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다시 수출의 시대?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도 보이지 않는 밀어붙이기-“2024년 문체부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 리뷰
편집자 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23일 ‘국제문화정책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국제교류 관련하여 큰 변화가 예상되는 방대한 내용이었지만, 언론보도는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을 거점으로 하는 국가주도 ‘K-컬처 수출전략’으로 요약되어 전해질 뿐이었다. 이에 5월 27일 공연예술계에서 국제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기획자와 예술가 10여 명이 모여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 온라인 독해 모임을 가졌다. 문체부의 발표를 함께 읽고, 이 정책이 과연 현장에 적합한 것인지, 현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에 대해 논의해 보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다. 참여자 중에는 정책 수립 전 문체부가 주최하고 각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코피스가 주관한 현장 간담회에서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무력감을 내비치기도 하였다고 한다. 문체부 발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쟁점을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읽기 모임의 토론을 정리 게재한다. 자료를 공유해주신 읽기 모임에 감사드린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해외문화홍보원을 폐지하고 ‘국제문화홍보정책실’ 및 산하 ‘국제문화정책과’를 신설하며 국제문화교류 지원 강화를 목표로 ‘문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하였다. 이후 이를 토대로 2024년 5월 23일, ‘국제문화정책 추진전략’(이하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발표에 따르면 추진배경은 전 세계적 한류 및 글로벌 팬덤 확대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 급증, 국내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요구 확대를 들고 있으며 추진전략 및 핵심 과제로 1. 국제문화정책 지원체계를 혁신해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전통예술진흥원 등 여러 기관의 국제교류 사업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코피스)으로 통합 운영, 2. 국제문화정책 지원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해 수요자 중심 사업구조로 전환하고, 민간 중심 국제문화교류 생태계 기반 구축, 3. K-컬처에 대한 전방위 해외진출을 마련, 4. 국제문화정책 부처 간, 민관 간 협업 확대를 들고 있다.
각 전략은 ‘통합’, ‘간편’, ‘다양’, ‘협력’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포괄성’ ‘다양성’ ‘네트워크’ 등 국제교류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 단어들이 착시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쟁점 1. 교류 부재, 문화 외교와 문화 수출 중심
‘추진전략’에서는 한국의 높아진 문화적 영향력만큼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가치 형성과 문화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역할과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정책추진전략은 K-컬처의 브랜딩화와 수출적 관점이 대부분의 내용이다. 1980년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민간 영역에서의 국제교류가 확산되고, 2000년대는 서울아트마켓의 창설과 더불어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해외진출이 확장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일방향의 진출을 넘어, 상호호혜적 교류, 다자간의 교류와 네트워킹이 전 세계 문화예술 분야 국제교류의 핵심가치로 확산되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문체부의 국제문화정책의 K-컬처 수출 중심의 전략이 국제사회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하고자 하는지 의문이 든다.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K-컬처, K-예술, K-재능 등 모든 것이 K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뭐든지 다 K를 붙이는 게 너무 소름 돋고 과거 국가의 힘과 국가 홍보를 강조하던 시절의 논리인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을 냈는데, 간담회 주최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문화식민지적, 문화외교 중심의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는 태도가 보였다. 타 문화와의 수평적 관계에서 문화적 교류를 하기보다는 K-컬처를 전 세계에 확산시켜 국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문화외교적인 발상으로 문화예술을 이용하는 교류 없는 국제문화정책으로 보인다. 국제교류가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적 관점과 외교적 관점 두 가지밖에는 없다.”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Chat GPT에게 한번 돌려보고 행간을 분석해 달라고 했는데, Chat GPT도 국가적인 이미지를 매우 강조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적 창출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라고 답했다.”
