 ⑤] 아산에서 예술하기 2, 예술인 복지증진 조례 제정 노력 무산 (조혜경)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는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라는 기획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새정부에 대한 제안이라기보다는 새정부 구성을 계기로 현단계 정책과제를 살피자는 기획이었습니다. 이 기획에는 100인의 예술가, 기획자, 정책연구자 등이 참여하여 현장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과제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이 기획에 대한 분석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단과 제안에는 구체적 현장으로서의 ‘지역’에 대한 여러 관점이 드러납니다. (관련기사:[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⑤] 분석-정책 관심도와 흐름,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⑦] 분석-정책에 대한 관심과 흐름2)
‘지역문화의 현장과 정책의 재구성’은 지역예술과 지역문화의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현장에서는 어떠한 변화와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책의 작동에서 토대로서의 현장에 주목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지원사업의 안이냐 밖이냐를 떠나 스스로 자신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현장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의 재구성을 전하고자 합니다.
① 척박하기 때문에 연대로 성장해온 대구 독립영화 씬 _ 권현준
② 창작열, 동료의식, 지원기관의 노력_ 이승우
③ 지역문화예술정책은 지역에서! _ 강구민
④ 아산에서 예술하기_ 조혜경
⑥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세계 곳곳의 관객들을 만나며 _ 배미나
충남 아산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개인적 경험들은 예술인들의 권익과 복지 정책이 절실함을 각인시켰다.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과 그 결과를 돌아보고자 한다.
민예총 충남지회 아산지부 창립 후 2020년 늦은 봄, 충남 노동권익센터의 지역 공모 사업에 참여했다.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실태 조사를 위해 충남 전역을 발로 뛰었다. 당시 민예총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충남지회 정책위원장 직책을 통해 공모에 참여했다. 이후 실태조사, 분석, 보고까지 마쳤다. 충남노동권익센터가 예술인 종사자의 불안정 노동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그해 12월 17일, 아산청소년교육문화센터에서 충남노동권익센터와 민예총 충남지회 공동 주최로 충청남도 예술 종사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 ‘코로나19와 충남 예술인의 [내:일]’을 개최했다. 조사 결과, 충남 예술인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예술활동을 통한 평균 수입은 52.9만 원이었으나, 이후 11.4만 원으로 급감했다. 예술교육활동을 통한 수입은 코로나19 전 119.3만 원에서 이후 53.6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예술활동과 예술교육활동을 병행하더라도 월평균 소득이 코로나19 이후에는 65만 원에 불과했다. 3년 전엔 코로나19 시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예술인들의 ‘내 일(업)’과 ‘내일(미래)’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아산시 예술인복지증진조례, 실행기구 설립 무산
참 씁쓸한 현실이다. 예술교육이 예술인들의 경제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부분 초단시간 근로자로 열악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피해 구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예술 관련 종사자의 직업적 지위를 고려한 폭넓은 지원제도가 절실하다. 그런 필요성에 따라 2021년 1~2월 초에 아산 민예총에서 아산시의원과 시의회 의장을 통해 예술인 복지증진 조례안을 제안했었다.
아산 지역 예술단체, 예술인, 그에 관련된 지원이 필요한 전문 인력들과 해당 부서가 함께 조례안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정당 소속을 떠나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공청회나 토론회의 추진 속도는 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제안했던 정당의 타 의원이 문화예술진흥조례에 복지조례에 몇 가지 조항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청회 없이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 결과는 2021년 4월 9일 지역 신문 3~4곳에 보도되었다.
예술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조건 검토부터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에 실망했다. 그로 인해 해당 정당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이후 아산민예총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복지증진센터나 권익증진센터 설립을 제안했으나, 추진 속도는 여전히 더뎠다. 조례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실행기구로 지원센터를 두는 것이 예술인 복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청회와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동안, “복지지원센터나 권익증진센터는 아산시 조례 제정에 부정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아산시 선정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출되었다.
2021년 11월, 해당 시의원은 갑자기 대표 발의를 강행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아산민예총과 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는 당황스러웠다. 대표 발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예술인들과 해당 전문가, 부서의 의견을 고르게 청취하며 조례가 제대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
해당 시의원의 갑작스러운 아산시 예술인복지증진 조례 대표 발의는 충격적이었다. 잘못하면 예술인 복지·권익 증진 조례가 다시 제안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아산 민예총, 아산문화예술포럼, 시민단체인 시민연대는 조례의 필요성과 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시급성을 의견서로 제출했다.
그러나 지역 H예총 소속 회원들은 복지조례 추진에 반대했다. 만약 추진된다면 자신들의 단체가 복지지원센터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달 25일, 조례안은 만장일치로 부결되었다. 예술인복지조례를 반대하는 의견을 예술인들이 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례안은 복지환경위원회에서 부결되었고, 현재까지도 제정이나 개정은 요원한 상태다.
2021년 12월 10일, 민예총 충남지회 문화예술정책위원회 포럼에서 ‘2021 충남 민예총 문화예술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법학과 교수는 예술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의 기준을 조례 시행 규칙에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술조례 6조 3항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아산지회로 지원 대상을 특정한 것은 상위법인 충남도 문화예술진흥조례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예술인 권익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최소한 예술인들이 필요한 상황과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즉 접근성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권익지원센터 운영에 이해 충돌이 없도록 실질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률가. 노무사, 복지사, 예술행정 전문가, 예술인 당사자. 관련 관청의 담당자 간 최소한의 네트워크가 기반되어야 한다.
예술노동은 고도로 집약된 정신적·육체적 노동이다. 예술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문화와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조혜경. 동네 배우, 예술강사, 생태문화공동체 마즐 대표, (사)아산 민예총 사무처장. 1991년 대학 시절 연극과의 인연으로 문화 예술운동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노동자노래패 ‘새암누리’라는 지역 노래패 활동을 하게 됐으나 한 편의 노동극에 참여하고는 결혼 육아로 예술 활동과 거리가 멀어졌다.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 여성 가장으로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극, 전통타악, 놀이 등 다양하고 얄팍한 활동을 하며 지역에서 생존하고 있다. 예술과 노동, 예술인, 예술노동자의 지위 권리 곧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를 찾기 위해, 지역에서 예술 활동 지속을 위해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