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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현장 인터뷰 ①] 31개 기초센터 만들기라는 과제 앞에서-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CP_NET 2023. 8. 3. 17:21
편집자 주: 문화예술교육 예산 지역 이관 이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예술학교의 변화를 개괄한 기사(기사 보기)를 게재한 이후, 문화예술교육 지역화 이슈에 대해 보다 상세한 변화의 양상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문화정책리뷰]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전국 17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터뷰를 시작한다.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를 통해 지역의 사업편성 재량권이 확보된 것에 주목하는 한편으로 정책적 접근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다. 결국, 지역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국가에서 광역단위로 예산과 사업의 권한이 이관된 것과 마찬가지로 광역에서 기초로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연정 센터장은 경기 지역의 31개 시군 전체에 문화예술교육 조례 제정과 기초 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의 설립이 경기센터 지역화의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들과 지역화에 따른 변화, 생애주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견, 지역 파트너들의 성장을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기초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협력망
 

안태호: 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 대한 공론화 과정과 준비는 19년 이후 계속되어 왔는데, 2022년부터 예산이 이관되었다. 경기센터에서 눈에 띠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나.

황연정: 우선 사업 편성의 자유도가 높아졌다. 예산을 지자체에서 편성하게 되니 사업을 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공모 사업의 경우에도 기존의 꿈다락문화예술교육(이하 꿈다락)이나 지역특성화 사업(이하 지특)을 통합하거나 개편하는 과정이 있었다. 가장 빠르게 와 닿는 것은 강사료를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이전에는 강사료가 전국 공통으로 묶여있었는데, 지역마다 현실에 맞춰 책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과감하게 6만원으로 책정한 곳도 있고 우리처럼 인상폭을 조절하며 5만원으로 맞춘 곳도 있다. 현장에선 이걸 아마 가장 큰 변화로 느낄 것 같다.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정책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다. 이전에는 단체 중심의 지원을 했다면 지금은 정책담론을 만들고 기초재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역할이 늘었다. 광역의 역할을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안태호: 경기문화재단은 사실은 그전에도 협의회 운영이나 연구 사업 등 지특, 꿈다락에 한정되지 않는 사업들을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황연정: 기초문화재단 협의회나 협력망은 21년부터 했는데 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전에는 기초재단 프로그램을 지원했는데 단발성 프로그램은 휘발성이 커서 지역 거점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기초문화재단들이 지역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협의체도 구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시범사업도 해보는 방식이다. 올해 8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아르떼에서 운영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인데, 3년 연속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안태호: 기초 단위에서 그런 요구들이 있나?

황연정: 2022년은 예산의 지역 이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1차 계획이 완료되면서 2차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많이 했다. 단체는 물론이고 기초문화재단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알다시피 별도의 예산이 있는 게 아니어서 대부분 재단들 역시 공모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어떤 단체가 있는지,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 수요나 현황이 어떤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재단들이 거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게 이런 수요를 반영한 거다. 여기에 더해 아무래도 순환보직이다 보니 교육사업의 행정 프로세스와 문화예술교육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많아서 운영매뉴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관계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프로그램 확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경기도는 31개 시군에 서울보다 인구가 많은 광역이라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수요자, 혹은 지역적 특성은 무엇인가?
 
황연정: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중에서 인구도 가장 많고 신도시부터 시작해서 농촌, 항구를 포함한 바닷가, DMZ 접경지역까지 있다. 다양한 수요자들을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대도시 형태의 큰 지역들이 있는 반면에 교육대상을 찾기가 힘든 소도시까지 다양하다. 31개 시군 중에 22개 지자체에 기초문화재단이 있는데 협력망 사업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역마다 컨디션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더욱더 중앙중심, 광역중심에서 벗어나서 각 지역에서 우리 동네 우리 도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안태호: 기초문화재단이 있는 곳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 아닌가? 재단이 없는 지역과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겠다.
 
황연정: 기초문화재단들과 문화예술교육협력망 사업을 3년 차 진행 중인데, 올해는 재단이 없는 시군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필요들을 가지고 있는지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담당 공무원들을 만나려고 한다. 한계는 있겠지만 31개 시군 전체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극적인 시군에서는 직접 사업을 진행하거나 우리에게 프로그램이나 단체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한다.
 
 
<노는예술> <난생처음꿈지>, 네트워크와 역량강화
 
안태호: <노는예술>이 그런 점에 주목해서 만든 사업인가?
 
