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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 인터뷰 ②]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전달해야 하는 시기 – 김영경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CP_NET 2023. 9. 25. 22:44
편집자 주: 문화예술교육 예산 지역 이관 이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예술학교의 변화를 개괄한 기사(기사 보기)를 게재한 이후,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이슈에 대해 보다 상세한 변화의 양상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문화정책리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전국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터뷰를 시작한다.

1. 31개 기초센터 만들기라는 과제 앞에서-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2.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전달하는 시기 – 김영경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김영경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은 인천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과제를 기초단위의 기반을 만들고 지역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광역센터가 사업을 전달하는 통로였다면, 이제부터는 정책을 전달하는 시기라고 짚었다. 이제껏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광역지자체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도 분명한 변화의 양상이다. 광역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사업을 연계하고, 기초지자체의 상황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과정을 건너뛰지 않는 단단함으로 읽혔다.

 

 

시와 협의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안태호: 2022년 문화예술교육 예산 지역 이관 이후 인천에서 눈에 띄는 변화 양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영경: 이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 계획에 의해서 예산을 매칭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사업을 관리하고 실적은 체크했어도 전체적인 사업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인천시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지에 따라서 전체 운영 여건이 바뀌게 됐기 때문에 지자체의 의지나 정책 방향이 중요해졌다. 센터에서도 시와 협의하고 논의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안태호: 단기적으로는 간섭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자체의 관심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김영경: 인천시가 협조해주어서 예산은 오히려 지역 이양 이전보다 조금 더 늘었다. 일단은 이전 사업의 연속성 상에서 매개자 역량강화와 협력체계 구축, 가치확산 사업을 강화하고 개별 사업의 추진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신규 사업을 만드는 등의 변화는 적다. 이제 그런 논의들을 더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꿈다락, 지역특성화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변화와 모색은 재정 이양 이후 예산과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지역사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해졌다.

 

안태호: 지난 번 경기센터에서는 강사료 변화를 가장 큰 변화로 느낄 것 같다고 했다. 지역별로 강사료를 포함한 예산 지침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인천은 강사료를 어떻게 책정했는지 궁금하다.

 

김영경: 올해 인천의 강사료는 시와 협의하여 주강사 6만원, 보조강사 3만원으로 책정했다. 작년에 5만원, 3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더 인상하였다.

 

안태호: 꽤 가파른 상승폭처럼 보인다.

 

김영경: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딱히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별도의 기획비나 연구비가 책정되어 있는 곳도 있다. 예술교육자들이 교육을 준비하고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적정 강사료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공모형식의 지원사업에 반영해야 할 적정규모는 또 얼마인지도 함께 고려하면서 책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활권 단위의 거점 만들기

 

안태호: 개별 사업들의 변화는 어떤가. 꿈다락과 지역특성화 사업도 변화가 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의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김영경: 지금까지 꿈다락과 지역특성화 사업의 변별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평일에 하면 지특이고, 주말에 하면 꿈다락에 지원하는 식이었다. 올해는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라는 이름으로 아동청소년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를 포괄하는 지원사업으로 세팅을 해서 예산 규모를 늘렸다. 운영 기간도 유동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5월에서 11월까지 지속해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여름방학에 집중할 수도 있고, 3~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유아 문화예술교육은 좀 다른 결이 있다는 생각에서 꿈다락과 별도로 진행한다. 인천에서는 지역특성화 사업을 인천문화예술교육 기획 지원사업으로 운영하는데 기획을 강화하여 구성하였다.

 

안태호: 기획 지원 사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김영경: 꿈다락이 문화예술교육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기획 지원은 활동의 목적과 영역이 넓고 추진 방식도 다르다. 올해 추진하는 세부 분야는 거점형과 프로그램 개발형이다. 이전에도 거점 형성을 목표로 한 공모가 있었지만, 이전 지원 사업 체계에서 하다 보니 예산 편성이나 운영에 변별성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기획 지원 파트의 구조를 바꿨다. 3명의 워킹그룹이 기획자, 기록자, 행정으로 역할을 나눠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개인한테 맡기는 게 아니라 그룹에서 같이 논의하고 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각각 거점 구축과 시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운영을 위한 준비과정부터 실행할 수 있게 하였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계획 없이 지원에 신청할 수도 있다.

안태호: 프로세스가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다.

김영경: 이전의 지원사업이 단체 입장에서는 교육 계획을 잘 짜야 될 것 같은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 이번에는 안내할 때부터 우리의 목표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서식도 교육 계획 쪽은 아주 간략하게 작성하도록 하였고, 단체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지원사업 참여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었고, 지역 현황과 수요를 조사하고, 협력 네트워킹을 만들고, 세부 활동을 계획하는 과정을 사업 안에서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태호: 단체들의 반응은 어떤가.

김영경: 선정단체 저마다 하고자 하는 게 달라서 세부 활동에는 차이가 있지만, 관계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고 지역의 수요를 조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곳들이 생겼다. 센터는 전문가와 함께 더 많이 만나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단체가 하고자 하는 게 어떤 건지 도출해내고 그 성과나 장점, 가치를 찾아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안태호: 거점이라고 했는데, 기초 단위 거점 사업과 다른 점이 있나.

김영경: 이 사업에서 우리의 관심은 기초지자체 단위가 아니라 생활권 단위의 거점이다. 광역-기초 단위의 논의 테이블과는 별도로 지역 중심 문화예술 교육의 현장을 어떻게 단단하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장소 기반 생활권 문화예술 교육의 거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콘텐츠의 거점일 수도 있다. 공간 기반이 없으면 성과 도출이 어렵다는 생각에 공간을 베이스로 핵심그룹과 네트워크를 짜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기초지자체 문화예술교육센터 기반 조성을 위해

 

안태호: 인천은 재작년부터 계속 기초 문화재단과 토론을 하며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와 관련한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어느 단계에 있는지 궁금하다.

