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5년 문화부예산 ①] 짝퉁이 판을 치는 (김상철)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다. 총수입은 24년 대비 40조 가량 늘어난 651조, 총지출은 24년 대비 20조 증가한 677조로 사실상 긴축예산에 해당된다. 수입증가율이 6.5%이고 지출증가율은 3.2%다. 지출규모가 큰데도 긴축예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24년에 총지출-총수입이 44조였던 것에 비해 25년은 26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대액에서 총지출이 많으니 적자예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잉여금과 국채 같이 수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입이 있기도 하지만 예산에 편성한 총지출 역시 전액 지출되지는 않고 이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수입과 총지출 간격이 오히려 재정정책의 의도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
문화부의 예산은 오히려 줄어서 2023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부는 7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총계 기준의 규모 자체가 줄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일반회계와 다르게 기금의 총계 규모가 줄었기 때문인데 기금은 속성상 적립한 재원을 가지고 사업을 통해 지출도 하지만 다른 회계나 기금으로 전출함으로써 내부적 재정조정을 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2025년 문화부예산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에 기금을 융통성 있게 운영함으로써 그마나의 필요를 충족했던 편성방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구 분 | 2023결산 | 2024예산 본예산(A) |
2025예산안 | 증감 | |||
요구 | 조정(B) | B-A | % | ||||
세입·수입 | 6,083,301 | 6,017,339 | 5,791,440 | 5,733,724 | △283,615 | △4.7 | |
예산 | 298,018 | 214,632 | 256,651 | 248,815 | 34,183 | 15.9 | |
기금 | 5,785,283 | 5,802,707 | 5,534,789 | 5,484,909 | △317,798 | △5.5 | |
세출·지출(총계) | 9,427,071 | 9,654,741 | 9,788,485 | 9,457,067 | △197,674 | △2.0 | |
[총지출] | 6,644,229 | 6,954,450 | 7,483,256 | 7,121,406 | 166,956 | 2.4 | |
예산 | 3,641,788 | 3,852,031 | 4,253,696 | 3,972,158 | 120,124 | 3.1 | |
[총지출] | 3,390,540 | 3,696,044 | 4,055,978 | 3,824,635 | 128,591 | 3.5 | |
기금 | 5,785,283 | 5,802,707 | 5,534,789 | 5,484,909 | △317,798 | △5.5 | |
[총지출] | 3,253,689 | 3,258,406 | 3,427,278 | 3,296,771 | 38,365 | 1.2 |
[2025년 문화부 예산 개요(단위: 백만 원)]
이상한 사업들, 저출산 대책으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데 이건희기증관에?
2025년 신규사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려 ‘신규사업’으로 등장한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이다. 알다시피 이미 기존 문화도시 사업은 2018년 10곳을 지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2곳, 2020년 16곳, 2021년 16곳의 예비문화도시를 지정하고 2019년 7곳, 2021년 11곳, 2022년 6곳의 문화도시를 지정한 바 있다. 문화도시로 선정된 곳에 대해서는 5년에 걸쳐서 차등 지원금을 지원하는데 2025년에는 17곳의 문화도시에 대해 255억 원이 편성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023년에 공모를 진행해 13곳을 지정하였다. 여기엔 연간 30억 원 수준으로 390억 원이 편성되고 운영비로 10억 원이 추가되었다. (다만 세종시의 경우에는 특별회계로 분리되어 편성) 그러면 도대체 이 두 사업의 차이는 뭘까? 명목상으로는 기존의 사업이 개별 지자체 단위의 문화 추진기반을 조성했지만 여전히 지역 간 문화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문화도시 사업을 ‘광역형 선도도시’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문화로 지역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애당초 전혀 다른 접근법을 가진 사업을 ‘문화도시’라는 말로 묶어 버리니 어지럽다.
