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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책 과제 프레임 변화, 아직은 모색 중?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계획>

CP_NET 2024. 3. 4. 23:16

 

 

 

부처의 업무계획은 당해 연도에 부처 추진하는 정책 과제들을 정리한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매년 초에 발표를 하는데, 통상적으로 빠르면 1, 늦어도 3월 내에 발표가 된다. 업무계획의 일반적 구성은 지난해 정책 추진에 대한 자체 평가(성과, 개선점 등), 당해 연도의 환경 분석(정책 여건), 당해 연도의 정책 추진 계획 등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추진 계획에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업무계획은 매년 작성되기에 당해 연도로 볼 때는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책의 지속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는 전년도 업무계획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업무계획에 대한 리뷰는 전년도와의, 나아가서는 정부 정책의 시리즈라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업무계획은 추진하는 정책 과제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문화 호감도제고, ‘국제문화홍보정책실신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계획>은 작년 업무계획과 대비할 때, 일단 1개월 정도 늦게 발표되었다. 정책 시점으로 볼 때 문제가 될 만큼 늦은 것은 아니고, 또한 작년 하반기(202310)에 새로운 장관이 입각함에 따라 정책 추진의 강조점이 다소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24년 업무계획을 보면, 구성과 내용에서 다소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대표적인 정량적 목표 설정 영역이 달라졌다. 23년 업무계획의 정략적 목표 영역은 콘텐츠 수출액, 외국인 관광객 수와 관광수입, 문화체육활동 참여율 이다. 24년은 국민문화예술 관람률, 국민여가 만족도, 방한관광객, K콘텐츠산업 매출, 스포츠산업 매출, 대한민국 문화 호감도(국가이미지) 이다. 큰 범주의 측면에서 문화예술 향유, 콘텐츠산업, 관광, 스포츠 분야로 본다면 큰 범주별 차이는 있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데, 해당 범주를 대표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상이하다. 이는 업무계획의 연속성에서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즉 당해 연도와 전년도 업무계획의 목표를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내년(2025) 업무계획의 정략적 목표가 올해 업무계획의 정량적 목표와 다르게 작성이 된다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의 핵심은 그때 그때 다르다는 점을 반증하게 된다. 즉 정부의 정책 성과 지표가 매번 변경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 문화정책의 구성과 추진 방향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이전 정부(문재인 정부, 박근혜 정부)의 지난 업무계획을 보면 목표 설정의 주요 영역이 매년 거의 동일하다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둘째, 목표에 대한민국 문화 호감도를 설정하고 있다.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에 대한 부분은 모든 정부에서 신경을 쓴 부분이지만, 업무계획에 대표적인 정책 목표로 설정한 것은 이번 업무계획이 처음이다. 2005(노무현 정부) 업무계획에서 많은 성과지표 중 하나로 한국문화 호감도가 설정된 적은 있는데, 그 외에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업무계획에서 목표나 성과지표로 설정한 적은 없다. 현 정부가 K-컬처로 문화예술의 모든 부문을 포괄하고, 이를 국가 수출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목표치를 핵심적인 추진과제로 설정한 것이라 하겠다. 업무계획 내용 중에 이 목표와 관련한 내용을 기술한 부분은 국제문화홍보정책실 신설이 있는데, 새로운 목표 설정과 이를 총괄할 새로운 조직 신설은 현 정부(또는 현 장관)가 이 과제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셋째, 기존의 문화정책의 영역 구분과 다소 다르게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문화정책의 영역은 문화향유, 예술인, 문화콘텐츠산업, 관광(산업), 스포츠(산업)으로 구분한다. 다소 중첩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이런 영역 구분을 기반으로 문화정책의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그리고 일반적인 접근이다. 그런데 이번 업무계획에서는 영역별이 아니라 과제별로 구성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기존에 별도로 구성되었던 영역들이 하나의 과제에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일례로, 5개의 과제 중 2번째 과제가 수출과 내수 선순환으로 역동경제 이끄는 문화산업 육성인데, 이 과제의 3개 세부 과제가 글로벌 시장의 선두주자, K-콘텐츠”, “방한 2천만 달성 프로젝트”, “일상 스포츠 활성화로 스포츠산업 도약”이다.” 이다. 즉 문화콘텐츠산업, 관광산업, 스포츠산업을 하나의 과제로 묶은 것이다. 과제별 구성으로 설정되었다고 해서 이전의 영역별 구성에서 추진했던 세부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고, 그 결과도 그렇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정책 과제 구성의 프레임의 변화는 정책 시선과 접근에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나아가 정책 성과와 측정에서도 이전과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편 과제별로 묶는 과정에서 다소 애매한 세부과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이번 업무계획에서도 보여진다. 1번째 과제인 문화생활 지원을 위한 국민 문화여가비 부담 완화의 세부과제로 창작자 및 영세 업계 지원이 배치되었고, 5번째 과제인 청년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의 세부과제로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의 선제적 대응”, “공정과 혁신 기반 구축이 배치되었는데, 세부 과제의 정책적 의미가 큰 범주의 과제를 넘어서기 때문에 충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책 과제 구성의 변화는 앞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 전년도와 달리 24년에 일종의 중장기계획을 발표한다. 상반기에 콘텐츠산업 2단계 도약 전략 수립예술 자금지원 정책 도입’, 3월에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24~28’, ‘체육인복지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기계획은 정부가 시작될 때 준비하고 대체로 1년 내에 발표를 하였는데, 일정이 조금 늦은 감은 있다. 한편 문화콘텐츠산업 중에서 24년에 게임산업 중장기계획만 발표하고, 다른 장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임산업이 수출 비중이 가장 높고, 첨단기술과의 연동성이 높아서 별도로 하고, 다른 장르는 콘텐츠산업 전략 수립에 포함하는 것인지 등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4년 업무계획으로는 알 수가 없다.

