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토리얼

[EDITORIAL 32] 애도를 통제하지 말라

CP_NET 2022. 10. 30. 06:27

[문화정책리뷰]가 창간 3주년을 맞았습니다. 돌아보니 지난 한 해 [문화정책리뷰]대통령 선거를 내내 다루어 왔습니다. [대선특집: 문화정책과 국가주의](24~27)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28~31)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3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발행된 기사들입니다. 이렇게 보니 [문화정책리뷰]가 선거에 엄청 열심히 참여한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문화정책리뷰]가 대통령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닙니다. 아마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1년 간 있었던 선거의 여러 과정과 결과, 후보를 정하고 후보들이 공약을 만들고 지지를 얻어 당락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서 [문화정책리뷰] 특집 기사들은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화정책리뷰]를 꼼꼼이 읽는 독자들마저도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과 이 특집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기획이 전개되고 있는 정치적 과정과 동떨어져 있길 바란다거나 온통 정치적 과정에 쏠려 있는 혹은 외면하는 여론을 비판하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이 기획은 실패한 기획일까요? 네 실패한 기획입니다.

 

판데믹 이후 [문화정책리뷰]전환담론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0년 바이러스로 세계가 멈추는 충격적 경험은 우리에게 우리 삶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우리 삶의 근본적 문제를 향하고 있습니다. 판데믹은 오늘의 삶을 숙주로 시작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 우리의 오늘이 판데믹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백신도 있고 치료제도 있습니다. 문화정책만 보더라도 판데믹 초기 정책 대응의 불합리함에 대한 비판이 높았지만 기존 시스템이 있었기에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말하면서 전환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이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안녕한 것일까요?

 

이제 바이러스의 위기보다 경제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쟁과 대국들의 정치상황과 판데믹으로 풀려나온 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는 데에 대한 경고가 높습니다. 위기는 항상 가장 약한 고리를 파괴하면서 밀려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경제 위기 역시 간과할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정부의 각 부처가 산업부라는 자세로 이 위기에 대응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문화부는 문화산업부의 자세로 위기에 대처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판데믹의 위기와 경제 위기는 서로 다른 것일까요?

 

이번 창간 3주년 기념 좌담은, 20대 대통령 선거 관련 기획의 연장에 있습니다. 이번 좌담에서는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의 과제를 묻다]에 답해주신 ‘100인의 제안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 기획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참여를 부탁드릴 때 ‘새정부에 기대가 없다며 참여를 거절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편집자의 실수이지요. ‘새정부는 그저 지금의 수사일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문화정책의 과제를 현장에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를 듣고 싶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관련 기획들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과정에 개입한다기보다는 대통령 선거의 과정에서 문화정책의 현장을 다시 살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특집: 창간 3주년 기념 좌담] “얽혀 있는 의제, 맴도는 담론, 따로 떨어져 있는 주체- “100인의 제안읽기“100인의 제안을 다시 살펴보는 것과 함께 판데믹 이후 전환담론의 모색의 연장에서 각각의 제안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재구성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좀 더 친절하게 편집하고 싶었지만 그만 긴 이야기, 어쩌면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을 그저 늘어놓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이해하고 정책적 의제를 발굴하고 연결하기 위한 모색에 독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친절한 긴 글을 게재합니다.

 

[칼럼] “검열 기구 문화부를 폐지하라- <윤석열차> 검열에 부쳐”(김상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보낸 엄중 경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4일 한국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에 <윤석열차>가 수상한 것을 두고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이 행사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에 대해 행사를 주관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했다는 것을 보도자료로 발표했습니다. 이미 이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었습니다. 김상철의 이번 칼럼은 이 조치가 문화체육관광부 스스로 검열기구임을 자인하고 있다는 점을, 블랙리스트 사태와 이후 과정을 통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칼럼] "애도를 통제하지 말라"(김소연)은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공공에서 운영하는 축제와 공연이 정부의 지침으로 일괄 취소되고 있는 데에 대한 비판 글입니다. 슬픔이 깊습니다. 이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 우리의 애도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문화정책리뷰]는 어쩌면 앞으로도 실패한 기획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문제에 대한 명료한 답을 내리고 손에 잡히는 대안을 만드는 일에는 매번 실패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를 계속 쌓아가면서 우리의 현실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면 부끄럽거나 절망적인 실패는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앞으로도 답이 없는 질문을 계속 찾아가겠습니다.

 

지난여름 진행한 좌담을 가을이 완연해진 이제야 독자 여러분께 보냅니다. 늦은 소식이지만, 한창 바쁜 가을날이지만, 잘 전해졌으면 합니다. 지켜봐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창간 3주년을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과 친우들의 깊은 슬픔에 함께 합니다.

생존자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김소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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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특집: 창간 3주년 기념 좌담] 얽혀 있는 의제, 맴도는 담론, 따로 떨어져 있는 주체- "100인의 제안" 읽기_ 편집위원

[칼럼] 검열 기구 문화부를 폐지하라- <윤석열차> 검열에 부쳐 _ 김상철

[칼럼] 애도를 통제하지 말라 _ 김소연