쟁점 2. 정부 기관 주도의 사업 통합에 따른 국제교류의 다양성과 자율성 침해
이번 추진전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여러 기관의 국제교류 사업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간 산발적으로 운영되어 현장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관 통합의 효율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교류사업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과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교류사업은 교류 파트너의 환경을 고려하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축제 기간 및 회계연도의 상이함 등, 한국 공공기금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여러 기관의 서로 다른 사업 일정이 현장 국제교류의 유연성을 담보해 주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추진전략’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코피스를 국제교류전담기관으로 하여 사업을 통합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효율성의 추구가 국제교류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국제교류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한다고 했을 때, 추진전략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듯이, 국제문화교류는 국가가 제시한 ‘K-컬처 수출’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으로만 귀결될 수 있으며, 현장 의견 수렴은 더욱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다.
“문서에서 통합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통합해서 국제교류사업을 운영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전에 문체부가 문화예술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고 했을 때의 좋지 않았던 사례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역시 국제교류 컨트롤타워를 두고, 문체부는 지시하고 산하기관들은 그대로 따르고, 그 과정에서 현장은 어떻게 의견을 내고 현장에서 실제로 국제교류를 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이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사전 간담회에서 컨트롤타워 인지 혹은 허브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질문을 했는데, 물론 당연하게도 ‘컨트롤타워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문체부는 셋팅만 하고 기관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우리는 허브일 뿐이다’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 부분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처음에 통합이라는 말을 봤을 때에는 반가운 마음도 있긴 했다. 워낙 기관 간 서로 소통을 안 하던 국제교류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야기한 통합은 소통이었지 이렇게 시스템을 통합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이 반영되지 않고 지금 완전히 새로운 방향의 통합으로서 간다는 것은 이제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큰 또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쟁점 3. 현장 국제교류 생태계 이해도 부족 및 질서 교란
국제교류 관련 기관의 역할 및 기능 통합과 더불어 제시된 전략 중 하나는 사전 선정 우수 플랫폼 지원이다. 기관에서 사전 우수 거점 플랫폼으로 축제, 극장 등을 선정하고, 해당 우수 플랫폼에 진출하는 예술단체를 자동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강조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국제교류는 주체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우수’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모두에게 에든버러와 아비뇽이 최고의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2000년대 해외시장에서 한국문화와 예술단체의 인지도가 낮고 교류의 장벽이 높았을 때는 거점 축제나 거점 플랫폼으로의 진출 확장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많은 예술단체들이 저마다 자신의 목적과 성격에 맞는 교류의 파트너와 방식을 찾고 다양한 파트너와 시장을 발굴하고 있다. 이번 문체부가 말하는 우수 플랫폼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 플랫폼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는지, 전문성과 유연성이 부족한 정부 산하 기관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발맞춰 갈 수 있을지 등 수많은 질문들이 따라온다. 또한 국제교류(해외진출)의 시장을 사전 우수 플랫폼으로 한정했을 때, 민간의 교섭력은 자동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지난 20여 년간 조금씩 쌓아올린 민간의 국제교류 역량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코피스가 국제교류 사업의 중심이 되고, 해외에서는 재외한국문화원이 K-컬처의 전초기지로 종합대행사의 역할을 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담고 있는다. 재외한국문화원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재외한국문화원이 지원과 협력의 파트너가 아닌 교류의 주체, 교류의 핵심 플레이어가 된다면 민간 교류의 질서를 교란시킬 것 또한 뻔하다. 다각도로 변화하고 확산되고 있는 ‘국제교류’의 특성을 ‘해외진출’로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닐지, 국제교류의 ‘상호호혜성’을 고려한 접근이 부재하다는 점과 국제교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교류 리서치 단계의 지원과 시장 연구’ 등의 전략 부재에 대한 아쉬움 역시 언급되었다.