 

 

청년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 공정과 혁신 기반 구축, 책임심의관제 도입

 

다섯째, 세부과제 중에서 공정과 혁신 기반 구축내용 중 2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책임심의관제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문화정책협의회 신설이다. 책임심의관제 도입에 대해서는 업무계획에는 추가 내용이 없다. 책임심의관제의 배경, 이유, 내용 등이 없고, 관련 문화부 보도자료도 없다. 다만 기사를 통해서 일부를 볼 수 있다. 배경은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내용은 기관 내 직원 중 전문심의관을 선정하는 것이다. “책임심의제는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산하 기관 직원들이 심의 결과를 평생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는 필히 해야 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논의가 있었고, 일부는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블랙리스트와 같은 검열이 심사에 책임성과 전문성이 없는 기관 외부의 심의위원들 때문에 발생한 일인가? 기관의 직원이 심사를 책임지면 기관의 개입이 더 강화되어 기관의 의도에 의해 심사가 되는 것은 아닌가? 1회 심사를 하더라도 심사자료가 있을 것이고, 심사자료에는 심사자의 명단이 기술되어 있을 것인데, 심사자료를 기록으로 보존할 텐데, 그러면 심사 결과에 대해 책임소재가 분명한 것은 않는가? 심사 결과를 평생 책임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이런 질문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관련 내용과 정보가 너무 없어서 논평하기도 어렵다.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인 지역문화정책협의회 신설은 중앙 문화지원기관과 지역문화재단 간 기능 재조정”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과 지역의 기관 간의 협의 구조가 없지 않을 텐데, 이번 업무계획에서 특별하게 협의 조직을 신설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에 대한 충분한 내용이 없어서 알 수는 없다. 기능 재조정이 위계적 업무 구분이 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중앙과 지역 기관들의 모임이면 지역문화정책협의회 보다는 지역문화기관협의회 또는 지역문화조정협의회 등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문화정책은 중앙과 지역 기관의 기능 재조정을 넘어서는 더 큰 담론과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계획은 정책의 주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정례적으로 리뷰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리뷰는 문화예술인들이 업무계획을 리뷰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시선을 항상 가까이하면 좋겠다.

 

 

[관련기사] “상충하는 과제, 모호한 가치,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계획뜯어 보기”_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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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대학 시절 연극이 좋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문화운동과 조우하였다. 90년대 초반 석사 과정 시절 국내 최초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생활실태조사를 했다. 2000년대 초 인디문화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게임산업 진흥기관에서 정책, 기획 업무를 총괄하고 문화산업과 예술 분야 정책 및 법제도 개선에 참여했다. 관심이 흘러 다니는데,, 예술과 문화산업에서의 공정 환경, 문화예술 분야의 노동 환경, 디지털시대의 문화운동은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 지루함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