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문화예술 공약 분석– 지켜보고 있다는 기록
2024년 4월 10일이 지나면 22대 국회의원이 결정된다. 새로운 4년의 의회가 구성되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할 것으로 또는 나를 대표할 것으로 기대하며 또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4년에 한 번씩 이 시기가 되면 많은 약속의 리스트가 만들어진다. 많은 선거를 하면서 사적인 약속(私約)이 공적인 약속(公約)의 탈을 쓰고 있거나, 또는 빈약속(空約)이 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공약에 대한 기대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은 선거철 공약에 대해 관심과 시선을 점점 멀어지게 한다. 그럼에도 이 시기가 되면 공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시기에 문화예술과 관련 내용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나를 되짚어 보면, 블랙리스트가 기억난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는 쟁점이라기보다는 변화를 추동하는 계기였다고 보면 선거 시기에 문화예술 관련 공약이 주권자의 관심이 되었던 적은 매우 미미한 것 같다. 그것은 이번 선거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왜 선거 때마다 문화예술 공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공약은 주권자들(국민들)에게 관심이 될 수 있다고 선정된 정책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아이템이 더 유혹적인가가 주권자의 투표행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주권자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이다. 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에 대한 공약을 통해 대리자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고, 공약을 근거로 평가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문화예술계의 정책 시선이 언제나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59개의 정당이 등록되어 있는데, 32개 정당만이 공약을 올렸다.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중 54.2%만 공약을 올린 것이다. 여기서는 공약을 올린 32개 정당 중에서 언론에서 언급되는 정당들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의 문화예술 공약을 살펴본다. 정당의 공약은 앞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살펴볼 수 있고, 또한 정당 홈페이제 게재된 공약집을 통해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린 공약을 근거로 보면, 문화예술 분야를 별도의 정책 과제로 설정하는 정당은 없고, 개혁신당의 경우 언론환경 조성을 별도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정당별 문화예술 공약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더불어민주당: 문화콘텐츠산업 진흥, 창작권리 보호, 문화예술 인력양성, 문화향유 확대, 문화재정 확충
- 국민의힘: 문화체육시설 확충,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 청년 문화활동 지원
- 개혁신당: 공정한 언론환경 조성
- 녹색정의당: 예술인 지원(산재보험, 고용보험, 저작권, 창작공간, 임대주택), OTT 쿼터제, 콘텐츠발전기금, 블랙리스트 방지(표현의 자유), 지역문화재생, 완전도서정가제, 도서관 지원, 시청각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 청년 문화활동 지원, 언론방송혁신(방송보도심의 폐지, 공영방송이사 국민 추천,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 미디어 노동자 노동권 강화, 지역신문발전기금 확충, 마을공동체미디어법 제정 등)
- 진보당: 문화, 예술, 관광 향유 지원
- 새로운미래: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 조국혁신당: 문화예술 공약이 없다.
아래 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재되어 있는 정당별 문화예술정책 관련 공약 내용이다.
구분 | 분류 | 내용 |
더불어민주당 |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으로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겠습니다 | -콘텐츠 R&D와 제작비, 콘텐츠 생태계 조성 및 저작권 보호 등 집중 지원 |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준비하겠습니다 | -정부의 창작권리 개입 금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의 원칙 준수 -문화예술 인력양성 지원법 제정 -보편적 문화향유 실현을 위해 문화재정을 국가예산 대비 2.5% 단계적 확대, 통합문화이용권 이용 확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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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습니다. | -시청자 중심의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임제도 도입,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의 자격요건 엄격 법정화, 보도·제작·편성권과 경영의 분리·독립과 위반 시 처벌 강화 등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개선, 심의 기능의 개선, 심의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관련 법․제도 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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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 건강하고 활력넘치는 지역만들기 | -노후화된 공공 체육시설을 문화・스포츠 복합시설로 업그레이드 -국립문화예술기관・시설의 지역 분관 확대 및 순회 전시・공연 확대 -전국 문화 소외지역에 ‘찾아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공 |