황연정: 그렇다. <노는예술>은 말하자면 판로를 개척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신규 사업이다. 공모사업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시도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수요처가 있는가 하면,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서 교육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둘을 매칭해 주는 사업을 구상했다.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홍보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문화예술교육 수요처들을 초대하는 피칭데이를 통해 홍보를 했다. 작년에는 10팀이 올해는 8개 팀이 선정되어 참여하고 있다. 시청, 도서관, 수련원, 어린이집 등에서 <노는예술>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은 생애주기 형 문화예술교육으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경기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생각하는 생애주기 형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모델인가?
 
황연정: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다가 2019년 예술교육팀이 생기면서 센터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애주기 별 사업들이 생겼다. 지역화에 맞춰 생애주기 형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2019년부터 관련 사업이 많아지면서 서서히 전환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유아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부터 초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연계 교육연극사업,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틴즈뮤지컬지원사업,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기시민예술학교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말하자면 장르 특화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과연계 교육연극사업은 학교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연극의 기법들을 활용하여 한 학년 단위의 교사들과 예술강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보통 지역별로 5개 이상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틴즈뮤지컬은 전문 강사진이 음악, 연기, 안무 등을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30회 차 이상 수업을 진행하고 전문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특화프로그램입니다. 경기 시민예술학교는 문화예술교육에 취약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융복합문화예술교육을 지역별로 진행하고 있다.

안태호: 새롭게 도입된 사업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이 눈에 띄는데 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황연정: <난생처음꿈지>는 3년 차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을 10여 년 이상 진행하다 보니 기존 팀들이 갖는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아서 신규단체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예술가에서 문화예술교육가로 전환하거나, 개인 예술교육가에서 단체를 설립하여 진입하는 이들에게 역량강화와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과정으로 설계했다. 단체운영과 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워크숍, 컨설팅, 특강 등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6회 차 내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500만 원 예산을 지원한다. 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고 문턱이 높은 일반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에서 선정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안태호: 충북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헬로우 아트랩>과 유사한 프로세스가 보인다. 보통 몇 개 팀 정도가 선정이 되나?

황연정: 작년에는 16팀을 선정했고 올해는 예산이 줄어서 10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원과 인력, 문화예술교육을 끊임없이 설득하기

안태호: 생각해 보면 경기도는 지자체 규모에 비해서 지원예산이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31개 시군에 가장 인구가 많다.

황연정: 그렇다. 지역화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도 안정적인 재원 확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칭 방식으로 기초 단위가 실행하는 전환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예술진흥사업은 기초문화재단이 있는 시군에서는 시군에서 매칭해서 운영한다. 재단이 없는 곳은 경기재단이 직접 선정하는데 문화예술 교육도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종 목표는 31개 시군의 기초 단위에 문화예술교육센터가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태호: 그렇다. 체계와 기반이 생겨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황연정: 광역센터가 지정되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아서 여기까지 왔다. 기초지자체에서도 최소한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문화에술교육센터를 운영해야 안정성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의 최종 목표는 모든 시군의 조례 제정과 기초문화예술교육센터 운영이다. 이번에 거점으로 선정된 8개 기초지자체 문화재단과는 워크숍과 컨설팅을 통해서 문화예술교육 지역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안태호: 재원도 문제지만, 인력의 불안정성 해소도 지역 문화에술교육센터의 과제로 계속 제기되어 왔다..
 
황연정: 재원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사안이다. 이전에는 국도비를 당연히 지원받는 거였다면,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고, 재단 내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 올해 우리 센터의 예산이 38억 원 정도 된다. 작년 46억 원보다 줄었지만, 다른 센터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이 예산을 집행하려면 적지 않은 인력이 필요다. 현재 정규직이 3인인데, 두 배 이상의 계약직 직원이 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내・외부적으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고 있어서 차츰 개선되리라고 생각한다.
 
안태호: 추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마무리하겠다.
 
황연정: 경기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우리가 교육사업과 함께 중요하게 진행하는 사업이 문화다양성 사업이다. 다년간 문화다양성을 문화예술교육의 범주에서 콘텐츠 제작도 하고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들을 위한 안내서도 제작하고 다양한 워크숍도 기획하고 있다. 문화다양성이 많이 언급되고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것에 비해 현장에서는 개념에 대한 접근부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사업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다. 예술교육사업에 선정된 팀들은 문화다양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듣는다. 올해부터는 공모지원서에 기획단계에서 문화다양성 요소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함께 배부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밑바탕에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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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정. 경기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겸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
미술과 교육을 전공하고 교육현장에서 기획과 교육사업을 10년 하고 현재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매사 사람과 활동에 진심으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안태호.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활동가,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고 부천문화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일했다. 함께 쓴 책으로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노년예술수업』, 『생애 전환 학교』 등이 있다. 스무 살 무렵 빼어난 재능들에 주눅 들어 창작에서 도망친 후, 예술 동네 근처에서 얼쩡거리며 문화 정책과 기획 관련 일을 해 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문화 소비자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