“문체부는 간담회에서 이 사업을 강조했다. 사전에 풀을 만들어 놓고 이 축제에 가는 예술가들은 그냥 지원만 하면 바로 자동으로 항공비 지원이 됩니다, 너무 쉽죠 너무 간단하죠 라며, 교섭력이 강화될 거라고 생각하더라. 그런데 교섭력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히 덧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술가들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어떤 작품들은 때로는 지원을 받지 않고 초청을 받는 경우들도 있고, 항공비 지원 없이도 초청돼서 간 적이 있는 경우를 이야기했더니, 문체부에서 엄청나게 놀라며, 그런 사례가 있냐고 어느 나라냐고…그래서 너무 모르고 접근하는 것 같은데 국제교류에는 다양한 사례들도 있고 작품마다 예술가마다 단계들과 교류 방법이 다 다르다고 이야기했지만,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반응이었다.”
“교섭력이 과연 강화될까? 한국 단체들이 해외 공연을 가게 되면 지정된 대로 공공기관에서 항공과 화물 운송비용을 지원한다는 게 너무 당연한 기본값처럼 여겨져서 한국 단체들하고는 공연 초청료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축제들이 더 늘어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이 풀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지, 문화예술 생태계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데, 어떻게 업데이트를 계속 해나 갈지에 대한 걱정도 든다. 예전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도 아트마켓 지원풀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매년 여러 마켓이 일자도 바뀌고 없어지는 곳도 있었는데, 그게 업데이트가 잘 안 됐었던 것을 기억하면서 의견을 말했다.”
“문체부 현장 간담회에서 자문을 하면서도 반영이 전혀 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세부 지원 프로그램이 통합되고 있는데,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국제 교류라는 건 여러 양상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금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각자의 (민간과 기관 등)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더 장기적이고 다층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초기 진입 단계의, 중기 그리고 자력으로 더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 등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예술가와 기획자를 보고 열린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다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 발표한 전략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고 유연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현장의 이해가 부족한 관료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인 정책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우수 플랫폼 목록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지원을 하겠다는 아이디어인데, 국제문화교류에서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데 전 세계의 지형을 모두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발굴하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가치들을 계속 만나게 하고, 예술가들의 교류뿐만이 아니라, 시민들과도 만나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수 플랫폼이라고 하는 건 가시적으로 누구나 다 아는 페스티벌들인 아비뇽 페스티벌, 에딘버러 프린지,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영국의 바비칸, 뉴욕의 어디… 이런 식으로 플랫폼이 구성될 거라는 것은 너무 뻔하다. (중략) 문화예술의 다양성의 가치는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문체부가 이런 식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것이 답답하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이런 방식으로 문체부가 제시한 틀 안에서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의 통제 안에 놓여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리스트 안에 들어가고 싶은 플랫폼들의 입장에서도 한국 예술가에 대한 적극적인 리서치나 교섭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기관과 친밀도만 높여도 될테니까. 교류의 보수성과 통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에 새로 생기고 있는 아트마켓이라든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담론들이 굉장히 뜨거운데, 우리는 여전히 유럽과 북미 중심의 진출만 생각하고 있어 타 권역에 대한 대안과 고민이 있는지 질문했었는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재외한국문화원을 통해 진출하고 있는 한 무용전문극장의 예를 보면, 물론, 국제교류를 처음 하게 되는 예술가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여러 안무가들이 진출할 때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다. 개런티를 제대로 요청하거나 교섭을 하지 못한다. 문화원을 통해 초청되기 때문에 정해진 조건에 맞춰야 하는 거다. 다녀와서 이어지는 성과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위험한 건 재외한국문화원이 교류의 주체가 되면서, 권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단체가 직접 교섭하고 있는데 교섭 중 문화원이 들어오게 되면 초청 측에서 문화원 통해서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발표한 전략이 민간의 교섭력을 높여줄 거라 했지만, 실제로 약화시키고 있는 거다. 그리고 모든 것을 문화원의 성과 쌓기에 이용한다.”
“프랑스에서 국제문화교류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한국 작품을 초청하면, 숙박과 항공은 그냥 지원되는 거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프랑스의 축제에서 일하고 있는데 문화원을 통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축제의 예술감독은 한국팀을 초청하면 항공과 숙박은 무조건 지원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유럽 단체들과 비교해 개런티 교섭에 매우 소극적이고 때로는 초청 컨디션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한다. 과연 이런 방식이 지속적이고 확장된 교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건지 의문이 든다. 이런 방식으로 국제교류가 지속된다면, 결국 지원이 없어지면 교류도 없어지는 거다.”