다음으로 무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신규 반영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이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복합문화공간과 저출생이 연관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25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규모다. 그런데 세부 사항 내용을 보면 이상하다. 사업방식이 기존 문화시설에 대해 공간 조성으로 32억, 프로그램 개발 운영으로 3억 정도를 분배하는 것인데 언급된 시설들이 국립정동극장, 평택 평화예술의전당, 양주아트센터, 더아트강원 콤플렉스와 같은 기존 시설도 있지만 서계동 복합문화시설이나 이건희 기증관처럼 이제 설계 중인 시설도 포함되어 있고 아예 알기 힘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사업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사업별 설명서의 자료로는 이 사업이 기존/신규 문화공간에 어린이 시설을 공급하는 것 정도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과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목표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동극장의 경우에는 어린이 대상 공연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데 무슨 어린이 복합문화시설을 짓는다는 건지 알 수가 없고 이건희 기증관과 같이 반교육적인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수혜 대상을 보니 ‘공연예술인’으로 되어 있다. 짐작건대 보육시설과 같은 개념인가 추정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평택이나 양주, 파주의 문화시설에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주단체라면 해당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해당 시설은 용도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사업 개요(출처: 2025년 예산안 사업설명서)
2023년 결산 기준으로 476억 원에 달했던 지역문화진흥 정책사업은 2024년에 22억 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16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그렇게 없어진 지역문화진흥 사업들이 어디로 옮겨 갔는지 찾기가 어렵다. 2025년 예산안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에서는 명시적으로 ‘지역문화 정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제시된 ‘예술인 안전망 확대’라는 목표가 가장 잘 부합하는 사업인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 사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을 보면 파견예술인 사업이 줄어든다. 2024년 대비 ¼ 가량 줄어든다. 창작준비금의 규모도 준다. 60억 원 규모로 2,000명의 대상자가 주는 것이다. 예술인패스나 예술인 심리상담, 권리보호 교육과 같은 것은 동결이다. 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늘어나지만 외려 경상비는 1/7 가량 줄어든다. 조직을 늘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규모에 맞춰 일을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
그리고 쟁점들
영화발전기금은 2023년 1,670억 원 수준이었던 규모가 2024년에 1,377억에서 2025년 936억 원으로 32%나 줄어들었다. 당연히 지출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었지만 사업비에서 줄어든 것이 아니라 통화금융기관 예치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에 돈이 남아서 이곳저곳에 맡겨놓았던 돈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기금이 적립금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매년 다른 회계에서 전출되는 재원이 경유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문화예술진흥기금과 같이 말이다. 이런 기금은 사업의 책임을 기금관리기관에게 전가하는데 편리한 수단이 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경우에는 문화부가 직접해야 할 자치단체 이전 재원을 기금만 거쳐서 지급해도 사업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 하는 용도였다. 그런데 민간사업자를 주로 상대하는 영화발전기금은 좀 더 다를 수 있다. 이런 쟁점들도 예산안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저 사업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예술지원 정책은 장르별 차이가 극단적으로 강화된다. 전체적으로 창작지원보다 문화시설 중심의 투자가 확대된 것이 윤석열 정부의 문화재정이 가진 특징이긴 하지만 유독 시각예술 분야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재정규모가 커졌다. 이를테면 예술인 일자리 사업의 핵심인 문화예술교육지원 사업은 2023년 1,211억 원에서 2025년 727억 원으로 급감했지만 시각예술의 경우에는 461억 원에서 680억으로 2년 사이에 220억 원가량이 늘었다. 어떤 점에서 이런 예술지원 정책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사업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다른 기금의 종잣돈 역할을 했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일반회계 전출금이 전년 대비 70%가량 줄어들었다. 즉 그나마 문화예산을 떠 받치고 있던 기금 전출을 통한 융통성은 기금 간 칸막이가 더욱 강해지는 방식으로 구조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문화부가 사실은 문화-관광-체육의 복합구조에서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종합기능이 줄어들고 이름만 하나의 부처명을 사용할 뿐인 다른 사업기구들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공개된 자료 만으로는 2025년 문화부 예산에 대한 세부적인 쟁점을 모두 살펴볼 수는 없다. 이후 12월까지 예산이 다뤄질 것이니 정보나 자료가 확인되면 추가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김상철.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문화연대 집행위원. '밥먹고 예술합시다'라는 집담회를 계기로 예술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예술인들의 공정한 보상과 문화산업 내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모임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창립에 참여했다. 현재 예술인생활안정자금 관리위원회 위원, 한국예술교육진흥원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적을 두고 재정과 참여예산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