청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 -‘청년 문화예술패스’ 지원대상을 만19세→24세까지 단계적 확대 | |
개혁 신당 |
규제개혁을 통한 공정한 언론환경 조성 |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 차원의 낙하산 인사 방지 -방송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해소로 시청자의 만족도 제고 -언론의 중립성 확보로 방송산업 현장의 정치적 갈등 타파 |
녹색 정의당 |
돌봄복지국가 | -예술인 산재보험 전면 적용, 예술인 고용보험 확대 -동의 없는 창작품 인공지능(AI) 학습 금지, 창작자의 저작권 강화 -OTT 콘텐츠쿼터제 도입, 콘텐츠 발전기금 징수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표현의 자유 보장 -기초자치단체마다 문화재생 통한 기반시설, 예술인 창작공간, 예술인 공공 임대주택 조성 -완전도서정가제 시행, 동네서점·도서관 지원 확대, 사서 인력확충 및 처우개선 |
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청년,청소년 | -문화 다양성 증진 -지상파 및 종편, 영화관, 공연장 화면해설 확대 및 지원 등 시청각 장애인 정보 접근권 보장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20대 청년에게 연 10만 원 문화이용권 지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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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사법,언론,남북,외교 | -방송보도 심의 전면 폐지, ‘언론 자율규제기구’ 통한 자율규제 전환 -공영방송 이사 국민이 추천, 공영방송 사장 및 보도·제작·편성 책임자 임명동의제 도입 -미디어 정책기구 재구성과 통합 미디어법 제정을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로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 -방송산업, 출판산업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관행 근절, 분야별 표준계약서 제정 지속 확대,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으로 미디어 노동자 노동권 강화 -지역언론 지원을 위한 미디어바우처 도입, 언론진흥기금 등 활용하여 지역신문발전기금 재원 확대 -‘마을공동체미디어 기본법’ 제정, 기초자치단체마다 ‘마을공동체미디어지원센터’ 설립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 진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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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 일과 삶의 균형, 임금삭감없는 주4일제 | -내일휴식카드 : 문화 예술 여행 간 연계, 계좌 발급 후 5년간 500만원까지 사용 가능 |
새로운미래 | 정치사법언론 개혁 | -공영방송의 공정성 강화 |
조국혁신당 | - | 없음 |
공약 내용상 공통적으로 보이는 영역은 예술인/창작권, 문화향유, 방송언론환경 이고, 차이를 보이는 영역은 더불어민주당은 문화콘텐츠산업, 국민의힘은 문화예술시설, 녹색정의당은 장애인 접근성, 지역문화/공동체미디어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런데 정당 홈페이지에 있는 공약집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게재된 공약 수와 내용에서 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공약집을 보면 앞서의 정당별 차이는 미미하며,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자료] 22대 총선 정당별 문화예술공약” 참고)
22대 총선에서 문화예술 공약의 내용을 문화예술정책의 하위 범주를 분류하고(문화향유, 예술인, 산업, 공정환경, 지역문화, 접근성, 미디어, 시설), 정당별로 공약의 내용을 분류한 범주에 해당하는 것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구분 | 문화향유 | 예술인 | 산업 | 공정환경 | 지역문화 | 접근성 | 미디어 | 시설 |
더불어민주당 | ○ | ○ | ○ | ○ | ○ | ○ | ○ | ○ |
국민의힘 | ○ | - | ○ | - | ○ | ○ | - | ○ |
개혁신당 | - | - | - | - | - | - | ○ | - |
녹색정의당 | ○ | ○ | ○ | ○ | ○ | ○ | ○ | ○ |
진보당 | ○ | - | - | - | - | - | - | - |
새로운미래 | ○ | ○ | - | - | - | ○ | ○ | ○ |
정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에 기반하는 정치조직체라는 원론적인 내용을 수용한다고 하면, 문화예술 정책적 지향에서도 차별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에서 강조점이 다소 구별되긴 하나, 공약 내용은 정당과 상관없이 대체로 유사하다. (위의 표에서 국민의힘의 경우 미디어 범주에 표시가 없지만, 공약집에 있는 세부 내용 중에는 가짜뉴스 근절이 있다.)
문화예술 공약이 정당별 차이가 없더라도, 총선용 구색 맞추기 일지라도 문화예술계의 시선은 강조되어야 한다. 총선 자체는 이벤트일 수 있지만 공약은 이벤트가 되지 않게 하려면 꾸준하게 지켜보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총선 시기에 문화예술 공약을 살피는 것은 그 세세한 내용을 리뷰하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겨 정책의 시선을 갖기 위함이다.
김민규.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관심이 흘러 다니는데,,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지루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