 

김영경: 인천의 10개 군구 중 기초문화재단은 작년까지 4개였고, 올해 5개가 됐다. 지역화 논의 이후 인천도 광역-기초재단 문화예술교육 담당 부서와의 소통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초기에는 모든 기초문화재단과 사업을 같이 추진하려고 했는데, 돌아보니 욕심이었다. 기초문화재단마다 상황이 너무 달라 동일한 사업으로 묶어내기가 만만찮았다. 이제야 차츰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의 윤곽이 나온다. 올해는 기초 지자체 단위의 문화예술 교육 사업 관련 토론회를 함께 준비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를 같이 연계해서 운영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또, 가칭 기초문화예술교육센터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시와도 협의 중이다.

안태호: 기초센터는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나?

 

김영경: 기초문화예술교육센터라고 했을 때, 단순히 시나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예산을 분배해주는 방식은 아닐 거라고 본다. 운영 조직이나 인건비 사업 예산 등은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우선은 인천시와 기초 지자체가 예산 매칭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일단 사업 단위에서 조례도 만들고 관련 예산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쳐 단계를 밟으려고 한다.

안태호: 그야말로 기초 단위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 되겠다.

김영경: 기초마다 상황이 다르다. 조례 제정된 곳이 1곳 있고, 현황조사 연구가 되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문화예술교육 전용시설을 확보하였거나 계획하고 기초센터의 지향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다. 예산과 인력 등 객관적인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실무자의 열의가 높은 곳도 있다. 이들과 어떻게, 무엇을 먼저 함께해 갈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안태호: 재단이 없는 지자체들과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김영경: 현재로서는 기획사업에서 우선적으로 파트너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재단이 없는 지역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올해 사업 결과와 통계를 정리하면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배정하는 방식이 유효할지도 검토할 것이다. 특히 섬 같은 경우가 이동 문제 등으로 인해 열악한 상황인데, 교육청이 섬 지역에 관심이 많아 문화예술교육을 일부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안태호: 인천재단은 지역화와 별개로 지역의 협력 파트너들과 뭔가 시도하는 일들이 두드러져 보인다. 유아 문화예술교육이나 신중년 사업에서 지역의 다른 센터나 유관 기관들과 일을 만들어나가는 게 활발하다고 느꼈다.

 

김영경: 예산 이양은 22년이지만 그전부터 지역 내 협력은 주요한 과제였고, 각 사업을 하면서 협력 파트너를 만들어가겠다는 지향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유아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유아교육진흥원 그리고 육아종합지원센터 등과 협력하고 있다. 유아 문화예술 교육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협조를 통해, 프로그램과 유아교육기관 매칭의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었고, 유아 매개자 연수는 이 기관들과 협력해서 예산을 분담하며 운영하고 있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의 경우 사업지향을 공유하는 지역 내 기관·단체들과 사업을 꾸리고 있으며, 인천의 고령사회 대응센터와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다. 노년문화예술교육은 일상에서의 공동 경험을 지닌 생활 공동체와의 활동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와의 협력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마을학교 관련 역량강화사업은 시교육청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의 정체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정체성이 중요


안태호: 인천에서 주안점을 두고 해야 될 문화예술 교육의 방향이나 특성이 있다면 뭘까. 인천의 교육 수요자들은 뭐가 다른지도 궁금하다.

김영경: 무엇보다 인천에는 공항과 항만이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관문도시로서의 성격은 인천이 지닌 두드러진 특성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도시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존중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태호: 관문도시로서의 다양성이 하나의 정체성이 되겠다.

김영경: 얼마 전 인천이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기도 했다. 인천의 정체성 중 하나는 다양성이 큰 방향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바다나 섬을 포함해 몇 가지를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 사실 접근할 수 있는 소재나 영역은 아주 많다. 한편으로는, 인천의 정체성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정체성은 훨씬 더 작은 범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다. 섬은 인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노년도 그렇다. 일반적인 노년의 특징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노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현장에서 확인하고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태호: 인천의 정체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마을의 정체성이 있거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이슈, 사건에서 비롯되는 정체성이나 특성들이 있는 게 맞겠다.

김영경: 기초문화재단에서는 더 지역에 밀착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청라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연수구만 해도 송도 신도시와 구도심의 지역특성이 구분된다. 그래서 주민과 함께하는 특화된 문화예술 교육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광역보다는 기초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기획 지원사업을 하는 것도 그런 취지다.

안태호: 그렇다면, 10년쯤 후 인천문화예술교육센터를 통해서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김영경: 지금은 문화예술교육이 중앙정부에서 광역지자체로 중심이 이동하는 단계이다. 행정 단위로 보면 기초 지자체가 광역보다 더 지역 중심이고, 기초 지자체보다는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더 지역 중심이다.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되려면, 기초 지자체의 문화예술교육 체계가 탄탄해져야 하고 이와 함께 다른 한 축으로 민간 주체와 거점이 형성되어야 하고, 이것이 광역의 역할이다. 광역센터가 사업이 아니라 정책을 전달하는 시기가 본격화됐다.

 

 


김영경.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기초단위 지원센터에서 만났던 문화예술교육과 사람들이 지닌 에너지를 기억한다. 제도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움을 잃지 않으려 때때로 다짐하고 있다.

 

안태호. 본지 편집위원. 안태호.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