쟁점 4. 국제교류전문기관의 전문성 부재, 지속성 부재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의 코피스와 해외의 재외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국제교류사업이 통합되어 운영된다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제교류 전문성이다. 국제문화정책 협력체계를 위해 국제문화정책 협의회와 민관 협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각종 협의회와 자문위원회가 실제로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구조라는 것은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드러나 있다. 특히 순환보직이라는 보수적인 제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행정 구조 안에서 코피스이건, 재외한국문화원이건 직원의 전문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장에서는 공공기관의 순환보직 시스템으로 인한 전문성의 부재와 그에 따른 지속성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재외한국문화원의 전문성을 위해 문화원장 선발 시 전문가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문화원장을 대부분 문체부 행정 관료가 차지하고 있고 임기가 정해져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제문화교류 ‘종합대행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민간에서 국제교류를 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가장 필요했던 점은 공공기관의 담당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서 이 전략들을 끌고 가줄 수 있는 파트너의 역할을 해 주는 것인데, 매년 담당자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는데 이게 어떻게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는지에 대해 문체부에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어쩔 수 없다. 순환 보직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였다.”
“문체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 허브를 지향한다면 이 허브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질문했을 때, 핵심 플레이어로 재외한국문화원과 문화원장에 대해 언급했다. 문화원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는데, 이 정도의 계획이라면 문화원의 전문성이 독일 문화원, 프랑스 문화원, 재팬파운데이션 정도, 그러니까 단순히 문화홍보를 위한 기관의 기능을 넘어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재외한국문화원이 그런 비전과 전문성을 갖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했을 때, 무조건 된다는 대답이었다.”
“재외한국문화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문화원 원장이 순환보직이고 3년 임기제다. 그러다 보니 문화원 원장이 사실상 어떤 권력도 갖지 못하고,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는다 해도,,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문화원이 없는 지역도 너무 많다. 규모가 큰 문화원만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규모가 작은 문화원은 대부분 세종학당 운영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런 곳에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면, 정말 유럽 중심으로만 교류가 진행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외교적 관점, 산업적 관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구시대적 방식이어서 세련되지 못함에 그냥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적나라한 관료사회의 의지
이외에도 수요자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으로 지원 항목을 단순화하고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전략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다. 정산 절차 간소화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항공과 숙박 지출을 통합하여 여행사 및 화물 운송사 등을 이 사업 용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행 및 운송 대행업체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예술가들이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의 전체 규모를 줄어들게 될뿐더러 행정기관의 효율은 높일지 모르나 예술단체 운영의 유연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문화원 중심의 K-컬처에 대한 개념 부재와 장르 편향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되었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질문이 나왔다. 수요자 중심은 무엇이며, 수요자는 누구이고, 어떤 수요가 있는가, 문화홍보, 문화외교-국제교류, 해외진출의 차이는 없을까, 소프트 파워와 단기성과를 증명할 수 없는 프로젝트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혹은 그런 프로젝트는 성과가 없는 것인가, 문화외교적으로 국가 홍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국제교류의 전부인가, 교류에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의 균형에 대한 전략은 없는가 등. 국제교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한 자리였다.
3시간 여 진행된 독해 모임에서는 긴 시간 대화의 끝에 국제문화예술교류에서조차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 깊어졌다. 행정이 밀어붙이면 그렇게 된다는 관료사회의 의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무력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문화정책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다시 질문하며,, 문체부에게 총 74차례 진행되었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간담회 내용 공유와 현장 예술인들과 열린 정책 간담회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참고자료
1.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과 보도자료 ‘새로운 국제문화정책으로 세상과 현장을 연결한다’
정리 : 박지선(독립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